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위한 '영상증인신문' 확대..보완점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1,690회 작성일 22-07-21 13:45본문
# 성폭력 피해를 당한 만 9살 A양의 어머니는 2년 전 아이가 검찰 조사를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는 건물이 딱딱하고 무섭게 생겼다며 들어가는 것조차 무서워하고, 조사 후에도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본 어머니는 피고인과 마주칠지도 모르는 낯선 법정에 아이를 또 세워야 하는지 고민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법원 측은 A양의 어머니에게 법정이 아닌 해바라기센터에서 영상 중계 방식으로도 증언을 할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해바라기센터에서 영상증인신문을 받은 A양의 어머니는 편안한 환경에서 상담 선생님의 심리적 지지를 받아 양질의 진술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증언 중 피고인 측의 질문으로 아이가 힘들어하기는 했지만, 이전 조사 때보다 쉽게 안정을 찾았다고 전했습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0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 및 동향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성범죄 피해를 당한 아동·청소년은 2020년 기준 3,397명에 이릅니다.
직전년도 3,622명보다는 6.2% 감소했지만, 하루 평균 약 9명의 아동·청소년 성범죄 피해자가 발생하는 셈입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강간과 유사강간, 강제추행 등 성폭력범죄 피해자가 2,299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또 성매매 강요 등 성매매 범죄 피해자가 284명이었고, 성 착취물 제작 등 기타 성범죄 피해자는 814명에 달했습니다.
■ 헌재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진술 영상 증거 인정은 위헌”
그런데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들이 2차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들이 법정에 직접 출석해 피해 내용을 증언해야 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가 법정 증언이 없어도 영상 녹화한 진술을 증거로 쓸 수 있도록 한 '성폭력처벌법' 제30조 6항에 대해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했습니다.
당시 헌재는 "해당 조항은 미성년 피해자의 심리적·정서적 고통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은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실질적으로 배제해 방어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피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해당 조항은 증거 왜곡이나 오류를 탄핵할 효과적 방법인 반대신문권을 보장하지 않고 대체 수단도 마련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성년자인 성폭력 범죄 피고인 측이 반대신문을 요구하면 미성년 피해자나 증인이 법정에 직접 나와야 하는데,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피고인과 마주하는 법정에서 성폭력 피해 경험을 진술하는 자체가 미성년 피해자에게 공포감을 부추기는 등 극심한 정서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2차 피해 줄인다…영상증인신문 전국 확대
위헌 결정에 따른 대안 입법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여성가족부와 법원행정처는 피해자의 법정 출석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해바라기센터 연계 영상증인신문 시범사업'을 지난 4월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영상증인신문 시법 사업'은 성폭력처벌법 제40조와 형사소송법 제165조의2에 근거해, 법정에 출석해 증언하는 것이 어려운 아동·청소년 피해자는 중계장치를 통해 증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아동·청소년 피해자는 아동·청소년 친화적인 해바라기센터에서 비디오 등 중계장치를 통해 증언에 참여하며, 친숙한 상담원이 신뢰관계인으로 동석해 공판 과정을 지원받습니다.
여성가족부 등은 내일(21일)부터 현재 8곳에서 운영 중인 해바라기센터 시범사업 대상지를 34개 센터로, 지원 대상자도 16세 미만에서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으로 확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법원행정처는 아동·청소년 피해자들이 '해바라기센터 영상증인신문'을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증인 소환장'을 보낼 때 함께 보내는 '증인지원절차신청서'에 피해자가 해바라기센터 영상증인신문 희망 여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2차 피해 막을 수 있을까?…제도 보완 필요해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으면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법적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윤정 국회입법조사관은 북유럽의 '바르나후스 제도'를 제시했습니다.
'바르나후스 제도'는 아동의 집이라는 뜻으로, 성적 또는 신체적 학대 피해를 입은 아동의 피해자 조사부터 공판까지 필요한 서비스를 아동 친화적인 하나의 공간에서 제공하도록 한 것을 말합니다.
특히 전 입법조사관은 "바르나후스 제도처럼 아동 성폭력 피해자 조사를 전문성을 갖춘 '아동전문조사관'이 전담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시행 중인 해바라기센터에서는 가족 혹은 친척, 상담사 등 '신뢰관계인'이 동석해 피해자의 공판 과정을 지원합니다.
전 입법조사관은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아동전문조사관'을 해바라기센터와 공판 등 법원의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 참여시킴으로써,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이해하는 등 피해진술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피해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피해 상황이 진술된 영상물도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증거보전절차에 대한 특례 규정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아동·청소년 피해자 맞춤형 증거보전절차를 도입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지난달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는데요.
개정안은 미성년 피해자는 해바라기센터 등 별도로 마련된 아동 친화적인 장소에서 훈련된 전문조사관을 통해 피해 상황 등을 진술하고, 해당 상황은 비디오 등 중계장치를 통해 소송관계인이 있는 법정에 중계하도록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