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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두번 죽였다"…성폭행 여고생의 죽음, 가해자 감형 왜[이슈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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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1,531회 작성일 22-04-2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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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반성 없는 가해자 감형에 유족들 분노 

“성범죄 사건 때문에 딸아이가 죽음에 이르렀는데 강간치사가 아닌 간강치상으로 기소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성폭행 피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여고생 사건 가해자의 형량이 징역 9년에서 7년으로 감형·확정된 후 피해자 어머니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8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치상죄로 기소된 A씨(21)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피해자 어머니는 “사죄와 반성은커녕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거짓과 2차 가해를 한 파렴치한 가해자가 딸을 죽음의 문으로 몰아넣었다”며 “성범죄 피해자가 앞으로 생기지 않고, 또 평생을 트라우마 속에서 괴로워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게 관련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고교 3학년이던 2019년 6월 28일 B양(당시 16세)과 단둘이 술을 마신 뒤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인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여자친구였던 피해자를 간음하고도 그 상황을 극복하려는 피해자에게 거짓말 등으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주었다”며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후 A씨가 줄곧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자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던 B양은 2심 선고를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B양의 사망이 성폭행과 인과 관계가 있다고 보고 A씨의 형량을 9년으로 높였다.

유족 측은 “딸의 극단적인 선택의 발단이 앞서 발생한 성범죄와 연관성이 있는 만큼 강간치상죄가 아닌 강간치사죄로 공소장을 변경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 어머니는 “재판 과정에서 판사가 검사에게 강간치상죄를 강간치사죄로 변경할 것이냐고 의견을 물어 공소장이 변경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변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7년 확정되자 대법원 판결 향한 비판 커져 

유가족들은 대법원이 이 사건을 파기환송한 데 대해 특히 억울함을 나타내고 있다. 대법원은 ‘변론 종결 후 판결 선고 전 피해자가 사망한 사정을 양형에 반영하면서 피고인에게 방어 기회를 주지 않고 판결을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며 사건을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로 돌려보냈다.

이후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이 사건 범행과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고심 끝에 양형기준(5∼8년) 안에서 판단했다”며 징역 7년으로 감형했다.

“성관련 범죄 피해자 중심 판결 이루어져야”

이에 대해 민현정 강원여성연대 상임대표는 “파기환송됐을 때부터 이상했다”며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9년에서 7년으로 감형되고 반성의 기미를 안 보이는 가해자가 7년도 많다고 항소하는 것이 기가 막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모든 판결은 피해자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피해자가 받은 고통과 남은 유가족들의 마음을 어떻게 어루만져 줄 수 있을지를 법원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폭력 사건 발생 시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에서 2차 가해 부분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폭력 사건의 경우 대부분이 아는 관계에서 발생해 주변인에 의해 2차 가해가 끊임없이 확대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승희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는 “이번 판결의 경우 피해자가 해당 사건 말고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는 없기 때문에 극단적 선택과 성폭력 사이의 인과 관계가 인정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2차 가해가 직접적인 성폭력보다 피해가 더 큰 경우가 많다”며 “특히 이 사건의 경우 사회의 또래 속에서 정체성이 형성돼 가는 청소년 시기에 피해를 봤다는 점에서 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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