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전담 검사들 "중재안, 성착취물 피해자에 절망...범죄자들에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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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1,560회 작성일 22-04-26 09:43본문
성폭력사건을 전담하는 평검사들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히 박탈) 관련 중재안에 대해 "성착취물 등 디지털성폭력 범죄자에게 희망을 주게 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홍지예(38·사법연수원 40기) 춘천지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전국 성폭력사건 전담 평검사들이 국민들께 드리는 호소문'을 을 올렸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 22일 검찰의 수사권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가운데 경찰의 송치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는 '단일성'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에 한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와 관련해 이들은 "이번 중재안은 성폭력사건을 억울함 없이 처리하려는 전담 검사들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개념이 불분명한 단일성·동일성 등의 용어는 특히나 성폭력 수사에 있어 대단히 큰 문제를 갖고 있고, 더 많은 억울한 눈물을 만들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이 예로 든 것은 '아동성착취물 제작' 혐의 1건으로 송치된 피의자의 사건이다.
만약 검사가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을 수사하던 중 피의자가 또다른 피해아동 수십명의 성착취물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이를 빌미로 성폭행한 추가 혐의를 발견해도 바로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검사로선 새롭게 포착한 성착취물의 추가 유통을 막기 위해 신속히 증거를 확보하고 피의자를 구속해야 하지만, 추가로 발견된 범죄에 대해 단일성·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직접수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 사이 성착취물은 계속 배포돼 피해자는 더욱 끔찍한 피해를 입게 된다"면서 "피의자가 수사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공범은 수사기관이 찾기 힘든 곳으로 도망갈 가능성이 커진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번 중재안이 통과되면 성폭력사건 전담 검사들은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다"며 "중재안은 범죄자에게는 안도와 희망을, 피해자에게는 한숨과 절망을, 수년간 전문성을 키워 온 검사들에게는 자괴감만을 주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변경하면서 정작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국민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다급히 법안을 처리하려는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부디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민의 권익보호 관점에서 바람직한 법안 마련이 이뤄지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