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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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1,374회 작성일 22-05-13 17:51본문
성격 장애는 인격 장애로도 흔히 표현된다. 주로 정신의학자들은 personality를 ‘인격’으로 번역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은 가치가 포함되어 있는 듯한 ‘인격’이라는 용어 대신 ‘성격’이라고 번역한다. 여기에는 성격(성격심리학 참조)이 심리학의 하위 분야로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번역이야 어떻든 성격 장애란 무엇일까? DSM-5(DSM 참조)에서는 성격 장애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어떤 정신장애(이상심리학 참조)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성격 장애는 그 사람의 성격이기 때문에 쉽게 변하지 않는다. 물론 치료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니지만, 다른 정신장애에 비해 치료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DSM-5는 성격 장애를 유사성에 따라 3개의 군(cluster)으로 나누고 있다. A군은 편집성(망상성, paranoid), 분열성(폐쇄성, schizoid), 분열형(schizotypal) 성격 장애로 괴상하거나 엉뚱해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B군은 반사회성(antisocial), 연기성(histrionic), 자기애성(narcissistic), 경계성(borderline) 성격 장애로 감정적이며 변덕스럽다는 특징이 있다. C군은 회피성(avoidant), 의존성(dependent), 강박성(obsessive-compulsive) 성격장애로 쉽게 불안을 느끼며 두려워한다는 특징이 있다.
성격 장애는 진단 일치율(diagnostic concordance)이 낮은 정신장애다. 진단 일치율이란 전문가 두 사람 이상에게 동일한 진단을 받을 확률이다. 진단 일치율이 낮은 이유는 성격을 묘사하는 진단 기준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입장과 경험, 관점에 따라서 동일한 사람을 같은 군 안의 다른 성격 장애로 보는 경우가 많다.
실례로 2009년,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 연쇄살인을 저질렀던 강호순을 반사회성 성격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 전문가도 있었지만, 자기애성(자기심리학 참조) 성격이라고 주장한 전문가도 있었다. 성격 장애는 앞으로도 끊임없는 연구와 개정 작업이 필요한 부분이다. 성격 장애를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A군
편집성 성격 장애는 타인의 행동이 악의에 찬 동기를 가지고 있다고 해석하는 등 불신과 의심이 주된 특징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도, 무슨 상황에서도 의심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망상은 아니지만 피해 망상을 가진 사람처럼 의심을 하기 때문에 망상성 성격 장애라고도 한다.
분열성 성격 장애는 사회적 관계에서 고립되고 정서 표현이 제한되어 있다. 타인에 대한 관심도 현저하게 적을뿐더러 타인이 자신에게 간섭했을 때에도 반응하지 않아 폐쇄성 성격 장애라고 말하기도 한다.
분열형 성격 장애는 인지 또는 지각의 왜곡, 그리고 괴이한 행동을 보이며, 사람과의 관계가 가까워지면 급성 불안을 경험한다. 자신만의 세계에 살고 있는 듯한 말과 행동, 특이한 옷차림을 하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는 환각이나 망상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오로지 성격으로만 설명이 가능하다. DSM-5에서는 분열형 성격장애를 정신분열 스펙트럼 및 기타 정신증적 장애에도 포함시켜, 정신분열증과의 관련성을 강조하고 있다.
B군
반사회성 성격 장애는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고 침범하는 사람들로, 많은 범죄자들이 이에 해당한다. 사회 규범을 무시할 뿐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연쇄살인처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일반적으로 사이코패스(psychopath) 혹은 소시오패스(Sociopath)라고 하지만 이는 현재 사용되는 진단명이 아니다. 이와 가장 유사한 것이 바로 반사회성 성격 장애다. DSM-5에서는 반사회성 성격 장애를 파괴적, 충동-통제 및 품행 장애(disruptive, impulse control, and conduct disorder)에도 포함시키고 있다.
연기성 성격 장애는 과도한 감정표현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한다. 마치 연극과 뮤지컬에서나 볼 수 있는 듯한 감정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성격 특성은 히스테리(신체 증상 참조) 증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고 해 히스테리성(hysterical) 성격 장애라고도 한다.
자기애성 성격 장애는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와 칭찬에 대한 욕구가 강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자신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하고나 어울리지 않고, 자신을 이해해줄 소수의 특별한 사람들하고만 교제한다.
경계성(신경증과 정신증 참조) 성격 장애는 타인이나 자신에 대한 좋고 싫음이 너무 극단적이고 충동적이며 정서가 매우 불안정하다. 상대방에게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비굴하게 매달리다가도 순간 돌변해 폭행과 폭언을 한다. 또한 상대를 자신 옆에 붙잡아두기 위해 극단적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자신과 타인을 종종 낯설고 혼란스럽게 느끼며, 감정에 압도되는 순간에는 잠깐이지만 망상이나 해리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C군
회피성 성격 장애는 타인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함 때문에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스스로에 대한 부적절감을 느낀다. 주변에 사람이 없고 주로 혼자 지낸다는 점에서 분열성 성격 장애와 비슷하지만, 타인과 어울리고 싶어하는 욕구가 분명하게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의존성 성격 장애는 보살핌을 받고자 하는 과도한 욕구 때문에 상대방에게 순종적이고 의존적인 행동을 한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타인에게 의존하려고 해 주변 사람들을 지치게 만든다. 누군가에게 매달린다는 점에서는 경계성 성격 장애와 비슷하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을 받게 될 때 경계성과 달리 그 사람에 대한 포기가 빠르다. 금세 자신을 책임져줄 또 다른 사람을 찾는다.
강박성 성격 장애는 정리정돈과 완벽주의, 그리고 통제(통제감 참조)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특징이다. 매사에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해 주변 사람들이나 직업과 학업 면에서 크고 작은 문제를 계속 일으킨다.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는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오히려 완벽해질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강박 장애와 혼동하기 쉽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여기에 수동-공격성(passive-aggressive) 성격 장애를 더해보자. 이는 DSM-III-R까지는 존재했으나 진단 기준이 모호하고 발생 빈도가 낮다는 이유로 DSM-IV부터는 빠졌다. 이 성격 장애는 빈둥거리기나 늦장부리기, 잊어버리기와 고의적으로 무능하게 보이기 등과 같은 수동적이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권위와 요구, 의무와 책임 등에 반하는 특징이 있다.
어떤 심리학자는 이 성격 장애를 특정 문화(문화심리학 참조)에서 주로 발생하는 문화 증후군으로 본다. 개인주의 문화라고 할 수 있는 서구에서는 이런 성격적인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적을지 모르나 집단주의 문화인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드물지 않다는 것이 학자들의 중론이다.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사람들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싫은 마음이 들어도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성격 장애와 성격 특성
성격 장애의 내용을 읽어보면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의 성격을 잘 설명해준다는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 성격 장애라고 진단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정상과 이상을 범주(질적인 차이)가 아니라, 연속선상의(양적인) 차이로 본다면 우리는 누구나 이러한 성격 특성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물론 그 정도가 심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나 사회적 · 학업적 · 직업적 기능에 큰 문제를 일으킨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굳이 장애라고 볼 필요는 없다.
이러한 성격 특성은 정상 수준에서는 개성이 될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자신만의 장점과 강점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심리학자들은 내담자의 심리적 문제를 완전히 없애려 하기보다는 그로 인한 불편함을 최소화시키면서 장점으로 바꾸도록 돕는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전혀 특이하지도 않고, 매우 차분하며, 지극히 안정되어 있기만 하다면 과연 재미있고 행복할까? 아마도 밋밋하고 따분할 것이다. 우리의 삶이 풍성한 이유는 우리가 서로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 성격 장애의 특징을 다시 읽어보면서 당신과 주변 사람들의 성격 특성과 그들만의 장점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