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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꼭 해야겠니…아이는 어떻게 키우려고” 선 넘는 질문들 [이슈&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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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1,532회 작성일 22-02-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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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부모입니다-장애인 25인의 양육 분투기]


장애인에게 결혼과 출산과 양육은 도전이다. 그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차별적 시선을 견뎌야 한다. 장애인이 결혼한다고 하면 선을 넘는 질문을 받게 된다. “결혼은 꼭 해야겠니.” 결혼하고 아이를 갖겠다고 하면 또 다른 말이 선을 넘는다. “네 몸도 불편한데 아이는 어떻게 키우려고.”

중증 뇌병변장애인인 윤현진(가명·29)씨는 2015년 비장애인 남편과 결혼해 아들 둘과 딸 하나를 키우고 있다. 손과 발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은 현진씨와 장애가 없는 남편의 결혼은 순탄하지 않았다. 시아버지는 아들을 ‘호적에서 파버리겠다’며 결혼을 강하게 반대했다.

이에 맞서 혼인신고를 먼저 했지만 그래도 시아버지는 그를 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진씨는 스물두 살에 아이를 갖기로 결심했다. ‘아이를 가지면 헤어지라고 안 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임신 소식에 시어머니가 울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깜짝 놀라셨던 것 같아요. ‘어떻게 키우려고 하지’ 생각하지 않으셨을까요.” 장애 없이 태어난 손자를 안고서야 시아버지는 현진씨를 며느리로 인정했다.

임신하고 찾은 산부인과 병원에서 현진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의사가 그를 따로 불러 물었다. “혹시 성폭행 당하셨나요?” ‘왜 이런 질문을 나에게 하나’ 불쾌감이 밀려 왔다. 함께 병원에 온 남성이 남편이라고, 결혼한 사이라고 반복해 설명하는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시기 태아보험 가입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제가 장애가 있으니까 모든 보험사에서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내 장애로 아기의 건강조차 보장해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와 셋째를 가졌을 때는 보험 가입을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아들은 이제 17개월이지만 이미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아이가 걷지 않을 때는 안전하게 돌볼 수 있었지만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그의 가동범위를 넘어섰다. 안전을 위해서는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민정씨의 언어 장애도 비교적 이른 등원 결정에 영향을 줬다. “내가 발음이 부정확해서 아이가 말이 느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되더라고요.”

김효정(가명·49)씨는 몸이 불편해 밖에 자주 나가지 못한 것이 첫째 아들의 더딘 발달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자책했다. 11세 아들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특수교육반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장애는 없지만 또래보다 지능이 낮고 언어 발달이 느려서다. 발달이 더딘 아동·청소년을 치료하는 코끼리아동청소년발달센터에서 진행하는 인지 치료 프로그램에도 참여 중이다. 효정씨는 장애가 있는 자신과 남편 탓에 아이가 더디게 큰 것 같다고 생각한다.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집에서 TV만 봤어요. 걸음마 할 기회가, 운동할 기회가 없었던 거예요.”

장애인 부모는 아이가 본격적으로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 또 다른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학부모 커뮤니티에 참여를 못 하면서 정보 교류에서도 소외된다. 박지주씨는 “비장애인 학부모 사이에 속해 있다가도 이동이 어렵거나 소통이 더뎌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학부모끼리 모여 어디 좋은 카페를 간다고 해볼까요. 시각장애인이 같이 쫓아가겠냐는 거예요. 못 가요. 청각장애인이 가면 수화를 해야 하는데 소통할 수 있겠냐는 거죠. 지체장애인은 왔다 갔다 차량 문제 때문에 힘들고요. 뇌병변장애인은 주위의 시선 때문에 어울리지 않으려고 해요. 결국 분리가 될 수밖에 없더라고요.”


출산 후 그를 받아주는 산후조리원은 없었다. 집 근처 조리원에 예약을 시도했지만 ‘장애인 산모는 안 됩니다’는 답변을 들었다. 결국 거주하는 경기도 북부 도시에서 35㎞ 떨어진 서울 구로구 장애인복지관에서 제공하는 산후조리 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동안 휠체어 타고 장애인으로 살면서 차별이 별로 없었는데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으면서 차별을 많이 느꼈어요.”


장애인 부모는 장애 유전을 우려하는 주변의 시선과도 씨름해야 한다. 오른쪽 손과 발을 잘 쓰지 못하는 중증 지체장애인 김지민(가명·42)씨는 시험관 시술로 재작년 아들을 낳았다. 늦게 결혼해 아이를 빨리 가져야겠다고 생각했고, 병원에서도 시술을 권했다. 비정규직인 그는 시술을 위해 근무를 빠질 때가 많았다. 상사와 동료들이 눈치를 주면서 필요 없는 말을 덧붙였다. “장애가 있는데 애를 낳을 필요가 있느냐, 둘이 살면 되지 왜 아이를 가지려 하냐는 말을 들었어요.”

그는 주변에 ‘내 장애는 유전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차례 시도로 시술에 성공하자 주위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고, 축하를 받았다. 그렇지만 직장에서 시선은 여전히 차별적이었다. 직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동료의 인사말은 “애는 멀쩡하냐”였다. 김씨는 “멀쩡하다고 이야기하고는 왔는데 사람들이 꼴 보기 싫어졌다”고 말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 한선화(가명·36)씨도 출산 과정에서 시험관 시술과 주변의 우려라는 두 개의 산을 넘었다. 선화씨는 2015년 같은 시각장애인인 남편과 결혼해 아이를 가지려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시술을 택한 부부는 4차례 시도 끝에 2019년 딸을 낳았다. 양가 부모는 선화씨가 병원에 다녀올 때마다 태아가 건강한지 물었다. “제가 아기를 늦게 가졌으니까 축하해주기는 했어요. 근데 이제 묻는 거죠. (미리) 시력은 알 수 없느냐, 낳기 전에 (장애가) 유전되는지 아닌지 검사할 수 없느냐고요.” 딸은 장애 없이 태어났지만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 모두 둘째는 반대했다.

선화씨는 아이 키우는 게 힘들어 둘째를 포기했지만 첫째 낳은 것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장애 여성이 아이를 원한다면 낳는 게 나은 것 같아요. 후회 없습니다.”


장애인 임산부는 병원 이용도 불편하다. 10세, 6세 아들을 키우는 김효정(가명·49)씨는 뇌병변장애로 팔과 다리를 쓰기 힘들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지만 10분 이상 걸어야 할 때는 전동 휠체어를 타거나 택시를 부른다. 이 때문에 그는 첫 임신 때 동네 산부인과에서 출산하기를 원했다. 가까운 곳에서 정기적으로 검진받고 싶었다. 하지만 동네 산부인과는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저는 솔직히 일반 산부인과에서 낳으려고 했어요. 근데 장애가 있고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옆에 있는 큰 병원에 가라고 하더라구요.” 결국 강동성심병원에서 첫째를, 한양대학교병원에서 둘째를 출산했다. 큰 병원에서는 출산 비용이 더 많이 들었다.

뇌병변장애인 현진씨도 동네 산부인과 의사가 출산 전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해서 아산병원에서 첫째와 둘째를 낳았다. 집에서 자동차로 40분 이상 걸리는 곳이었다. 셋째는 동네 산부인과에서 낳았지만 별문제가 없었다.

처음부터 여성 장애인 출산을 도운 경험이 있는 병원을 물어물어 찾아가는 경우도 많다. 이윤정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 성인1팀 팀장은 “뇌병변장애나 지체장애 여성은 장비가 잘 갖춰져 있고 장애인 임신부 아이를 받은 경험이 많은 서울대병원에 많이 간다”고 말했다


장애인은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도 선을 넘는 주위의 태도에 직면할 때가 많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부모 자격을 의심받는 것이다. 아이의 보호자로 병원을 방문했지만 ‘진짜’ 보호자를 찾는 의료진을 마주하거나 성적 부진을 엄마의 장애 탓으로 돌리는 교사를 만난 적이 있다고 장애인들은 털어놨다.

지체장애인 박지주(52)씨는 전동 휠체어를 자신의 신체 일부라고 생각한다. 척수염 후유증으로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 없이는 이동할 수 없어서다. 그는 딸의 손가락이 문틈에 끼여 손톱이 빠진 날을 기억한다. 전화를 받고 달려온 구급요원은 전동 휠체어를 구급차에 실을 수 없다고 했다. 4살 딸은 피가 철철 흐르는 손가락을 붙들고 계속 엄마를 불렀다. “애가 엄마, 엄마 하는데 주변에 도와줄 친인척도 이웃도 없고 정말 피눈물이 흘렀어요. 아이 손을 잡아주고 싶은데, 휠체어 없이 병원에 가면 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움직일 수 없으니까요.” 구급차 침대 위에 휠체어를 올리는 것으로 겨우 합의하고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에서 의료진은 그를 눈앞에 두고 보호자를 찾았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지주씨를 보호자로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장애인은 보살핌을 받아야 할 대상이지, 누군가를 보살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 일이 있으면 존재감에 스크래치를 받죠.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 심리적으로 위축이 돼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저시력 시각장애를 갖게 된 정승아(51)씨는 둘째 아들의 미술 성적에 관해 교사와 상담하던 중 기분 나쁜 경험을 했다. 둘째는 그동안 미술에 재능이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미술을 전공한 친구는 아들의 그림을 보고 ‘색감이 보통이 아니다’ ‘감각이 있다’고 했다. 미술학원에서는 ‘구도를 잘 잡으니 건축을 전공하면 좋을 것 같다’는 칭찬을 받았다.

그런데 미술에서 최하점인 D가 나왔다. 승아씨는 교사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저희 아들이 그림을 잘 못 그리나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교사는 ‘그림을 잘 못 그려요. 엄마가 안 보이니까 그럴(못 그릴) 수 있어요. 잘 안 보이니까 모르시겠죠’라고 했다. 승아씨는 “애가 그림 못 그리는 것과 엄마가 안 보이는 게 무슨 상관이냐. 너무 화가 났지만 아이가 더 불이익을 당할까 참았다”고 말했다.

승아씨는 두 아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교사들에게 장애를 드러내지 않았다. 편견을 가진 사람은 승아씨가 아무리 노력해도 변화하기 어렵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터득해서다. “통화 해보고 너무 보수적일 것 같으면 선생님께 제가 장애인이라는 걸 얘기하지 않았어요. 말이 통할 것 같은 분에게만 장애를 얘기했죠. 살면서 생긴 지혜입니다.”


신체적 장애가 있으면 육아는 힘들 수밖에 없다. 영유아 시기엔 아이를 안는 것, 수유하는 것, 기저귀를 가는 것, 분유를 타는 것 등 신체적 능력이 필요하다. 장애인 부모들은 그래도 혼신의 노력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다. 뇌병변장애인 구미선(49)씨는 손과 발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고 손 떨림이 있어 물잔도 들기 어렵다. 태어난 지 100일이 됐을 즈음 근긴장이상증을 앓은 후 생긴 장애다. 그는 중증지체장애인 남편과 2002년 결혼해 이듬해와 2010년 두 아들을 낳았다. 첫째를 낳았을 때 손이 떨려 아이가 다칠까 하는 걱정에 아이를 눕히고 자신의 몸을 엎드려 수유했다. “직접 젖을 물리기 어려워 아이도 힘들고 저도 힘들었어요.”

명암 구분조차 할 수 없는 전맹인 김경미(46)씨는 아들의 분유를 제대로 타주지 못한 게 미안하다. 그는 장애인 활동지원사, 남편 등 주변의 비장애인에게 미리 소주잔의 용량을 물어본 뒤 이를 외워 분유를 탔다. “소주잔을 가득 채우면 그게 70㏄가 되고 조금 덜 차면 50㏄가 되거든요. 두 번 가득 채워서 덜고 또 적당히 부으면 170㏄가 되는 거예요. 근데 그것도 제 생각에 더 차고 덜 차고지 딱 눈금으로 했을 때랑은 차이가 있었겠죠.”

아이가 아플 때는 장애가 더 야속하게 느껴졌다. 둘만 집에 있을 때는 약을 타줄 수 없었다. 약 용량을 확인할 수 없어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발만 동동 굴렀다. 결국 옆집 문을 두드렸다. “약 좀 부어달라고 했어요. 옆집 학생이 도와줬죠.”

육아 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하는 것도 스트레스다. 시청각 중복장애인 이하림(가명·29)씨는 출산 전 육아 정보를 알고 싶어 육아 잡지를 구매했으나 읽지 못한 채 책장에 보관 중이다. 보청기를 껴야 가까이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시력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하림씨는 점자 정보 단말기로 글을 점자로 변환해야 책을 읽을 수 있다. “정부가 점자 파일로 된 육아 정보를 제공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이유식, 아이 반찬 등에 관해 더 알고 싶지만 그는 아직 점자로 된 정보를 찾지 못했다.
 

아이 아프면 장애가 더 야속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 지민씨는 아들이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고민이 늘었다. 아이가 움직이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어서다. 문이나 벽에 부딪힐 때 잡아주고 싶지만 아이는 그보다 빨리 움직인다. “문에 부딪혀서 턱에 흉터가 생기고 까졌어요. 제가 속도를 못 내니 아이가 다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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