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로 간 군대 동성애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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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1,126회 작성일 22-08-31 13:56본문
군 생활 때 합의 하에 동성애 했다가 법정에
동성애는 처벌 대상인가. 아니다.
그렇다면 군대 내 동성애는? 처벌한다.
왜일까. 여기에는 법조문과 헌법재판소(헌재), 대법원의 판례가 얽혀 있다. 2011년 3월 마지막 날 헌재는 군대 동성애 처벌 조항이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논쟁은 잠시 미루고 우선, 이 문제를 법 조항과 판례 중심으로 자세히 따져 보자.
2010년 한 방송사에서 동성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방영돼 관심을 끌었다. 그 덕분인지 한동안 동성애 논쟁이 뜨거웠다. 동성애 차별금지를 법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동성애는 죄악이라며 결사반대를 외쳤다. 동성애 문제가 음지에서 양지로 나왔다는 데는 찬성이다. 그런데, 정말로 문제가 심각한 사각지대는 바로 군대이다.
〈사례 1〉
A씨는 경기도 포천에서 사병으로 군 생활을 했다. 전역을 앞둔 2008년 말 그는 일과 시간이 끝난 저녁, 동료 사병 B씨와 몇 차례 동성애를 나눴다. 물론 서로 합의했던 일이다. 그런데 이 장면을 누군가 목격하는 바람에 부대는 발칵 뒤집혔다. A씨는 군 수사대에 몇 차례 불려가 조사를 받다가 복무 기간이 다 되어 전역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그는 2010년 초 일반 법원에서 재판을 받았다. 군형법을 어기면 전역한 후라도 처벌을 받기 때문이었다. 법원은 A씨에게 군형법의 추행 죄를 적용,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형을 징역 4월로 정하되, A씨가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참작,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사회에선 동성애를 한다고 해서 비난을 받을지언정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군대에선 바로 징역형이다. 왜 그럴까. 형법과 군형법 조항이 다르기 때문이다. 형법과 군형법에서 개인의 성적 자유 침해를 처벌하는 근거 조항을 비교해 보자. 먼저, 형법이다.
제297조(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해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조항 외에도 형법과 특별법인 성폭력범죄처벌법에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등 여러 형태가 있다. 하지만 형법에 나온 성적 자유에 관한 죄의 공통점은 모두 상대를 폭행·협박하거나 항거 불능 상태를 이용하는 등 강제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만을 처벌한다는 것이다.
군형법은 어떨까. 먼저 연혁부터 살펴야 할 것 같다. 1962년에 제정, 시행된 군형법은 성과 관련한 범죄 중 '추행'만을 처벌해 왔다.
〈개정 전 군형법〉 제92조(추행)
계간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 조항이 바로 최근 헌재에서 위헌 여부를 심사했던 조항(이하 개정 전 군형법 92조를 편의상 '92조'라고 부른다)이다. 2008년 군사법원은 사생활의 자유, 평등권 침해 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헌재에 위헌 심판을 제청했다.
동성애 처벌 군형법 92조, 헌재 심판대에
그런데, 국방부는 이 같은 위헌 심판 제청을 의식했는지 2009년 국회의 입법 과정을 거쳐 법을 바꿔 버렸다. 형법처럼 '강간과 추행의 죄'라는 별도의 장을 만들고 애초에 없던 강간과 강제추행 조항을 끼워 넣은 것이다. 그 후 몇 차례 개정을 거쳐 새로 만들어진 조항은 다음과 같다. 형법과 비교해 보라.
〈현행 군형법〉 제92조(강간)
폭행이나 협박으로 제1조제1항부터 제3항[군인, 군무원, 사관후보생 등을 지칭]까지에 규정된 부녀를 강간한 사람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92조의3(강제추행)
폭행이나 협박으로 제1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사람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92조의6(추행)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군형법이 법정형에서 형법의 강간, 강제추행죄보다 조금 더 세다는 차이 말고도 근본적으로 다른 게 있다. 바로 '강제추행'과 별도로 있는 '추행'이라는 조항이다. 국방부는 법을 바꾸면서도 위헌 소지가 있다는 '92조'를 없애지 않고 오히려 징역형의 상한선을 1년에서 2년으로 높여 버렸다.
처벌의 타당성은 차치하고라도, 강제추행과 별도로 '92조'를 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법원의 판례를 보면 알 수 있다. 형법의 강제추행과 '92조'의 추행은 보호법익이 다르다는 것이다. 2008년 대법원(2008도 2222)은 군형법의 추행은 형법의 강제추행과 달리, 개인의 성적 자유 보호보다는 군대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 확립을 위한 조항이라고 판시했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형법의 강제추행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
군형법의 추행
동성애 성행위 등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 만족 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
'92조'를 더 파헤쳐 보자. 원래 여기엔 동성 간 성행위를 비하하는 '계간'이란 단어가 있었으나 2013년 법률 개정으로 '항문성교'로 순항문성교계간이나 그 밖의 추행'이란 문구는 항문 성교나 그에 버금가는 수준의 추행을 의미하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으니 쉽게 동성애를 떠올릴 수 있겠다. 강제추행은 '폭행이나 협박'이라는 수단을 써야 성립하지만 추행에는 그런 표현이 없다(물론 뒤에서 지적하는 대로 '92조' 자체가 추상적인 면이 있긴 하다).
결국 앞에서 소개한 A씨의 사례에서 보듯, "군대에서는 서로 합의를 했더라도 동성애는 처벌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92조'가 그 처벌 근거가 되고 있다. 게다가 형법과 군형법 모두 강간과 강제추행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 가능한 친고죄인 반면, '92조'는 친고죄가 아니다.
"군기 확립 위해 처벌" vs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이제 군대 동성애 처벌의 근거를 한 번 따져 보자. 국방부는 "군의 특수성과 군기 확립을 위해서 군대 내 동성애를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동생활을 하는 군의 특성상,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이 이루어지고 하급자가 원하지 않는 성적 교섭에 연관될 가능성이 높아 동성애를 허용하면 군기가 침해되고 전투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례 역시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헌재도 2002년 6월 이미 '92조'는 위헌이 아니라고 1차례 결정한 적이 있다. 건전한 상식을 지닌 일반인이라면 '계간 기타 추행'이 어떤 것인지 해석할 수 있고 군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 정도의 처벌은 과잉금지원칙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반면, '92조'가 위헌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우선 법조문을 놓고 보면 처벌 대상이 남성끼리의 동성애인지, 아니면 여성간의 동성애 또는 이성간의 항문성교 등도 포함되는지 명확하지 않다. 또한 '기타 추행'의 정도와 형태가 어떤 것인지, 추행에서 강제력 여부가 처벌 조건이 되는지도 불분명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성애 자체를 형사처벌한다는 것은 아무리 군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동성애를 인정하는 쪽으로 가는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군사법원도 이런 이유 때문에 헌재의 판단을 구하게 된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전원회의를 통해 "'92조'는 동성애자의 평등권과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2002년 다수의 결정에 묻혔지만 당시 송인준, 주선회 헌법재판관도 반대 의견을 통해 "공연성이 없고 강제에 의하지 않은 동성 간의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2011년 헌재의 판단도 2가지가 쟁점이 됐다. 첫째, '92조'가 자의적으로 해석될 만큼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했는지다. 둘째, 군대 동성애 처벌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아니면 군기를 확립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한인지에 대한 것이다.
헌재는 이번에도 위헌이 아니라고 했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이 4명으로 늘었다는 점을 빼면 2002년 결정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고, 대법원 판례와도 입장을 같이했다.
헌재는 2가지 쟁점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첫째, '계간 기타 추행'에서 보듯이 계간은 추행이 무엇인지 해석하는 지침이 되며, 대법원이 종합적으로 판단하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둘째, 군기확립, 남성들의 단체 생활 등 군대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기본권 제한 정도가 크다고 할 수 없어 사생활 침해로 볼 수 없다.
동성애 처벌 안 하면 누구나 동성애자 되나?
일부에서는 만일 '92조'가 폐기되면 군대에서 동성애가 널리 퍼질 것이라고 걱정하는데,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하다. 사회에서 동성애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나 동성애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군대 내에서 이성 간의 성행위가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백주대낮에 아무나 붙잡고 잠자리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라. 설사 그런 일이 벌어진다 해도 근무 태만 등을 이유로 충분히 징계처분이 가능하다. 이성 간이건 동성 간이건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앞의 사례에서 보듯이 단지 동성애라는 이유로 근무시간 외에 서로 합의해서 한 어떠한 행동까지 형사처벌한다면 왠지 부당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건 동성애가 범죄일 때만 가능하다. '군기 확립'을 위해서 군대 동성애 처벌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한다.
"군기 확립 위해 처벌" vs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이제 군대 동성애 처벌의 근거를 한 번 따져 보자. 국방부는 "군의 특수성과 군기 확립을 위해서 군대 내 동성애를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동생활을 하는 군의 특성상,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이 이루어지고 하급자가 원하지 않는 성적 교섭에 연관될 가능성이 높아 동성애를 허용하면 군기가 침해되고 전투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례 역시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헌재도 2002년 6월 이미 '92조'는 위헌이 아니라고 1차례 결정한 적이 있다. 건전한 상식을 지닌 일반인이라면 '계간 기타 추행'이 어떤 것인지 해석할 수 있고 군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 정도의 처벌은 과잉금지원칙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반면, '92조'가 위헌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우선 법조문을 놓고 보면 처벌 대상이 남성끼리의 동성애인지, 아니면 여성간의 동성애 또는 이성간의 항문성교 등도 포함되는지 명확하지 않다. 또한 '기타 추행'의 정도와 형태가 어떤 것인지, 추행에서 강제력 여부가 처벌 조건이 되는지도 불분명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성애 자체를 형사처벌한다는 것은 아무리 군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동성애를 인정하는 쪽으로 가는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군사법원도 이런 이유 때문에 헌재의 판단을 구하게 된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전원회의를 통해 "'92조'는 동성애자의 평등권과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2002년 다수의 결정에 묻혔지만 당시 송인준, 주선회 헌법재판관도 반대 의견을 통해 "공연성이 없고 강제에 의하지 않은 동성 간의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2011년 헌재의 판단도 2가지가 쟁점이 됐다. 첫째, '92조'가 자의적으로 해석될 만큼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했는지다. 둘째, 군대 동성애 처벌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아니면 군기를 확립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한인지에 대한 것이다.
헌재는 이번에도 위헌이 아니라고 했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이 4명으로 늘었다는 점을 빼면 2002년 결정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고, 대법원 판례와도 입장을 같이했다.
헌재는 2가지 쟁점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첫째, '계간 기타 추행'에서 보듯이 계간은 추행이 무엇인지 해석하는 지침이 되며, 대법원이 종합적으로 판단하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둘째, 군기확립, 남성들의 단체 생활 등 군대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기본권 제한 정도가 크다고 할 수 없어 사생활 침해로 볼 수 없다.
동성애 처벌 안 하면 누구나 동성애자 되나?
일부에서는 만일 '92조'가 폐기되면 군대에서 동성애가 널리 퍼질 것이라고 걱정하는데,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하다. 사회에서 동성애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나 동성애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군대 내에서 이성 간의 성행위가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백주대낮에 아무나 붙잡고 잠자리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라. 설사 그런 일이 벌어진다 해도 근무 태만 등을 이유로 충분히 징계처분이 가능하다. 이성 간이건 동성 간이건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앞의 사례에서 보듯이 단지 동성애라는 이유로 근무시간 외에 서로 합의해서 한 어떠한 행동까지 형사처벌한다면 왠지 부당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건 동성애가 범죄일 때만 가능하다. '군기 확립'을 위해서 군대 동성애 처벌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