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술은 남들도 다 마시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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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758회 작성일 22-09-14 13:21본문
요즘 제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2~3번씩 있는 회식을 포함해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있는데요. 어느 순간부터는 집도 못 찾아오고 길거리에서 자곤 합니다. 어느 날은 시비에 휘말려 파출소에서 잔 적도 있고요. 필름이 끊어져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날도 있고, 회사에 지각도 잦아지고 있어요.
사람에게는 스스로에게 허용적인 심리가 존재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으로 음주에 관한 심리가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음주습관에 대해 굳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하며, 회식자리에 가면 너 나 할 것 없이 “이 정도 마신다고 안 죽어”라면서 무모함을 강요합니다. 심지어 술 때문에 벌어진 범죄는 실수로 간주하기도 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유전적으로 한국인에게 취약한 질환 33가지 중에는 알코올중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자살률 못지않게 알코올중독 유병률이 높습니다. 모 의과대학 연구실에서 한 지역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한 결과, 인구의 22퍼센트가 알코올중독이라는 발표가 있었을 정도죠. 조사대상을 20대로 한정하면 50퍼센트가 알코올중독 수준이라고 합니다.
술 좀 좋아한다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번 돌이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필름이 끊어질 정도로 음주를 한 것이 지난 6개월 동안 몇 번이나 있었나요? 알코올중독 진단기준에 의하면, 지난 6개월간 2번 이상 필름 끊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면 중독을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내과적으로 건강한 20대 성인남자의 경우 알코올이 체내에서 대사되는 반감기는 약 12시간가량으로, 통상 한 번 음주 후 완전히 해독되려면 3일 이상이 걸린다고 합니다. 즉 일주일에 2번 이상 과음하는 사람은 한순간도 온전히 깨어 있는 적이 없는 셈입니다.
음주는 최소한 일주일 이상의 간격을 두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 1회 정도 술자리를 가지면서, 음주와 연관된 충동이나 금단을 경험하지 않아야 중독으로부터 자유로운 ‘건강한 사회적 음주자’라 할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2번 이상 취하고 주변사람이 걱정한다면, 그 사람은 중독 가능성이 높으니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알코올중독에 빠지는 과정을 알아본 원숭이실험이 있습니다. 원숭이 10마리에게 음식과 물 그리고 술을 마음껏 마실 수 있도록 장치를 해놓았습니다. 그 결과, 술 마실 수 있는 기회가 무제한으로 주어지더라도 단 40퍼센트만이 무절제하게 술을 선택했는데요. 이 40퍼센트는 원숭이집단에서 맨 하위층 4마리에 해당했습니다.
이를 3가지로 분석할 수 있는데요. 서열 낮은 원숭이들이 스트레스가 많아서 술에 의존하게 된 경우, 술에 취해 있는 시간이 많은 원숭이들이 자연스럽게 밑으로 서열이 떨어진 경우, 원래 자제력이 부족한 개체가 생존에서 뒤처진 경우입니다. 또한 혼자 우리에 갇혀 있든 무리와 공동생활을 하든 상관없이,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 원숭이가 발생하는 비율은 동일했는데요. 이로써 술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 외로움이나 공동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는 쾌감보상회로 또는 쾌락중추를 모티브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뇌에 쾌락중추가 있다는 것은 허구가 아닌 사실로, 중뇌의 VTA(Ventral Tegmental Area)에서 시작해, 뇌 중심의 측핵을 거쳐 전두엽으로 이어지는 회로를 말합니다. 도파민을 통해 주로 매개되며 기쁨이나 쾌락을 느낄 때 어김없이 활성화되는 부위입니다. 마약 및 알코올, 커피, 담배 등 모든 중독성 물질이 작용하며, 도박이나 게임 같은 행위중독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게임중독자 뇌의 활성화 영역은 마약중독자와 그 부위가 똑같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이 쾌락중추를 활성화시켜 즐거움을 얻는 방법은 비단 중독성 물질과 중독행위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이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었을 때 느끼는 만족감과 쾌락이 바로 그 경우로, ‘5킬로미터 마라톤 완주’와 같이 목표를 설정하고 연습해서 이를 이루게 되면 뇌의 쾌락중추가 활성화되어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똑같이 쾌락중추를 활성화시켜 느끼는 쾌감이지만, 중독성 물질과 건전한 목표 성취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고통과 쾌락의 순서입니다. 순서 차이에 따라 어떤 행위는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일이 되고, 어떤 행위는 소모적이고 불필요하며 주변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가 됩니다. 어떤 쾌락을 얻을지 선택하는 건 각자의 자유겠지만, 그에 따라 인생의 의미가 달라지는 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