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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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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774회 작성일 22-09-0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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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기 심리. 알지 못하는 사이에 훔쳐보기를 통해 쾌락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현대 영화 이론가들에 의해 영화가 합법적으로 관음증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장르로 인식되면서 관음증은 영화 이론의 영역으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영화사적으로 관음증은 영화의 매체성과 이데올로기를 드러내는 유의미한 의제로 고찰돼 왔다. 여기서 카메라의 눈과 관객의 눈은 영화적 동일화의 기제로 언급된다. 극장 안 관객은 스크린 위에 투사된 인물과 사건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은 상태에서 은밀하게 즐기는 형태를 띠게 마련이다.

카메라 렌즈는 시선의 메커니즘에 의해 만들어진 기계 장치이므로 영화는 카메라 렌즈라는 구멍을 통해 훔쳐보기의 은밀한 욕망을 만족시키는 매체로 규정된다. 이것은 넓은 의미의 관음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관객은 누구에 의해서도 감시당하지 않는 어두운 객석에 몸을 의탁한 채 은밀한 훔쳐보기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존재이다.

현대 영화 이론에서 관음증은 페미니즘과 결부돼 진화했다. 영화 페미니스트들은 영화가 관음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기계 장치라는 것에 주목했다. 그들은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주류 영화들이 여성의 육체를 관음의 대상으로 객체화함으로써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의 영화는 관음주의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거론된다.

벽에 뚫린 구멍을 통한 엿보기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싸이코〉(Psycho, 1960)나 대상화된 여성에 대한 훔쳐보기가 나오는 〈현기증〉(Vertigo, 1958), 영화에 대한 은유로서 훔쳐보기를 통해 이야기가 진행되는 〈이창〉(Rear Window, 1954) 등 히치콕은 노골적으로 관음의 욕망에 의해 동기화된 영화를 만들었다. 이런 특성 때문에 히치콕의 영화는 페미니즘(feminism) 영화 이론가들로부터 맹공을 받았다. 페미니스트들은 히치콕이 여성의 육체를 물신화하고 관음의 대상으로 고착화시킴으로써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강화한다고 비판했다.

페미니즘 이론가인 로라 멀비(Laura Mulvey)는 자신의 논문 '시각적 쾌락과 내러티브 영화'(Visual Pleasure and Narrative Cinema)에서 관음증을 의제로 올린다. 멀비는 지배 영화에서 시선의 소유자는 언제나 남성이며 여성은 남성적 시선의 대상으로 설정된다고 전제한다. 멀비는 특히 지배적인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에로틱한 관조를 위해 여성의 신체를 클로즈업으로 찍는 물신적 응시를 보여 준다고 주장한다. 멀비는 볼거리로서의 여성의 육체를 효과적으로 전시할 수 있는 형식이 작동한다고 믿었다. 이는 기술적으로는 관음적 기계 장치인 카메라가 조장하는 것이며 카메라가 보는 대로 보도록 강요당하는 관객의 수동적 위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다. 하지만 멀비의 이론은 분석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주로 남성적인 장르에 국한돼 일반화하기 어려운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 후에는 남성을 중심에 둔 분석 자체를 거부하고 훔쳐보기 욕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복적인 가치를 만들어내거나 남성에 의해서 여성의 이미지가 재현될 수 없음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관음증의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거론하기 전에 카메라가 '구멍을 통한 엿보기'라는 관음주의적 기계 장치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현기증〉(Vertigo, 1958),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현기증〉(Vertigo, 1958),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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