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반항장애
페이지 정보
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1,017회 작성일 22-05-13 17:55본문
말 안 듣는 것도 병이다
적대적 반항장애는 가족이나 학교 선생님, 친구들에게 부정적이고 적대적인 행동이나, 반항적인 태도를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보이는 행동장애다. 품행장애(conduct disorder)와는 다르게 타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은 없으며, 반사회적인 면이나 공격적인 면도 약하다. 초등학생의 5~10% 정도가 적대적 반항장애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정도의 적대적 행동은 정상
적대적 반항장애는 단순히 말을 안 듣는 문제가 아니라, 행동문제가 아이의 학교생활이나 가정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수준의 질병이다. 이 질병을 보이는 사람은 저마다 다르지만, 남자아이의 경우 과거 학령기 이전에 기질이 까다롭거나, 활동성이 높았던 아이들이 주로 많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자존감이 낮고, 기분이 쉽게 변하고, 화를 잘 참지 못한다. 적대적 반항장애 아동은 남들보다 이른 시기에 욕을 배우고, 술·담배에 빠지기 쉬우며 부모, 선생님, 또래와 다툼이 잦다. 어른에게는 물론 친구들에게까지 적대적인 감정을 보이며, 공격적인 언어를 사용하거나,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을 괴롭힌다.
이런 아이들의 부정적이고 반항적인 행동은 일반적인 방법, 예를 들어 타이르거나, 편지를 쓰거나, 혼내거나 하는 방식으로는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이런 아이들은 대화하거나 복종하는 행위 자체에 거부감을 느낀다. 섣불리 그런 접근을 시도했다가는 오히려 어른의 참을성을 시험하고, 지시를 무시하고, 대들고, 잘못을 해놓고도 당당한 모습을 보게 된다.
아이의 발달과정상 어느 정도의 적대적 행동은 정상으로 본다. 자기주장과 타인에 대한 거부 행동을 바탕으로 주체성, 자율성, 자기조절능력 등을 확립해 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자기표현과 주장을 부모가 적합하지 않은 방식으로 억압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가정환경이 주요한 원인
적대적 반항장애는 주로 만 8세를 전후로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빠르면 3세부터 나타날 수 있다. 사춘기 전에는 남자아이에게 많이 보이지만, 그 이후에는 남녀 차이는 거의 없다. 반항적인 행동은 주로 집에서만 관찰되지만, 심한 경우 학교나 공공장소 같은 집 밖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수개월 혹은 몇 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난다. 구체적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엄하고 강압적인 집안 분위기에서 자란 아이에게서 많이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가정환경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추정한다. 적대적 반항장애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요인들은 다음과 같다.
• 아이의 성격과 그 기질에 대한 부모의 반응
• 유전적 기질
• 부모의 불화 또는 폭력
• 잦은 이사
• 두뇌 손상
• 신경전달물질의 이상
적대적 반항장애는 부모 가운데 한 명이 기분장애, 품행장애, ADHD, 반사회적 성격장애, 물질남용과 관련한 장애가 있을 때 나타날 확률이 높다. 또 엄마가 우울증일 때도 자주 나타나기는 하는데, 아이의 반항장애 때문에 엄마가 우울증에 걸린 건지, 엄마가 우울증에 걸려서 아이에게 반항장애가 생긴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기타 심리적 질환이나 품행장애 증세를 함께 보일 때는 적대적 반항장애 진단을 내리지 않으며,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있는 18세 이상의 성인에게도 해당하지 않는다. 적대적 반항장애는 품행장애와 달리 공격 성향이 그렇게 심하지 않고, 신체를 훼손하거나 무기를 휘두르는 등의 잔인한 면은 보이지 않는다. 적대적 반항장애와 함께 나타날 수 있는 문제로는, 학습부진, 우울증, ADHD, 약물남용, 특이한 행동 등이 있다. 적대적 반항장애를 앓는 아이는 우울하고, 쉽게 좌절하고, 약물에 의존할 확률이 높다.
심리검사와 함께 아이와 부모를 면담하고, 병력을 확인해봐야 한다. 이 장애는 단독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진단을 내리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참고로 ADHD 아동의 50%는 적대적 반항장애 증상을 보이고,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아동의 10~29% 역시 이 증상을 보인다. 이 장애의 증상은 품행장애와 유사한데, 품행장애 진단기준에 맞을 때는 적대적 반항장애로 진단하지 않는다. 적대적 행동이 다른 또래 아이들보다 자주 나타나며, 심각한 영향을 미칠 때만 적대적 반항장애로 진단을 내린다. 이런 행동은 학교나 가정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야 한다.
부모도 함께 바뀌어야 치료돼
적대적 반항장애의 치료에는 인지·행동 치료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바람직한 행동에 대한 보상과 자기 감시, 자기 지시 등을 훈련하여 규칙을 따르는 법이나 분노와 감정을 통제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아울러 다른 사람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기술도 익힌다. 아이 주변에 역할 모델이 있다면 효과가 매우 높다.
적대적 반항장애의 원인이 가족에게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근본적으로 치료하려면 아이 자신뿐 아니라 부모도 변해야 한다. 부모 교육을 통해 부모들은 적대적이고 반항적인 아이를 대할 때 필요한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기술을 익힐 수 있다. 부모 교육 가운데 한 종류인 부모 자녀 상호작용 치료는 왜곡된 부모 자녀 관계를 바로잡는 프로그램으로, 효과적인 대화법, 교육법, 여가 활용법 등을 배우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적대적 반항장애를 치료하는 데 효과가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를 받는 아이들이 빨리 완치될 수 있도록 부모들은 다음 사항을 잘 따르고 있는지를 수시로 확인해 봐야 한다.
• 자신에게 타임아웃을 건다.
• 자신이 무엇에 불안해하는지 파악한다.
• 행동에 앞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
• 화를 가라앉히는 방법을 찾는다.
•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고 있다.
•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는 운동을 한다.
• 효과적인 대화법을 익힌다.
•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생활표를 만든다.
• 즐겁게 할 수 있는 취미를 찾는다.
• 친구들과 건전하게 어울리는 시간을 늘린다.
• 실수를 인정하는 법을 배운다.
약물치료는 적대적 반항장애가 ADHD와 함께 나타날 때만 시 행한다. 현재까지 다른 심리질환에 쓰이는 약물이 적대적 반항장애에도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는 없다. 오래 지속되면 학교생활에 문제가 생기고, 친구도 안 생기며, 열등감에 빠지고, 우울증과 불안에 시달리는 등 심각한 정서적인 문제를 보이므로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
내버려두면 위험
적대적 반항장애가 있던 아이들의 성장 후 모습은 다양하다. 몇몇 아이들에게서는 적대적 반항장애가 품행장애나 기분장애로 발전하기도 한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다른 성격장애로 발전하기도 한다. 몇몇 아동은 치료에 잘 반응하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적대적 반항장애 치료를 받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직장이나 기타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