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몰래 자위행위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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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664회 작성일 22-09-14 11:52본문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를 둔 부모들을 상담할 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아이들의 성문제입니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성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은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점부터입니다. 특히 남자아이를 둔 부모는 아이의 자위행위를 확인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걱정을 많이 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엄마와 상담한 적이 있습니다. 우연히 아이가 자위행위하는 것을 목격하고 나서 아이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겠고, 아이를 대할 때마다 어색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제 본 제 아들이 아니더라고요. 얼굴을 볼 때마다 자꾸 그 생각이 나서 말도 잘 못하겠어요. 아이가 혼자 방에 있을 때면 가슴이 막 뛴다니까요."
사춘기 아이들의 자위행위는 사실 아이들보다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에게 더 큰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는 아직 어린 자식일 뿐인데, '어린 아이'가 '성행위'를 하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부모 대부분이 아이들의 성 문제에 관해서 만큼은 머릿속의 지식을 실제 내 아이에게 적용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성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고, 성에 관한 대화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잘 알면서도 막상 생활 속에서 성 문제에 부딪히면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게 되지요. '나는 저렇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아이가 자위행위 하는 것을 목격하면 부모 대부분이 충격을 받지요.
부모가 아이들의 성문제를 껄끄러워 하는 것은 머리로만 이해하고 감정으로는 제대로 공감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미숙하지만 우리 아이도 성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지요.
사실 자위행위 자체는 이 나이 또래 아이에게서 드러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간은 인간이기 이전에 생식 본능을 가진 동물입니다. 그 본능에 따라 아주 어린 아이일 때부터 자위행위를 하게 됩니다. 걸어다닐 수 있는 나이임에도 엎드려 노는 경우가 많고, 침대 모서리에 아랫배를 대고 문지르기도 하며, 심지어 직접 성기를 만지작거리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자위행위는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합니다. 돌 전 아이는 기저귀가 성기에 스칠 때 쾌감을 느끼기도 하지요. 그러던 것이 다른 관심거리나 놀 거리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줄어 7~12세까지는 차차 감소합니다. 그러다가 2차 성징 전후로 성에 대한 호기심이 늘면서 자위행위도 급격하게 증가하게 됩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자위행위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고생은 36.8%가 자위행위를 했다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남학생은 67.3%나 자위행위를 경험했으며, 그 중 18% 이상이 이미 초등학교 때 자위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소년기의 자위행위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실제 성관계를 대신해주는 도구가 되어 장차 경험할 성생활에 대한 연습의 의미가 있습니다. 긴장과 스트레스 해소 등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의 자위는 호르몬대사와 성적 욕구를 억제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물론 자위행위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다른 일까지 등한시할 수도 있는 한편 죄책감을 느끼게 되어 자기비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범주의 자위행위는 어른이 되어가는 청소년기의 성생활이므로 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줘야 합니다.
아이의 자위행위를 알게 된 부모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묵인하거나, 직접적으로 화를 냅니다. 심지어 어떤 부모는 아이에게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이런 것에 정신을 팔고 있으니 공부가 되겠어?"라는 말로 아이를 죄인 취급합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자위행위는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의 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성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자위행위를 하는 아이 자신조차도 그것을 비도덕적인 행위로 인식하고 있지요.
한 연구에 따르면 65% 이상의 청소년들이 자위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중 ⅔ 이상이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하였습니다. 이렇게 자위행위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아이를 부모마저 몰아붙인다면 아이가 지나친 죄책감에 빠지게 되고, 이 죄책감은 성에 대한 혐오감, 더 나아가 자신에 대한 혐오감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자위행위를 발견했을 때 부모가 기억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첫째, 아이의 자위행위를 하나의 통과의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간혹 "자위행위를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게 더 좋은 것 아닌가요?"'라고 묻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아이에게 자위행위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자위행위가 죄악은 아니므로 죄책감을 느끼게 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아이의 자위행위 자체를 막거나, 자위행위를 하는 아이 앞에서 전전긍긍하기보다는, 아이가 자위행위에 대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성교육을 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둘째로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성에 대한 인식을 바로 세워주어야 합니다. 성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없는 아이들은 자위행위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자위행위를 하면 키가 작아지거나 머리가 나빠지고, 자라서 문란한 성생활을 하게 된다는 식이지요.
이런 잘못된 정보를 가지면, 성적 욕구로 말미암아 자위행위를 행하면서도 심리적 불안감과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럴 때 부모와의 대화는 아이를 안정시킬 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올바른 성에 대한 지식을 전해줍니다. 예를 들어 남자아이라면 아빠의 사춘기 시절의 경험, 자위행위의 올바른 생각 등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아이가 지나치게 자위행위에 집착한다면 다른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성적이 떨어지거나, 자신에 대해 열등감을 가진 아이의 상당수가 자위행위에 집착하는 것을 자주 봅니다.
따라서 아이가 자위행위에 집착한다면 다그치거나 억압하기 이전에 아이의 심리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대화를 통해서도 변화의 조짐이 없다면 심리치료를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은 아무리 부모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고민을 쉽게 말하지 못할 때가 잦습니다. 특히 그 과정에 자위행위가 섞여 있다면 부모에게 자신의 치부를 보이는 것 같아 더욱 조심하게 되지요. 아이가 지나치게 자위행위에 집착하면서 대화를 거부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