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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599회 작성일 22-09-1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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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athy를 보통 공감이라고 번역하지만 동감(同感)이나 감정이입(感情移入), 동정(同情)으로 번역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 표현들은 empathy와 구별할 필요가 있는 sympathy를 번역할 때 쓰기도 한다. 여기서는 심리학자들과 정신과 의사들이 주로 쓰고 있는 번역을 사용해 empathy는 공감으로, sympathy는 동정으로 번역하겠다.

공감과 동정을 동의어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지만 상담(상담심리학 참조) 분야에서는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선 공감이 상대의 입장과 감정을 이해하고 느끼는 것이라면, 동정은 상대방의 감정을 동일하게 느끼는 것이다. 두 단어의 차이는 접두에서도 알수 있다. 우선 em(en)은 in · into · with라는 의미로 자신의 입장과 관점이 유지되는 상태이지만, sym(syn)은 same이라는 의미로 상대방에게 동화되는 상태다.

둘 다 감정의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공감이 인지적인 측면과 함께 감정을 느끼는 것이라면, 동정은 이와 달리 감정에 압도당하는 경험이다. 따라서 동정은 상대방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상대방을 위해 그 어려움을 직접 해결하려고 나서게 만들 수 있다. 동정의 중심에는 자신의 경험과 감정이 있기 때문에 단편적인 이야기만으로도 상대방의 입장과 처지에 동화된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눈물을 흘리는 것은 동정인 것이다. 반면에 공감은 상대방과 자신을 명확히 구분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감정에 압도되거나 동화되기보다는 그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로저스는 인간중심 치료에서 이를 공감적 이해라고 표현한다.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할 수 있는 공감 반응은 아무 말 없이 친구의 손을 잡거나 가볍게 안은 채로 등을 토닥여주는 것이다. 물론 이때 친구가 “나 너무 힘들어”라면서 감정을 드러낸다면 “왜 안 힘들겠니”라면서 감정을 읽어주면 좋다. 교과서에 나오는 공감 표현 중 일부는 우리나라보다는 서양 정서에 더 적합한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문화는 자신의 감정을 직접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언어적 방식보다는 비언어적 방식의 공감이 더 자연스러운 경우가 많다. 한편 친구에게 동정을 하는 사람은 상대보다 더 크게 울면 “어쩌면 좋아. 너 이제 어떡해”를 연발하거나 친구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하려고 나선다. 친구가 부탁하지도 않았고, 원하지도 않는데도 말이다.

딸이 자신의 고민이나 힘들었던 경험을 엄마에게 이야기했을 때, 공감하는 엄마들은 딸의 감정을 읽어주면서 딸이 스스로 이겨내도록 지지해준다. 결코 딸보다 더 슬퍼하거나 앞서가지 않는다. 반면에 동정하는 엄마들은 눈에 이슬이 맺혀 있는 딸 앞에서 먼저 울음을 터뜨리면서, 딸을 보호하기 위해 성급하게 나선다. 공감을 받은 딸은 다시 엄마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으나 동정을 받은 딸은 자신보다 오히려 엄마를 걱정해 다시는 이야기를 하지 않겠노라고 생각하기 쉽다. 공감을 받은 딸은 힘든 감정을 쉽게 극복할 수 있으나 동정을 받은 딸은 오히려 더 힘들어지거나 자신보다 더 크게 우는 엄마를 보고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자신의 감정으로 상대방을 조종하려고 하는 사람은 공감보다는 동정을 바라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감을 원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해결하기 원하기 때문이다. 단지 현재의 감정에 대해 함께 나눌 사람을 원하며, 필요하다면 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어한다. 이것이 심리학자를 찾아가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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