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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는 장내세균의 이상 증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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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1,237회 작성일 22-09-0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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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 주에 거주하는 소말리아인들에게는 가슴 아픈 수수께끼가 있다. 이들이 ‘미네소타병’이라고 하는 난치병이 유독 소말리아인들의 아이들만 골라서 덮치기 때문이다. 미네소타병은 다름 아닌 ‘자폐’다. 미국에서 태어난 소말리아 난민 아이들은 28명 중 1명꼴로 자폐에 걸린다. 미국 평균 150명 중 1명보다 많다. 본국 소말리아에서 자폐는 존재하지도 않는 병이었다. 소말리아어에는 자폐라는 말도 없다.

4만 명 정도의 소말리아 난민들이 미네소타에 살고 있다.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는 가장 큰 규모이다. 대부분 1993년의 혹독한 내전을 피해 탈출한 사람들이다. 케냐의 캠프에서 몇 년을 고생한 끝에 이들은 겨우 미국으로 탈출하는 행운을 얻었다. 이들은 2000년에 미국 미네소타에 집단 이주했다. 소말리아인 부모들은 자폐를 백신 탓이라고 믿고 있다. 미국에 도착한 첫해부터 백신은 이들에게 반복적인 일상이 됐다. 입국 과정에서 개인당 열 번 이상 백신 접종이 이루어졌다. 임신 중인 엄마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미국 정부가 짜놓은 백신 접종 스케줄 표에 따라 차곡차곡 예방주사를 맞았다. 이들이 맞은 백신에는 대부분의 치메로살(Thimerosal)이 들어 있었다.

1998년 권위 있는 의학 학술지 『란셋』에 MMR 백신이 자폐를 유발한다는 논문이 실렸다. 이로써 세계 각국에서 백신 논란이 불거졌다. 이 논문을 기고한 앤드류 웨이크필드(Andrew Wakefield)는 자폐아의 장에서 살아 있는 홍역 바이러스를 검출했다고 주장했다. 이듬해 FDA가 백신에 방부제로 들어간 치메로살에 허용치 이상의 수은이 들어 있다고 문제 삼으면서 논란은 더 증폭됐다. 수은은 신경독성 물질이다.

그러나 자폐가 처음 보고된 것은 1943년, MMR 백신은 물론 대부분의 백신이 상용화되기 이전의 일이다. 역학적 조사에서도 MMR 백신과 자폐의 상관성은 통계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1993년 뇌수막염을 우려하여 MMR 백신의 사용을 중지했는데, 그 이후에도 자폐증 발생 건수는 계속 증가했다. 제약업체들이 치메로살을 백신에서 제거한 후에도 자폐증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MMR 백신의 문제를 처음 지적했던 웨이크필드의 논문은 일부 데이터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란셋』은 논문을 취소했다. 백신을 자폐의 원인으로 보기에는 역학적 증거가 너무 빈약하다.

국외로 이주한 소말리아 아이들이 자폐에 잘 걸리는 것은 미국의 경우만이 아니다. 스웨덴으로 이주한 소말리아 난민들의 아이들도 자폐에 잘 걸린다. 거기서는 자폐를 스웨덴병이라고 한다. 스웨덴에서 태어난 우간다 아이들도 스웨덴 평균의 200배나 높은 자폐 유병률을 보인다. 소말리아인들이 미국과 유럽으로 이주하면서 바뀐 환경은 백신만이 아니다. 그 환경 가운데 원인이 있을 것이다.

미네소타의 깨끗한 환경이 오히려 문제가 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해보자. 천식과 알레르기는 시골과 개발도상국가에서는 흔하지 않다. 자폐증은 어떨까? 자폐증 역시 천식과 유사한 발생 패턴을 따른다. 시골보다는 도시에서, 개발도상국보다는 산업국가에서 많이 발생한다. 그리고 천식처럼 둘째나 셋째보다 첫째 아이에게 많다. 천식처럼 자폐도 면역 시스템의 문제로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

1980년, 자페아들이 입원하고 있던 뉴욕의 한 정신과병원에서 바이러스 집단 감염 사고가 있었다. 감염된 아이들은 발열 증세를 보였는데, 특이하게도 열이 나는 동안 일시적으로 자폐 증세가 호전됐다. 바이러스가 치료되자 아이들은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 이 사례는 자폐와 면역시스템 간에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면역계와 두뇌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T세포가 부족한 생쥐는 인지력이 떨어진다. 면역 신호물질인 인터루킨을 제거한 생쥐도 뇌기능이 저하되었다. 가족 중에 자가면역질환을 앓는 사람이 있는 경우 자폐아가 태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덴마크 학자들은 1993년부터 2004년까지 자국에서 출생한 아기들 가운데 자폐 스펙트럼으로 진단받은 아기 전체 3,300명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자폐아의 엄마는 류머티즘과 셀리악병 같은 면역질환 유병률이 매우 높았다. 특히 셀리악병은 일반 아동의 엄마에 비해 3배나 되었다.

자가면역질환은 면역 조절력의 부재, 즉 염증반응을 정지시키는 데 실패함으로써 발생한다. 자폐증 역시 이와 유사한 면역통제력의 문제로 발생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이의 면역계가 자기 두뇌에, 또는 엄마의 면역계가 태아의 두뇌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임신기에는 엄마의 면역계가 태아를 이물질로 인식하지 않도록 하는 면역 조절이 중요하다. 임신기의 면역 조절 장애가 자폐의 한 원인이라면 아기의 뇌에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다. 존스 홉킨스 병원의 카를로스 파르도(Carlos Pardo)는 자폐아의 뇌 조직에서 정상보다 비대해진 면역세포들을 발견했다. 파르도는 이것을 장기간에 걸친 염증의 결과로 보았다.

모체의 만성 염증이 새끼에게 자폐를 유발할 수 있음이 동물 실험으로 입증되었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의 폴 패터슨(Paul Patterson)은 임신한 생쥐에게 인터루킨6를 주사했다. 인터루킨6는 염증을 일으키는 신호물질이다. 태어난 새끼들은 자폐 유사 증상을 보였다. 위스콘신 대학교의 크리스 코우(Chris Coe)는 원숭이에게 이와 유사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세균의 내독소를 모체에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로 사용하면서 내독소의 양을 극미량에서부터 조금씩 증가시켰다. 내독소를 아주 조금만 받은 원숭이는 자폐 증상이 있는 새끼를 낳았다. 이 새끼들은 대뇌가 확대돼 있었다. 내독소를 많이 투여하여 급성 염증이 일어난 경우에는 자폐가 아닌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낮은 수준의 만성 염증만이 자폐를 일으키는 것 같았다.

자폐아들은 여러 가지 면역 이상이 있다. 자폐아들은 혈중 TNF 알파 수치가 높다. TNF 알파는 감염을 일으키는 미생물과 맞서 싸우는 데 필요한 신호물질이다. 호르몬의 일종인 렙틴의 수치도 높다. 렙틴은 염증을 증가시킨다. 그리고 염증을 통제하는 조절 T세포도 부족했다.

자폐가 면역기능의 문제에서 발생한다는 증거들이 차츰 쌓이고 있다. 퇴행성 자폐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도 면역 조절 장애를 일으키는 한 가지 원인이다. 파인골드는 “면역계가 건강할 경우 자폐는 생기지 않는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감염에서 자유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감염질환이 감소하자 면역질환이 증가했다. 현대인은 만성적 염증을 갖는 경향이 있다. 자폐는 현대의 많은 염증성 질환 가운데 하나일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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