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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울화병, 鬱火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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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545회 작성일 22-09-1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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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의 분노, 울분을 억지로 억제해서 생기는 통증·피로·불면증 등 다양한 병증을 통칭하는 말이다. 치미는 울화를 제대로 발산하지 못해 생기는 병으로 그래서 ‘울화병’이라고도 한다. 화병은 억울하거나 답답한 감정, 속상함 등의 스트레스가 장기간 쌓여 신체적 증상으로 발현되는 증후군으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과는 조금 다르다. 화병은 한국 사람에게서만 발견된다. 한국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김열규는 “화병은 한국인의 심암(心癌)으로, 마음속에 기생하는 악성 종양”이라고 했다.

그는 또 “원한은 한국인의 정서적 생채기다. 원한의 서정은 이 땅의 문화에서 역사적인 주류로 흘러왔다”면서 화병은 원한의 문화와도 관련이 깊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정신 질환 진단의 교범(敎範) 역할을 하는 미국정신의학회는 1994년 펴낸 『정신장애 진단 통계 편람』에서 ‘화병(Wha-byung)’을 “한국인의 독특한 정신질환”이라며 문화 관련 증후군의 하나로 한글 발음 그대로 실었다.

가부장적 문화 때문에 화병은 중년 여성들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중년 남성들에게서도 화병은 발견된다. 2014년 강동경희대병원에 따르면 화병클리닉 치료 환자 중 40세 이상 남성의 수는 2011년 54명에서 불과 1년 만에 139명으로 2.6배로 늘었다. 화병은 취업준비생들에게도 발견된다. 한 조사에 의하면 구직자 10명 중 6명은 화병을 앓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직장인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2015년 1월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4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90퍼센트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화병을 앓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병이 생긴 이유는 ‘상사, 동료와의 인간관계에 따른 갈등’(63.80퍼센트)이 가장 많았다. 이어 ‘과다한 업무, 업무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24.89퍼센트), ‘인사 등 고과산정에 대한 불이익’ (3.62퍼센트), ‘이른 출근 및 야근으로 인한 수면 부족’(3.17퍼센트), ‘퇴출,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2.71퍼센트) 등이었다.

한국인의 화병은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려도 그저 잘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와 관련이 깊다는 견해가 있다. 이재헌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 유교 문화는 솔직한 감정 표현을 미성숙한 것으로 치부했다”며 “스트레스는 감정 표출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데 참는 걸 미덕으로 여기다 보니 화병 환자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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