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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을 통해 들어온 양키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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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672회 작성일 22-09-0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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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하지 중장이 이끄는 미 24군단이 서울에 진주한 뒤, 9월 10일 총독부 회의실에서 일본 총독 아베가 항복 문서와 함께 이제껏 사용하던 관저와 병영 일체를 미군에게 넘겨준다.1) 이로써 한반도 남쪽에는 이른바 미 8군 또는 지아이(G.I.)들에 의해 다소 천박하고 가벼워 보이는 아메리카 문화가 상륙한다. 초콜릿이나 껌을 얻기 위해 미군이나 미군이 탄 지프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어린이들, 양키들에게서 얻은 커다란 사이즈의 구호 물자를 걸친 남녀들의 행색이 새로 해방 공간의 풍경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초콜릿이나 껌을 얻으려고 미군이나 지프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해방 공간의 새로운 풍경으로 자리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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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모습을 한 양키들에 대한 우리의 첫 감정은 대체로 우호적이었다고 하겠다. 일제에 대한 미움이 너무 컸기 때문에 해방이라는 선물을 안고 나타난 그들이 우리 민족을 구해준 수호신처럼 비친 까닭이다.

미국군이 인천에 상륙하였다.······ 그들은 확실히 조선 사람의 천사임에 틀림이 없었다. 조선 사람을 위하여 일본 사람을 조선에서 쫓아 줄 그들이었고, 따라서 조선의 해방, 조선의 독립을 위하여 힘써 줄 그들인 까닭이었다.
박노갑, 『사십 년』(1949)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그들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미국 군대가 서울에 온다는 것을, 조선 사람이 확실히 알게 된 때에 조선 사람들은 평생 상상도 못하였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선의 남북을 끊어놓는 ‘삼십팔도선’이라는 것이었다.
박노갑, 『사십 년』(1949)

미군의 상륙과 더불어 두드러지게 나타난 문화 현상의 하나는 영어의 위력이다. 일제 강점기에 말살 정책으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한국어의 순결성이 채 회복되기도 전에, 이번에는 영어가 물밀듯이 들어와 한국어를 세차게 할퀸 것이다. 일본어와 달리 강제로 쓰게 하지는 않았지만, 영어는 엄청난 속도로 침투해 새 시대의 처세와 생활 수단으로 위력을 떨친다. 영어 몇 마디만 할 줄 알면 군정 요원이나 통역으로 기용된다든지, 운 좋으면 적산 가옥의 문서나 호화 가구를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실제로 이런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기도 한다.

미군이 주둔하게 된 서울 용산과 그 언저리 이태원 일대는 유난히 외국 군대의 침략으로 말미암은 한이 많이 서린 곳이다. 용산은 한일의정서를 빙자한 일제가 저희 군대를 영구 주둔시키기 위해 숭례문(남대문)에서 한강에 이르는 길목에 군용지라는 표말을 멋대로 세우고 조선인들의 출입을 막은 곳이다.2) 이태원은 왜란 때 여승들만 거주하던 ‘운학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이 곳의 여승들이 왜군의 만행으로 아이를 낳게 되는 바람에 그 아이들을 위해 나라에서 이태원(異胎院)이라는 이름의 보육원을 지어준 곳이다.3)

외국 군대의 점령지라는 슬픈 역사를 지닌 이 곳의 임자가 이제는 일본에서 미국으로 대체된 것이다. 해방 직후의 극심한 경제난과 궁핍으로 말미암아 더러 우리네 누이들은 가족의 생계 또는 가난한 애인의 학비를 위해 매매춘의 현장에 발을 들여놓기도 한다. 그들은 피엑스(PX)에서 흘러나온 구호 물자 원피스를 걸치고, 코티분4) 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싸구려 미제 빨간 매니큐어와 립스틱을 찍어 바르고 용산 · 이태원 · 의정부 · 동두천 등지의 기지촌에 낙화처럼 몸을 던진다. 해방 직후만 해도 일부 계층에서만 볼 수 있던 이 양공주 또는 양색시 문화는 6·25를 기점으로 다른 계층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다.

미군의 상륙 뒤에 일어난 사회의 변화상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이 시기의 소설 작품으로는 박노갑의 「사십 년」을 비롯해 정비석의 「귀향」, 이봉구의 「브라운과 시계」, 채만식의 「미스터 방」 등을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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