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아빠로 지내는 것이 너무 외롭고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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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516회 작성일 22-09-16 13:25본문
올해로 기러기아빠 3년 차입니다. 이제 혼자인 것이 지긋지긋해요. 야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반겨주는 가족도 없고, 밤만 되면 너무 외롭고 힘듭니다. 아내나 자식들은 제게 돈만 바랄 뿐 어쩌다 가끔 얼굴을 봐도 별로 반기지 않는 것 같아요.
기러기아빠란 자녀교육을 목적으로 배우자와 자녀를 외국으로 보내고 홀로 국내에 남아 뒷바라지하는 아버지를 말합니다. 기러기아빠는 조기유학 열풍에서 생겨난 현상으로, 평소에는 한국에 머물며 돈을 벌다가 1년에 1~2번씩 가족이 있는 외국으로 날아간다는 점에서 철새인 기러기와 비슷해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떨어져 생활하는 처음 3~6개월 사이엔 오히려 아빠가 더 편안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과 엄마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고 말도 잘 통하지 않지만, 아빠는 그동안의 생활에서 벗어나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죠. 친구들을 만나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가도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으니 속이 편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활이 지속되다 보면, 서서히 외로움과 쓸쓸함이 찾아옵니다. 처음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화상전화나 인터넷전화로 가족과 통화를 하지만, 어느덧 통화 횟수는 하루에 한 번, 이틀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줄어들고, 아이들과 부인은 점차 영어나 외국어를 많이 쓰면서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게 느껴집니다. 두 집 생활을 하다 보니 생활비가 많이 들어 돈에 쫓기고요. 기러기아빠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는 경제적인 것으로, ‘내가 돈 버는 기계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40~50대가 대부분인 기러기아빠들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고, 주로 저녁에 폭식을 하거나 술로 끼니를 때우게 되어 알코올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양결핍, 체력저하, 비만 등이 나타나고, 만성두통, 소화불량, 어지럼증 등에 시달립니다. 생활리듬이 깨진 상태에서 과도한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되어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심혈관질환 등 생활습관질환을 키우게 되며, 무엇보다 심리적인 외로움 때문에 우울증에 쉽게 빠집니다. 성적인 욕구도 해소하기 힘들어 바람을 피우기도 하는데, 외국에서 외롭게 생활하던 배우자 역시 불륜을 저질러 가정이 해체되기도 합니다.
이 모두가 아이들의 미래와 교육을 위해 하는 희생이라지만, 실제 연구를 보면 부모와 같이 지낸 아이들의 학업성취도가 더 높다는 결과가 많습니다. 기러기가족이 되는 결정을 내리기 전, 가족이 왜 존재하는가에 대해 깊이 고려하고, 학력과 외국 경험에 대한 투자가치 역시 깊이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기러기가족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가족 간의 유대를 지켜나가야 합니다.
첫째, 가족끼리 규칙적으로 연락하고 만나야 합니다. 시차를 고려해 시간을 정해둔 다음, 정기적으로 목소리를 듣고 안부를 나눠야 합니다.
둘째, 가능하면 혼자 지내지 않습니다. 서로 불편해도 아빠가 본가에 들어가 살거나 되도록 본가와 가까운 곳에서 지내는 것이 좋으며, 사람도 일정하게 만나야 합니다. 외국에서 생활하는 엄마와 아이들도 교회 등에서 같이 어울리는 모임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도 한국문화를 쉽게 잊어버리지 않고, 엄마도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외로움을 달랠 수 있으니까요.
셋째,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만들고, 가능하면 술을 많이 마시지 말아야 합니다. 기러기아빠들은 대개 주량이 늘고, 심하면 알코올중독이 되기도 하므로,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를 하며 건강도 챙기고 스트레스도 해소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족을 위하기보다도 자신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이 꼭 좋은 일은 아닙니다. 내가 너무 외롭고 힘들다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거나 가족들이 다시 같이 지낼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