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PI ・ MB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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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1,157회 작성일 22-09-07 13:16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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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심리 검사는 MMPI와 MBTI이다. M으로 시작하는 네 철자라는 점에서 두 검사를 혼동하는 이들이 많지만 두 검사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르다. 우선 MMPI는 1940년대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임상심리학자인 해서웨이(Starke Hathaway)와 정신과 의사인 맥킨리(Jovian McKinley)가 정신장애(이상심리학 참조)의 진단을 돕기 위해 제작한 검사다. 일반인과 정신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일련의 문항들에 응답하게 한 후 두 집단을 의미 있게 구별해주는 문항을 선별해 척도를 구성했다. 이를 경험적 방식이라고 한다.
임상 척도는 모두 10개로 1번은 건강염려증(Hs ; hypochondriasis), 2번은 우울증(D ; depression), 3번은 히스테리(Hs ; hysteria), 4번은 정신병리적 일탈 혹은 반사회성 성격(Pd ; psychopathic deviate), 5번은 남성성-여성성(Mf ; masculinity-femininity), 6번은 편집증(Pa ; paranoia), 7번은 신경쇠약 혹은 강박증(Pt ; psychasthenia), 8번은 정신분열(Sc ; schizophrenia), 9번은 경조증(Ma ; hypomania), 0번은 사회적 내향성(Si ; social introversion)이다. 이중에서 5번과 0번을 제외한 8개의 척도는 1940년대 당시 주요한 정신장애였다. 5번은 원래 동성애를 알아내기 위해, 0번은 대인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만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MMPI는 정신장애의 진단이라는 원래의 목적에는 별로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예기치 않던 유용성이 발견되었는데, 바로 피검자의 성격(성격심리학 참조)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MMPI는 정신장애가 없는 일반인들에게도 유용한 검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는 각 척도를 정신장애의 명칭보다는 번호로 부른다. 또한 현재의 정신장애는 1940년대와 큰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현상은 바람직하다.
MMPI는 웩슬러 검사(지능 참조)처럼 모집단의 점수로 규준을 설정해 검사 점수의 의미를 파악하는 규준 검사다. 평균에서 2표준편차(30~70점, 전체의 95%)까지는 정상 범위로 보고 2표준편차 이상의 점수만 의미있게 해석한다. 따라서 심리적인 문제가 많지 않은 사람이나 평범한 성격의 소유자는 각 척도의 점수가 정상 범위에만 위치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해석의 내용이 적다. 그런데 567개 문항(MMPI-2의 경우)에 응답을 하기 위해 최소 1시간이 소요된다. 이런 점에서 MMPI는 일반인들보다는 전문적인 도움을 얻기 위해 정신과 의사나 임상심리학자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실시되는 경우가 많다.
채점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해야 하며, 해석은 어렵고 복잡하다. 간혹 자신의 MMPI 결과에 대해 전문가의 해석을 듣지 않고, 결과 프로파일을 보면서 자신이 정신병(신경증과 정신증 참조)에 걸린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8번 척도의 점수가 가장 높으니 자신은 틀림없이 정신분열이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그렇지만 각 척도의 점수는 정신장애보다는 성격의 특성으로 봐야 한다. 이런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심리학자들은 결과 프로파일을 내담자에게 직접 주지 않는 경향이 있다. 검사의 해석은 반드시 전문가에게 받아야 한다.
반면에 1962년에 출간된 MBTI는 모녀지간인 마이어스(Isabel Briggs Myers)와 브릭스(Katharine Cook Briggs)가 만들었다. 놀랍게도 이들은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다. 딸인 마이어스의 최종학력은 미국 스워스모어대학의 정치학 학사이며, 어머니 브릭스는 정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평소 위인이나역대 대통령들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성격을 분석할 정도로 사람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중 분석심리학의 유형 이론(5요인 모형 참조)을 알게 된 이들은 자신들의 성격 분석 결과를 접목시켜 성격 유형을 파악할 수 있는 문항으로 검사를 만들었다. 이를 연역적 방식이라고 한다.
융은 자신의 이론에서 사람들의 유형을 내향(I ; introversion)과 외향(E ; extroversion), 감각(S ; sensing)과 직관(N ; intuition), 사고(T ; thinking)와 감정(F ; feeling)의 세 차원으로 구분했다. 여기에 마이어스와 브릭스는 판단(J ; judgment)과 인식(P ; perception)이라는 차원을 추가했다. 각 차원마다 둘 중 하나로 결과가 나와 총 열여섯 가지의 성격유형이 존재한다. MBTI는 총 95개의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문항은 두 개의 선택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자신에게 더 적합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이런 방식은 총점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의 상대적인 선호도만을 파악할 수 있을 뿐, 규준의 설정과 개인간 비교가 불가능하다.
이 점에서 MBTI는 통계를 중요시하는 과학자(심리학 참조)에게는 외면받는다. 하지만 MMPI가 평범한 사람에 대해서는 별 다른 정보를 주지 못하는 것과 달리, MBTI는 그 누구라도 하나의 유형으로 분류해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 게다가 문항 수도 많지 않아 실시와 채점이 간편해 자신의 성격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에게 적합하다. 이처럼 두 검사는 성격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어떤 것이든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니 한 번쯤 받아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