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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온종일 게임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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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1,154회 작성일 22-09-0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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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놀이의 일종입니다. 네덜란드의 문화학자 J. 하위징아(J. Huizinga)는 호모루덴스(Homo Ludens), 즉 유희적 인간이라는 용어를 통해 인간은 본질적으로 유희를 추구하며, 놀이를 통해 인간문명을 성취해나간다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R. 카이와(R. Caillois)는 놀이를 규칙과 의지/운을 기준으로, 경쟁놀이, 우연놀이, 모방놀이, 현기증놀이로 분류했습니다. 경쟁놀이는 규칙과 당사자의 의지가 중요한 것으로, 장기, 체스, 스포츠 경기를 예로 들 수 있고, 우연놀이는 주사위나 카드게임처럼 규칙은 있지만 의지보다는 운에 의해 결과가 결정되는 놀이를 말합니다.

모방놀이는 의지는 있지만 규칙이 느슨한 형태로, 소꿉놀이, 연극, 연기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역할수행게임(Role Playing Game, RPG)도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죠. 현기증놀이는 의지도 규칙도 없으며, 그네, 미끄럼틀, 롤러코스터처럼 신체적 쾌감을 바탕으로 한 형태라 볼 수 있습니다. 현대의 컴퓨터 게임은 이런 요소를 모두 충족하고 있습니다.

게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우연놀이와 같은 요소들인데요. 이는 노력과 의지의 요소가 적고 불확정 요소에 의존합니다. 대뇌는 무언가를 기대할 때 쾌감물질인 내인성 마약물질을 분비하므로 중독성이 두드러지게 되는 것입니다. 현대의 게임은 자발적인 생성이라기보다는 기업의 이윤창출을 위해 디자인되는 면이 강해서, 아이템 뽑기 같은 도박적 요소가 강화된 면이 있죠. 이로 인해 무의미한 반복, 중독성 등을 이유로 비난을 받는 것입니다.

실제로 인터넷 혹은 게임중독에 빠져 있는 사람은 도박중독에 빠진 사람과 비슷한 두뇌상태를 보인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2012년 한 연구에서는 도박을 하는 상황에서 정상인의 경우에는 불안과 공포를 담당하는 편도체와 해마옆이랑이 활성화되는 데 반해, 인터넷 중독 집단에서는 어떤 보상을 기대할 때 발현되는 부위인 전반띠이랑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알코올중독자들이 술을 볼 때 나타나는 대뇌현상이 게임중독자에게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과 더불어 게임이나 인터넷의 복잡한 특성 등의 영향으로 게임문제는 쉽게 해결하기가 힘듭니다. 우선 인터넷, 컴퓨터 등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어 어디까지가 건전한 것이고 어디까지가 병적인 것인지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영화나 TV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상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통신과 매체는 1년이 멀다 하고 계속 바뀌기 때문에 전문가도 일관적인 기준을 만들기가 매우 힘들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우선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해볼 수 있습니다. 적당한 인터넷(게임, SNS 포함) 이용시간은 하루에 30분~1시간 30분 혹은 일주일에 4~10시간 내외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등학생은 욕구나 충동조절이 더 쉽겠으나 해야 할 공부 양이 많은 편이고, 초등학생은 욕구를 조절해야 하는 때이므로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데 더 엄격해야 합니다. 따라서 융통성 없는 막연한 시간제한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부모는 현실적으로 게임을 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드는지 또 자녀가 얼마나 많이 하고 싶어하는지 알아본 후 자녀와 논의해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 친구 모두 A라는 게임을 하는데 이 게임 한 판에 1시간이 걸린다면, 아이는 적어도 2~3판은 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이런 경우 2~3시간 정도를 허용해주지 않는 것은 현실성이 없죠. 다만 너무 많은 시간을 허용할 수는 없으므로 일주일에 1~2회 정도로 제한을 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반대로 초등학생이 10분 걸리는 게임을 즐기는 경우에는 해당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왜 아이가 게임에 몰두하는지는 여러 가지 원인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많은 스트레스로 지쳐 현실을 회피하는 경우,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에서 정체성을 획득하고 있는 경우, 중독성향이 높아 게임의 단순한 세계관에 몰입하는 경우, 현실에서의 불만족을 게임의 폭력성으로 해결하는 경우 등 여러 가지 배경이 있는데, 해당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억지로 게임을 제한해서는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일시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면 휴식 혹은 현실에서 잠깐 도피하는 것에 가까우므로, 대부분 아이들도 게임시간을 조절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부모가 허용적인 태도를 갖고 아이의 관심을 점차 다른 곳으로 돌려주면 원상복귀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아이가 게임만 반복하며 부모와 대화가 단절된 상황이라면, 게임을 부모에 대한 분노나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가정 내 환경을 재검토해보아야 합니다.

인지기능이 부족하거나 대인관계 곤란 등의 문제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쉬운 자극에 매달리고 있어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도 많습니다. 적절한 호기심과 동기를 부여해 정상적인 발달을 유도해야 할 시기에 단순한 자극만을 반복해 경험하는 이런 아이들은 예후가 좋지 못합니다. 따라서 게임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전문가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자녀가 하는 게임과 관련된 정보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아이가 즐기는 문화와 아이의 내면을 이해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2015년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대세 게임은 ‘리그 오브 레전드’(약칭 롤)입니다. 수년 전만 해도 다양한 게임들을 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지금은 많은 수의 학생들이 이 게임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마치 과거 ‘스타 크래프트’의 열풍을 보는 듯합니다.

게임의 경우, 어떤 게임을 즐기는지 보면 아이의 성향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롤’은 AOS(Aeon of Strife) 혹은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라는 장르로 팀원들 간의 역할분담, 사회적 소통이 승리의 중요한 요인이며, 역할이 다양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이에 게임할 때의 공격성이나 적극성에 따라 청소년의 평소 대인관계방식도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모두 다 ‘롤’만 하고 있는데 ‘카운터 스트라이크’나 ‘서든 어택’ 같은 1인칭 슈팅게임(FPS)을 주로 한다면, 자녀가 타인들의 취향에 다소 둔감하거나 아이들과의 밀접한 소통이 불편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런가 하면 자녀가 그 나이 또래들이 잘 하지 않는 게임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메이플 스토리’ 같은 게임은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전반까지 아이들이 많이 하는 게임이지만, 중고등학생인데도 이것 외에는 즐기는 게임이 없거나, 혹은 플래시 게임 같은 단순한 형태만 즐기고 있다면, 대인관계 및 자아발달에 문제가 있지 않나 의심해봐야 합니다. 10대인데도 동화나 어린이용 만화만 보고 있다거나 단순한 액션영화 줄거리조차 파악하지 못한다면, 이는 취향의 문제로 넘길 것이 아니라 다른 데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게임도 아이의 내면을 평가하고 파악할 수 있는 도구로 간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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