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prejudice, 偏見 한 집단에 대해 정당화될 수 없는 부정적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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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587회 작성일 22-09-30 14:17본문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를 떠올려보라. 단지 홀수반과 짝수반을 기준으로 청군과 백군을 나누었을 뿐인데, 아이들은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다. 자신의 팀을 위한 응원가보다는 상대를 비하하는 응원가를 더 많이 부르는 것은 물론 주먹다짐이라도 할 기세다. 분명 운동회 이전에는 옆 반 친구들과 친했던 아이들도 사이가 틀어진다. 이런 분위기는 운동회가 끝난 후에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이는 집단의 범주화(categorization)가 얼마나 강력한 편견의 원인인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고정관념과의 차이
편견이란 한 집단에 대해 정당화될 수 없는 부정적 태도로 모든 집단에게 일어날 수 있지만, 특히 소수집단에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인종, 성별, 연령, 장애 등 집단의 근거가 가시적일때 편견이 발생하기 쉬우며, 범죄자처럼 도덕성을 어긴다고 생각되는 집단도 편견의 대상이 된다.
편견과 혼동하기 쉬운 고정관념(stereotype)이란 한 집단에 대해 일반화된 신념이다. 고정관념은 그 내용이 부정적일 수도 있고 긍정적일 수도 있는 반면에 편견은 부정적 태도다. 우리는 보통 고정관념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으나 실은 그렇지 않다. 연예인처럼 일반인과 다를 것이라고 생각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향한 고정관념이 부정적인 내용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연예인 관련 기사를 살펴보라. 이들도 분명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지만 인간적인 모습을 보일수록 좋은 기삿거리가 되고 있다. 이면에는 연예인들은 우리와 다른 매우 특별한 사람들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편견으로 인한 편향과 오류
일단 편견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편향된 사고를 하게 된다. 편견의 대상인 집단(외집단)에 속한 사람이 잘못하면 그 집단을 매도하지만, 자신의 집단(내집단)에서 누군가가 잘못을 저지르면 개인의 잘못으로 돌린다. 전자를 외집단 동질성(out-group homogeneity), 후자를 내집단 편향(in-group bias)이라고 한다.
이러한 경향은 외집단의 악행은 내부 귀인을 하고, 선행은 외부 귀인을 하는 궁극적 귀인 오류(ultimate attribution error)로 이어진다. 외집단 사람이 나쁜 일을 저질렀다면 저것이 원래 저들의 모습이라느니, 천성은 바꿀 수 없다느니 하고 말한다. 만약 좋은 일을 했다면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라면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편견은 내집단과 외집단의 선행과 악행을 묘사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내집단의 선행은 추상적으로 기술하고 악행은 구체적으로 기술하며, 외집단은 이와 반대로 한다. 이를 집단간 언어 편향(intergroup linguistic bias)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추상적인 설명을 들으면 과장해 추론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내집단의 선행과 외집단의 악행은 더 크게 지각하도록 추상적으로 묘사하며, 내집단의 악행과 외집단의 선행은 객관적인 사실만을 지각하도록 세부적인 사항까지 묘사한다.
편견의 해소
어떻게 하면 집단간의 편견과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까? 노예해방 이후에도 인종간 편견과 갈등이 그칠 줄 몰랐던 미국에서는 일찍이 편견과 집단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분야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연구하는 심리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회심리학의 선구자인 쉐리프(Muzafer Sherif)는 이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실험을 실시했다.
1954년, 미국 오클라호마 주의 로버스 케이브(Robbers Cave) 야영장에는 초등학교 5~6학년 남자 아이들 22명이 도착했다. 아이들은 집단연구를 위해 실시하는 캠프라고만 알고 있었을 뿐, 구체적으로 야영의 목적과 절차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사실 연구자들은 평범한 캠프처럼 보이는 이 실험을 3단계로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1단계에서는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두 집단이 각각 위계적인 구조와 자기들만의 규범(규칙)을 형성하도록 하고, 2단계에서는 두 집단이 경쟁을 거듭하면서 갈등과 편견을 일으키게 하며, 마지막 3단계에서는 두 집단의 갈등을 해소하도록 하는 것이다.
캠프 진행자로 가장한 연구자들은 11명씩 두 집단으로 아이들을 나누어 캠프를 시작했다. 서로의 존재를 모르게 하기 위해 두 집단의 집결과 출발, 야영장 도착을 별도로 진행했다. 또한 야영장 중간에는 펜스를 쳐놓고 ‘접근금지’라는 안내 표지를 설치했다. 일주일 동안 두 집단은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수영과 야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집단 나름의 규범과 위계질서를 세워나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집단의 응집력(집단사고 참조)은 증가했고, 아이들은 ‘우리’라는 말을 빈번하게 사용했다.
첫 주 이후 연구자들은 아이들에게 서로의 존재를 알려주었고, 앞으로는 야영장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서로를 의식했고, 연구자들을 찾아가서 상대팀과 시합을 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연구자들의 의도대로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결국 연구자들은 총 10번의 시합에서 최종적으로 이긴 팀에게 멋진 부상을 약속했다. 아이들은 비장한 마음으로 경기마다 최선을 다했다. 시합마다 한 집단은 승리감을, 다른 집단은 좌절감을 맛보았다. 게다가 집단의 경쟁이 계속될수록 서로에 대한 적대감, 그리고 자기 집단에 대한 소속감과 유대감은 커져갔다. 급기야 두 집단은 온갖 욕설과 고성, 주먹다짐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 주에 연구자들은 두 집단을 화해시키기 위해 함께 식사하기, 영화 보기, 폭죽 쏘아올리기 등 7가지 활동을 주선했다. 서로 반목하는 집단이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해소할 수 있다는, 이른바 접촉 가설(contact hypothesis)에 근거한 활동들이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집단의 접촉은 갈등을 더 키우는 듯했다.
이에 연구자들은 회의를 통해 새로운 상황을 설정하기로 했다. 두 집단이 함께 힘을 모아야만 해결할 수 있는 상위 목표(superordinate goal)를 제시했다. 물을 공급하는 파이프의 고장난 밸브 함께 찾기, 재미있는 영화를 보기 위해 조금씩 돈 모으기, 흙구덩이에 빠져버린 트럭 밀기 등이었다. 상위 목표를 위해 두 집단이 긴밀하게 협동해 일하게 되면서 갈등은 조금씩 사라졌다. 결국 캠프가 끝나게 되었을 때 더이상 아이들은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지 않았으며, 자신들을 ‘우리’라고 불렀다.
어린 시절부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게 하기 위해 실시했던 장애인 통합교육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는 쉐리프 연구팀이 저질렀던 첫 번째 실수와 동일하다. 단지 학교에 특수학급 한 반을 설치 한다고 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해소되지 않는다. 오히려 편견과 갈등만을 증가시킬 수 있다.
미국 듀크대학의 사회학자 무디(James Moody)는 미국 내 다문화학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학교의 다문화성이 클수록 학생들은 인종과 민족을 더 많이 구분하고 있으며, 그들과의 친분관계는 더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했다. 편견의 해소를 위해서는 단순한 접촉과 만남이 아니라, 동일한 지위와 입장에서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하면서 개인간의 접촉과 다양한 접촉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