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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660회 작성일 22-09-2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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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과 성격의 관계가 과학적(심리학 참조)으로 입증된 것처럼 보이는 이 기사는 놀랍게도 연세대학교 대학원 기술경영학과 류성일 연구원과 심리학과 손영우 교수가 한국심리학회지 가을호에 게재한 논문 「혈액형 유형학 연구에 대한 개관」에 근거하고 있다. 심리학자가 혈액형과 성격의 관계를 입증했다는 논문을 썼다니! 그동안 수많은 심리학자들이 혈액형 유형학을 반대해왔기 때문에 이는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데 기사를 읽어보니 일종의 오보임을 알 수 있었다. 연구자들은 혈액형과 성격을 직접 조사한 것이 아니라, 국내의 여러 분야에서 발표된 관련 논문 50여 건을 검토했던 것이다. 그 결과 연구자들은 혈액형과 성격 사이에 상관이 있다고 주장하는 논문이 그렇지 않다는 논문보다 더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성격이란 유전과 환경(유전 vs. 양육 참조)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혈액형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기사를 읽고 나니 한 가지 의문이 풀렸지만, 새로운 의문이 생겨났다. 심리학자들은 일관되게 혈액형과 성격 사이에서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여전히 혈액형과 성격(성격심리학 참조) 사이에 상관이 존재하다고 주장하는 다른 분야의 논문들 때문이었다. 혈액형 유형학이 맞는 것처럼 주장하는 논문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경험상으로 혈액형 유형학을 신봉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혈액형과 성격 사이의 연관성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는 실제적인 무언가가 있다기보다는 혈액형 유형학에 대한 도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서 자기충족적 예언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의 혈액형에 맞는 성격 유형을 알면 자연스럽게 그에 적절한 행동을 하게 된다. 또한 애매한 성격 묘사가 자신의 성격을 잘 설명한다고 착각하는 바넘 효과도 한몫 한다. 세상에 소심하지 않은 사람이나 감정의 기복이 전혀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혈액형 유형학이 자신의 성격을 잘 설명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혈액형과 성격의 관계성은 보통 설문으로 조사한다. 설문 조사의 단점은 사람들의 실제 성격과 행동보다 생각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혈액형과 성격의 관계성을 인정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면, 당연히 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혈액형과 성격 사이에 상관이 존재한다면 왜 그런지, 즉 왜 피가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지 입증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연구는 전무하다.

사람들이 혈액형 유형학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이 주는 이득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사람에 대해 알고자 하는 비전문적인 심리학자(naive psychologist)다. 심리학자들이 이론적인 틀을 가지고 사람을 연구하듯이 일반인들도 나름의 이론적인 틀을 가지고 사람을 파악하려고 한다. 그 중의 한 가지가 암묵적 성격 이론(인상 참조)이며, 혈액형 유형학 역시 정확성은 없지만 이해하기 쉽고 간편해 이론적인 틀의 역할을 한다. 이는 제대로 된 심리학이 대중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정확하지 않으면 어떠냐고 반문한다. 처음 보는 사람을 빨리 파악해 통제감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혈액형 유형학을 배제해야 하는 이유는 부정확성 때문만이 아니라 그것이 편견과 차별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혈액형 유형학은 사람의 성격 중에서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킨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당신의 피 때문에 당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면 어떨까? 다른 사람의 혈액형을 들먹일 때는 즐겁겠지만, 정작 그 사람은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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