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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로 본 성폭력 처벌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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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605회 작성일 22-09-0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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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 '러브샷'은 성폭력이 될 수 있다

〈사례 1〉
건설업체 사장인 노가다(가명)씨는 A컨트리클럽 골프 회원이었다. 그는 주말이면 지역 유지들과 어울려 골프를 치고, 끝나면 클럽 식당에서 술을 마셨다. 술버릇이 고약한 게 흠인 그는 항상 식당 여직원들에게 폭탄주를 강요했다. 사건이 있던 날도 노씨는 맥주와 양주를 섞은 잔에 만 원짜리 지폐를 감은 후 여직원에게 러브샷을 하자고 권했다가 거절당했다. 노씨가 그냥 물러설 리 없었다. "너 잘리고 싶어? 내가 회장하고 친한 줄 알지?" 당황하는 여직원에게 잔을 건넨 노씨는 여직원의 목을 팔로 껴안고 볼을 비비면서 잔을 비운 후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러브샷', 두 사람이 술잔을 든 팔을 상대방 목 뒤로 돌려 감은 채 동시에 술을 마시는 것을 말한다. 친한 사람끼리는 친밀감의 표시일지 몰라도 위 사례와 같은 상황의 여직원 입장에서는 낯선 남자와 몸을 맞댄다는 것이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다. 여직원은 참다못해 경찰에 신고를 했다.

여직원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노씨는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한 행동도 아니었고 분명히 승낙을 얻었지 않느냐"며 "러브샷 한 번 한 게 죄가 될 수 없다"고 맞섰다. 검사는 일단 강제추행으로 기소했다. 법원은 강제추행의 의미부터 되짚었다. 강제추행이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 이 사건에 비추어 보니 회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여직원에게 불이익을 줄 것처럼 러브샷을 강권한 것은 '협박'이고, 러브샷의 방법으로 껴안고 살을 맞댄 건 '추행'이었다.

법원은 "우리 사회에서는 술을 마시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친밀감을 표시하거나 유대감을 높이기 위한 의미로 러브샷을 하기도 한다"면서 러브샷의 순기능(?)도 지적했다. 하지만 "러브샷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음에도 회장과의 친분 관계를 내세워 신분상 불이익을 가할 것처럼 협박해 러브샷의 방법으로 술을 마시게 했다면 강제추행"이라고 봤다. 설사 승낙이 있었더라도 피해자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유효한 승낙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씨는 1심에서 징역형을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성적 욕구보다는 잘못된 음주 습관 때문인 점"을 감안해 벌금형으로 감형됐다. 만 원짜리 지폐를 감아 권하는 러브샷도 때에 따라서는 성폭력이 될 수 있다.

성폭행하려다 멍만 들게 했다면 무슨 죄?

〈사례 2〉
밤 11시 술에 취한 남근성(가명)씨는 처제 한송이(가명)씨가 살고 있는 원룸을 찾았다. 문이 잠겨 있자 주방 쪽 창문을 넘어 방으로 들어갔다. 남씨는 안방에 있는 한씨의 목을 감싸면서 바닥으로 눕히고 어깨로 양쪽 허벅지를 눌러 성폭행하려 했으나 그 와중에 한씨가 도망가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한씨는 그 과정에서 오른쪽 허벅지와 종아리에 약간 멍이 들었다.

법원은 남씨를 어떤 죄로 어떻게 처벌했을까?

① 주거침입죄로 벌금형
② 상해죄로 징역형(집행유예)
③ 강간미수로 징역형(집행유예)
④ 강간치상으로 징역형

남씨는 처제 한씨에게 잘못한 건 맞지만 한씨의 상처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고 자연 치유될 정도이므로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엄격했다. 법원은 "남씨가 상체로 한씨의 반항을 억압하기 위해 유형력을 행사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로 인해 한씨의 몸에 멍이 들었다"며 "상처는 강간의 수단인 폭행을 직접 원인으로 해 발생한 것"으로 봤다.

한씨는 의학적으로 우측 하퇴부 좌상을 입었다. 상처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전치 2주의 진단에 연고 처방을 받았고, 열흘 정도 지난 시점까지 멍이 남아 있었다면 상해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대법원도 강간을 하기 위한 폭행·협박으로 생긴 상처가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면 강간상해죄의 '상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남씨는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형의 감경을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남씨에게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의 강간 등 치상죄를 적용,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그나마 "성폭행이 미수에 그쳤고 처제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법원은 설명했다.

정답은 ④번이다. 비록 성폭행이 미수에 그쳤더라도 폭행이나 협박 과정에서 상처를 입혔다면 강간상해로 중형이 선고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성폭력 범죄는 갈수록 처벌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사례 3〉
동네 선후배 사이인 성기범(가명, 21세)씨와 방조범(가명, 19세)씨는 우연히 여중생 한 명을 알게 됐다. 성씨는 여중생을 몰래 성폭행하기 위해 방씨의 도움을 요청한 후 계획을 설명했다. 계획이란 여관을 잡아서 왕게임(왕이 된 사람이 나머지 사람에게 지시를 하면 참가자들은 무조건 복종하고 거부하면 벌주를 대신 마시는 게임)을 해 여중생을 술에 취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계획대로 여중생에게 어려운 조건을 내걸어 계속 술을 마시게 했다. 3시간이 지나자 여중생은 만취 상태가 됐고 성씨는 성폭행을 했다.

왕게임이 이렇게 성범죄에 이용되는 경우는 적지 않다. 특히 미성년자들이 손쉽게 성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게임을 구실로 피해자가 술에 취하게 만드는 일이 있다. 성씨는 의도적으로 피해자에게 술을 먹인데다 후배 방씨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했으므로 죄질이 무겁다. 성폭력 처벌법상의 특수준강간에 해당한다. 흉기 등을 사용하거나 2명 이상이 범죄를 저지르면 '특수'라는 이름을 붙여 가중처벌한다. 준강간이란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 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는 것을 말한다. 폭행이나 협박으로 강간한 것과 똑같이 처벌받는다. 예를 들어 잠이 들거나 술에 취한 사람을 성폭행하면 준강간이나 준강제추행이 되는데 강간, 강제추행과 처벌 수위는 같다.

방씨는 직접 성폭행을 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그렇다고 죄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여관에서 성씨와 함께 피해자를 만취 상태로 만들어 성폭행하기로 미리 짜고 직접 실행에 옮겼으므로 똑같은 죄명으로 처벌된다. 합동범이다. 다만 가담 정도가 낮기 때문에 형량은 낮아질 수 있다. 성씨는 1심에서 징역 3년, 방씨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지적 능력이 4~8세에 불과한 정신지체 장애여성을 폭행 등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고 간음한 것도 중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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