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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관계이론(제가 이렇게 된 것이 세상 탓인 것 같아 화가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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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703회 작성일 22-09-1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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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사례의 주인공은 과거의 사람들에게서 많은 상처를 받았고, 자신이 피해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 직장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만나 주변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동료들과 또 다른 갈등상황이 벌어졌죠. 그녀의 말처럼 정말 사람들에게 이유 없이 공격당하는 것이 인복 없는 그녀의 운명 탓일까요?

그녀의 회사생활을 자세히 살펴볼까요. 초반에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해 잘 지내는 듯 보였을 겁니다. 그러나 차츰 그녀가 눈치 없는 말과 행동으로 주변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 빈번했겠죠. “요새 살쪘어요? 다이어트 좀 해야겠네요” “오늘 마감 못 지켜서 과장님께 혼나셨죠? 그러기에 좀 서두르시지” 등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상대방의 문제를 지적하는 겁니다. 이런 언급은 그녀가 무의식 속에 가지고 있던 외모나 능력에 대한 자기 자신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대방에게 투사한 것에서 비롯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투사과정이 무의식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본인은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이죠. 직장동료는 처음에는 가볍게 넘겼지만, 반복투사된 부정적인 측면을 내면화해 화가 났을 겁니다. 결국 동료는 그녀를 ‘남의 불행을 고소해하는 고약한 사람’이라 비난하고 화를 냄으로써 부정적인 감정을 그녀에게 되돌립니다. 이에 그녀는 되돌려받은 부정적인 측면을 동일시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고 공격한다고 판단하며 자신의 불운을 탓합니다.

이상의 분석은 ‘투사적 동일시’라는 개념으로 그녀와 직장동료 사이의 상호작용을 설명한 것입니다. 모든 사람 간의 상호작용을 이렇게 자로 재듯 분석해낼 수는 없겠지만, 심리학의 몇 가지 기본법칙을 가지고 무의식과 대인관계 안에서 벌어지는 미세한 상호작용을 설명하다 보면, 여러 인간관계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아 외의 다른 인물, 즉 대상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인간심리를 이해하고자 했던 이론이 ‘대상관계이론’입니다. 이는 자아의 내적 심리구조, 즉 무의식과 의식, 이드/자아/초자아 사이의 역동에 초점을 맞춘 자아심리학과는 다릅니다. 대상관계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어린 시절 중요한 대상과 맺은 대상관계를 내재화해 마음속에 표상으로 간직하며 평생 동안 새로운 대상과 맺는 관계에서도 반복해서 재현한다고 합니다. 이 이론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투사적 동일시라는 심리기제이며, 이 이론으로 가장 잘 설명되는 것이 대인관계 문제(자신의 내적인 고민이 아니라)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성격장애 환자들, 특히 경계성 성격장애를 가진 환자입니다.

투사적 동일시는 대상관계이론에서 특히 중요하게 다뤄지는 방어기제이면서, 정신치료에 있어서는 치료기법의 원리가 됩니다. C. K. 오그덴(C. K. Ogden)은 치료상황에서 투사적 동일시의 무의식적 과정을 3단계로 정리했습니다. 먼저, 환자가 자신의 일면을 치료자에게 투사합니다. 둘째, 치료자는 투사된 환자의 자기표상을 동일시(투사적 역동일시)해서 그대로 행동합니다. 마지막으로, 치료자는 투사된 대상을 받아들이고 변형시켜 환자에게 되돌려주고, 환자는 이를 재함입합니다(함입동일시). 즉, 치료자는 환자의 투사에 대해 일반적인 주변인들과는 다른 반응을 보임으로써 환자가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해 치료로 이끄는 것입니다.

이 같은 긍정적 변화는 일상생활에서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고픈 아이는 울며 보채고 나쁜 자기표상을 엄마에게 투사합니다. 엄마는 계속 보채며 매달리는 아이에게 화가 납니다. 만약 이때 엄마가 투사된 ‘나쁜 엄마’에 반응해 분노를 느끼고 아이를 다그치고 혼낸다면, 아이는 부정적인 대상표상을 재함입할 뿐입니다. 역시 ‘나는 나쁜 아이고, 엄마도 나쁜 엄마일 뿐’인 것이죠. 그렇지만 현명한 엄마가 마음을 다스리고 아이를 달래서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주면, 아이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고 그것을 내재화해 새로운 긍정적인 내적 대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녀가 반복되는 대인관계의 부정적 고리를 끊고 정말 새로운 관계를 이뤄나가려면, 먼저 자신이 무의식중에 어떤 행동을 했으며 기저에는 어떤 감정과 생각이 있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자신이 누군가를 향해 공을 던졌고, 공에 맞은 그가 다시 내게 공을 던져 내가 맞고 아파하는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내가 맞아서 아픈 것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 뿌리를 더 넓고 깊게 추적해봐야 전체를 볼 수 있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대상관계이론

이론 설명

현재의 대인관계는 과거에 이루어진 관계의 영향을 받습니다. 어릴 때 내재화된 외부대상과의 관계가 이후의 모든 대인관계에서 반복되고 재현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서 어릴 때부터 학대받은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 자신도 모르게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만드는 식으로 이를 재현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내적 대상관계는 무의식 속에 숨겨져 있기 때문에 스스로 알기 어렵습니다. 정신치료에서는 전이를 통해 이러한 내적 대상관계를 파악합니다.

M. 말러

M. 말러는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대상관계이론을 발전시켰습니다. 특히 대상관계발달을 3단계로 나누었습니다.

• 1단계_ 자폐적 시기(Normal Autistic Phase, 출생~2개월)
자기 자신에 몰입해 엄마와의 관계보다는 생존 자체에 관심을 갖습니다. 외부자극에 잘 반응하지 않습니다.
• 2단계_ 공생기(Normal Symbiosis, 2개월~6개월)
엄마를 향해 미소 짓고 눈을 맞춥니다. 아이는 엄마와 분리된 대상이라는 것을 애매하게 알고 있지만, 서로 통합된 관계로 받아들입니다. 자신의 연장선상에서 엄마의 존재를 지각합니다.
• 3단계_ 분리개별화(Separation- Individuation)
분화기(Differentiation, 6개월~10개월) : 엄마를 독립된 사람으로 알게 되고, 엄마를 언제나 이용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실습기(Practicing, 10개월~16개월) : 운동기능이 발달하면서 주변을 걸어다니며 탐색하다가 곧 엄마의 품으로 되돌아옵니다.

화해기(Rapprochement, 16개월~24개월) : 엄마와 분리된 존재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어 이별불안이 생깁니다. 아이는 노는 동안에도 주위에 항상 엄마가 있는지 자주 확인합니다. 의존과 자율성을 얻고 싶은 소망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분리불안이 다시 생깁니다.

대상항상성(Object Constancy, 만 3세) : 마음속에 엄마의 통합된 이미지를 간직해 엄마가 없을 때도 마음속 엄마 상을 통해 위로받습니다.
M. 클라인

정신분석학자 M. 클라인은 소아들의 정신분석을 통해 내적 대상관계이론을 정립했습니다. 그는 인격의 성장과정을 2단계로 보았는데, 편집분열위상(Paranoid-Schizoid Position)과 우울위상(Depressive Position)이 그것입니다. 아이는 생후 1년간 편집분열위상에서 우울위상으로 성장하는데, 이는 그저 지나치는 단계가 아니라 평생 마음속에서 상호작용하는 경험양식입니다.

• 편집분열위상(생후 1개월 이내)
유아가 엄마를 전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의 두 가지로 분리합니다. 나쁜 엄마에게는 자신이 가진 악함과 공격성을 투사하기 때문에 나쁜 엄마는 더욱 나쁜 인물로 느껴지고, 따라서 엄마에게서 박해를 받을까 봐 두려워지며 의심과 편집증적인 성향이 생깁니다(Persecutory Anxiety).
• 우울위상(생후 3개월~6개월)
현실감각이 생기면서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를 통합해 엄마는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자기 속에 남아 있는 공격적 충동이 엄마를 공격해 없애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져, 죄책감을 느끼고 우울해합니다(Objective Welf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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