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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억눌렸던 감정을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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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578회 작성일 22-09-1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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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했던 일을 누군가에게 말하면서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올라와 울어본 적이 있는가? 실컷 울고 났을 때 마음이 후련해지는 경험, 이것이 바로 정화(카타르시스)다. 정화는 강렬한 정서를 동반한다. 보통의 경우 눈물로 감정이 드러나지만 굳이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정화를 경험할 수 있다. 사람이 아닌 신을 대상으로 하는 기도와 같은 종교적인 행위도 정화의 수단이 된다. 또한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거나 혹은 영화나 소설의 주인공에게 동정하면서 정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억눌린 감정을 풀어내는 정화가 무슨 소용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상담(상담심리학 참조) 장면에서 정화는 통찰과 함께 나타나기 때문에 변화와 성장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 통찰이 없는 감정만의 정화라면, 문제 해결이나 변화는 요원하다. 상담 장면이 아닌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정화가 변화와 무관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정화와 통찰을 통한 문제 해결은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가 언급했다. 그는 히스테리(신체 증상 참조) 환자들이 무의식에 억눌려 있던 기억과 감정을 의식으로 표출하면 그들의 증상1) 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가상인물인 ‘그’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그는 아버지에 대한 강렬한 분노와 아버지를 공격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강한 초자아 덕분에 착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살았던 그는 이러한 충동을 무의식으로 억압(방어 기제 참조)했다. 하지만 무의식은 억압한다고 당하지만은 않는다. 아버지를 향한 그의 분노는 끊임없이 의식으로 올라오려 했고 결국 팔의 마비로 표현되었다.

그는 정신분석 치료를 받으면서 무의식에 있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팔의 마비로 표현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강렬한 정서를 경험했고 마비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처럼 프로이트가 만났던 환자들의 히스테리 증상은 분석가의 해석(interpretation)으로 통찰과 정화가 일어나는 즉시 사라지곤 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히스테리 증상보다는 성격이나 대인관계 문제를 가지고 프로이트를 찾아온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런 문제는 정화와 통찰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실제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해석과 통찰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훈습(working through)2) 이라고 한다. 정신분석을 치료하는 기간이 긴 것도 훈습의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비록 정신분석 치료의 핵심이 일회적인 정화에서 일련의 과정인 훈습으로 바뀌긴 했으나, 정화는 여전히 심리치료 장면과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중요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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