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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야한 동영상에 빠져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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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971회 작성일 22-09-23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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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아이가 야한 동영상에 빠져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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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인터넷 성인 사이트에 들락거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또래 친구들보다 체격도 작고 뭐든 엄마에게 물어보고 하는 마냥 귀여운 아들인데, 어느 날 밤 컴퓨터 방에서 불빛이 새어나와서 가보니 아이가 낯 뜨거운 동영상을 보고 있더군요. 너무 놀랐지만 일단 모르는 척하고 다음 날 무슨 사이트에 접속했는지 확인해보니, 이른바 하드코어로 분류되는 음란 사이트에 자주 들어갔더라고요. 아들에게 성인 사이트 접속 사실을 알고 있으니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주변 엄마들 말대로 남자아이들은 다 그러니 내버려둬야 할까요?

A : 수위가 높은 음란물은 반드시 차단해야 합니다

'남자아이들은 다 그러니 내버려두라'는 주변 엄마들의 조언,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남자아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야한 동영상(아래 '야동')을 보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사춘기를 통과하면서 아이들은 성적 호기심이 많아집니다. 성적 욕구도 높아져 성적인 자극에 탐닉하고 자위행위 등의 방법으로 성적인 만족을 얻으려 합니다. 이전 세대에는 요즘과 같은 '야동'은 없었지만 '빨간책'이라는 야한 잡지나 만화를 아이들끼리 몰래 돌려 보곤 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2012년에 실시한 '청소년 성인물 실태 조사'를 보면 초등학교 5학년~고등학교 2학년 중 39.5%가 성인물을 본 적이 있다고 하며, 여성가족부의 '2013년 청소년 매체 이용 실태 조사'를 보면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통해 한 달에 1회 이상 음란물을 보는 청소년이 전체의 24.8%입니다. 초등학생의 경우도 18.6%죠. 전문가들은 남자아이들의 경우 중학교 2학년 기준으로 80~90%가 야동에 1회 이상 노출되며 그중 절반이 의도적으로 다시 검색하고, 20~30%는 주 1회 이상 음란물을 본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음란물을 접하는 것은 과거에 비해 너무나 쉬워졌습니다. 스마트폰의 구글 검색 창에 성적인 내용의 검색어를 몇 개 쳐보면 1초도 지나지 않아 엄청나게 많은 음란 동영상과 사진을 보여줍니다.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스마트폰 유해 정보 차단 서비스나 각종 차단 앱의 경우 이용자가 많지도 않지만 아이들이 우회하려는 마음만 먹으면 금세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문제는 음란물의 수위입니다. 음란물이 인터넷을 통해 시장을 확장하면서 음란물 산업은 엄청나게 발달했습니다. 경쟁도 치열해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자극적인 방식으로 음란물을 만들고 엽기적이거나 극단적인 성적 환상을 충족시키는 내용이 음란 동영상의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일대일의 로맨틱한 성관계를 다루면 팔리지 않으니 다수가 등장하는 성관계 장면이나 가학적-피학적 관계, 성폭행, 어린이성애증을 다룬 내용이 범람합니다.

이런 음란물은 과거의 빨간책이나 『플레이보이』 부류의 잡지, 〈엠마누엘 부인〉 시리즈와 같은 야한 영화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과거의 음란물은 그저 아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해 아이 스스로 상상력을 동원해서 성적 환상을 갖는 수준이라면, 지금의 음란물은 아이들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성적 환상을 극도로 자극적인 방식으로 주입합니다. 과거의 성인물이 한두 번 피워볼 수 있는 담배라면, 요즘의 음란물은 필로폰이나 헤로인 같은 마약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최근 성의학()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질환이 〈음란물 유발 성기능장애〉입니다. 지나치게 강렬하며 실제적이지 않은 음란물의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성인 중 일부가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성관계에선 자극을 받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죠. 이들은 오직 음란물을 통해서만 성적 만족을 얻거나 현실의 성관계에서도 과도한 성적 환상을 충족시킬 수 있는 행위에만 집착합니다. 그 결과 파트너와 갈등이 생기고, 내적으로는 성적 불만족이 쌓여 이것이 발기부전이나 오르가슴 장애로 나타나죠. 불과 2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질병이 생긴 것입니다. 이렇게 성인의 경우에도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는데, 소아청소년 시기에 음란물에 노출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얼마 전 뉴스를 통해 성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야동을 보고 따라 하고 싶었다고 말한 내용이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앞서 말한 여성가족부의 조사에서도 음란물을 본 후 모방 충동을 느꼈다는 아이가 전체 청소년 중 14.5%였습니다. 성폭행의 충동을 느꼈다는 아이들 역시 5%나 되었습니다. 이런 보도는 사회에 큰 충격을 줍니다. 하지만 실제로 음란물이 성범죄를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논란이 많습니다. 음란물에 대한 규제가 적은 사회에서 성범죄의 빈도가 오히려 낮아진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음란물을 통한 욕구의 대리 충족 이론이죠.

저는 아이들의 음란물 시청이 범죄로 직결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음란물 시청이 어린이의 정신세계나 인격 형성에 강렬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의 음란물은 시청자의 몰입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만듭니다. 일부 아이들은 그런 의도에 쉽게 넘어가며 이후 상당 기간 동안 그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술을 마신다고 모두 알코올중독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알코올중독자가 됩니다. 요즘의 음란물도 비슷한 효과가 있습니다.

아이가 야동을 본다면 부모는 아이에게 부모가 그 사실을 알고 있음을 명확히 알리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과 느낌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아무래도 아빠가 대화의 주체가 되는 것이 편합니다. 물론 대화를 나누기 전에 충분한 정보를 갖고 관점을 확립한 후에 대화를 시작하세요.

"성인 동영상에 호기심도 생기고 보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아빠도 이해한다. 아빠가 어릴 때도 야한 책 같은 게 있었고 아빠도 몇 번 봤어. 스릴도 넘치고, 흥분도 되고, 재밌었던 기억이 있지. 그런데 지금 나오는 야동은 그 수위가 너무 지나쳐. 보여줘서는 안 되는 것까지 보여주고 있어 걱정이다. 자극이 지나치게 강하면 사람은 생각을 못하고 자극에 압도되거든. 꼭 알아둘 게 있어. 성관계는 어른에게 필요하고, 좋은 거야. 그런데 성적인 행위를 남들 앞에서 보여주는 사람은 없어. 그건 은밀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거지. 그런데 야동은 보여주잖아. 그냥 보여주면 재미가 없고 사람들이 안 사 보니까 돈을 벌기 위해 과장하고 더 자극적으로 만들어. 이건 사람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일종의 속임수를 쓰는 거야. 너는 직접 돈을 안 내고 본 것 같지만 그런 야동을 만드는 산업이 1년에 벌어들이는 돈이 120조 정도래. 어마어마하지. 지금 네가 보는 것을 미끼 상품으로 끌어들여서 나중에는 돈을 내고 음란물을 사 보게 하는 거야. 음란물 광고를 통해 돈도 벌고. 그런데 이런 영상을 보고 자극을 받기 시작하면 나중에 진짜 성관계를 가질 때 행복을 느끼기 어려워. 음란물을 반복해서 보는 사람들은 절반 정도가 진짜 성관계에선 만족을 못 느낀다고 해."

아이의 호기심 자체는 인정해주세요. 다만 음란물을 접하는 것은 마약을 접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부모로서 절대 반대한다는 것을 말해주세요. 물론 부모가 반대한다고 아이가 스스로 차단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이유를 설명하면 아이가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대신 가벼운 성애소설이나 출판되는 사진류까지 차단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나쁜 길로 갈 수 있는 것은 아주 작은 싹부터 잘라야 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작은 일탈은 눈감아주고, 아이의 정상적인 욕구는 인정해줘야 아이 스스로 과도한 수준의 음란물을 피하기 쉬울 것입니다.

Plus Q&A :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가 스마트폰에서 우연히 야동을 봤어요

야동을 접하는 게 너무나 쉬운 세상입니다. 그것은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이런 사회를 만든 어른들의 잘못이겠죠. 아이를 야단치거나 창피하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아이가 궁금해서 본 것도 아니니까요. 저학년의 경우에는 처음 야동을 접하면 충격을 받습니다. 대다수가 이상한 느낌을 갖고 혼란에 빠지기도 하죠. 그렇기 때문에 아이에게 자꾸 느낌을 물어야 합니다.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도록 하고, 괜찮다고 안심시키며 마음속에 드는 여러 감정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부모는 "일부 어른들이 그런 것에 관심을 갖는데 실제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어. 파워레인저 시리즈랑 비슷해. 진짜처럼 보이지만 그냥 현실에는 없는 것을 만들어낸 거야" 하는 정도로 알려주면 됩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아이가 야한 동영상에 빠져 살아요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우리아이 괜찮아요, 2014. 11. 20., 서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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