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변덕을 받아주기가 너무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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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1,021회 작성일 22-09-28 14:09본문
아내가 느닷없이 삐쳐서 화를 내는데, 도대체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그걸 몰라서 물어?”라고 되물으니 환장할 지경입니다. 더군다나 변덕은 어찌나 심한지 어느 날은 기분이 좋고 어떤 날은 시무룩하니, 집에 들어갈 때마다 조마조마하다니까요.
남자가 보기에 여자는 매우 복잡한 동물입니다. 늘 반복되는 것 같은 일상 속에서도 여자들은 어떤 날엔 기분이 좋았다가 또 어떤 날엔 예민해져 있습니다. 작은 문제만 생겨도 온갖 고민들을 다 하고, 무슨 일만 있으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그렇게 실컷 이야기를 하고 나서 기분이 좀 풀렸나 싶다가도, 남자가 무심결에 던진 말 한 마디에 이내 표정이 굳어집니다. 남자 입장에서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입니다.
여자들의 감정기복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합니다. 초경이 시작된 이후, 여자들은 매달 월경을 하는데요. 월경주기 동안 성호르몬의 수치는 큰 폭으로 변화합니다. 이때 생리통이나 위생 처리 같은 번거로운 문제로 인해 성가시고 짜증스러운 한편, 성호르몬 변화 자체에 의해 기분변화가 생깁니다. 이런 기분변화가 심하면 생리전증후군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습니다.(생리 때만 되면 너무 신경이 예민해져요 참조)
월경 외에도 인생주기 전반에 걸쳐 몇 차례의 큰 변화를 겪는데요. 임신과 출산을 하며 나타나는 성호르몬 변화와 심리적 적응문제는 여성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임신 중인데 너무 힘들어요 참조)
마지막으로 폐경이라는 단계를 거치면서 또 한 번 급격한 기분 변화를 겪습니다.(어머니가 갱년기인지 자꾸 우울해하세요 참조)
여성이 남성에 비해 감정 측면에서 예민하다는 사실은 현대 뇌과학에서도 밝혀진 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언어를 사용할 때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조사해본 결과, 남자는 언어중추가 있는 좌뇌만을 사용하는 데 반해 여자들은 좌뇌뿐 아니라 우뇌도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좌뇌는 주로 이성적 판단을, 우뇌는 주로 감정적 경험을 담당하며, 똑같은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여성이 훨씬 더 감정과 연관시킨다는 것입니다. 같은 감정을 지각할 때에도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더 넓은 영역의 뇌를 사용합니다.
사회적인 관계 측면에 있어서도 여성들은 감정에 민감합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훨씬 더 관계지향적으로 진화했으며, 타인의 기분을 재빨리 알아내어 협력하는 것에 능해 ‘감정’과 ‘직관’이 발달했습니다. 그 결과, 여자들은 다른 사람의 불행에 훨씬 잘 공감하고, 누구의 칭찬에 진심으로 기분 좋아하며, 사람들에게서 소외될 때 외로움을 크게 느낍니다. 생활해나가는 동안 주변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감정적으로 쉽게 영향받으며, 남자들이 보기에는 별일 아닌 것에 기분이 좋았다가 나빠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자들이 감정기복을 보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살아가는 동안 짊어지게 되는 역할변동 때문입니다. 어려서는 누군가의 딸로 귀하게 자라고 젊은 시절에는 남자들로부터 관심과 보호를 받지만, 결혼 후 가정을 돌보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여자는 자신의 역할에 커다란 변혁을 실감합니다. 게다가 아기를 돌보는 초보엄마와 수험생을 뒷바라지하는 고3 엄마의 역할은 전혀 다르며, 자기 자녀가 결혼을 하여 자식을 낳아 기르는 일에까지 관여를 하게 됩니다. 끊임없는 삶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역할에 적응해나가야 하는 것이죠.
남편과 아내가 대화를 나눌 때도 대화방식 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걸 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남자들은 고민이 있으면 자기만의 동굴로 들어가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으려고 생각에 잠기지만, 여자들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해결책을 찾으려고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남자는 팩트를 이야기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여자는 감정을 표현해 공감을 받으려 합니다. 남자들의 대화는 간단명료하지만, 여자들은 구체적이고 세밀합니다. 남자에게 질문은 간섭처럼 들리지만, 여자에게 질문은 대화를 계속하기 위한 관심의 표명으로 느껴집니다.
지배와 경쟁에 익숙한 남자들은 상대의 공격적인 언행에도 별로 개의치 않지만, 여자들은 적대감이 느껴지는 대화에는 단절로 응수합니다. 혼자서 문제를 해결해내는 것이 더 유능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로서는 여자가 하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끝까지 들어주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참고 들어줘야 문제가 풀리고 갈등이 커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여자들의 이런 감정표현 방식과 의사소통 패턴이 꼭 옳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언어를 통해 관계를 이뤄나가다 보니, 여자들에게는 종종 소문이나 험담, 평판 등을 통해 상황을 조종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이용하기도 하고, 유혹이나 배신, 줄다리기와 이간질 등을 통해 집단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려 하기도 합니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창구로만 감정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어서, 여기에는 적절한 한계 설정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툭하면 삐치는 식으로 남편의 행동을 조종하려 드는 것은 바람직한 의사소통법이 아닙니다.
여자들의 이런 특성 때문에 부부 사이가 때로 요구하는 ‘추적자’와 회피하는 ‘위축자’의 관계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아내는 외롭고, 상처받았으며, 버려진 느낌마저 들어 끊임없이 남편에게 무언가를 요구합니다. 이에 대해 남편은 당황스럽고, 두려우며, 비난받고 있다고 생각되어 아내로부터 거리감을 두고 둘 사이에 벽을 쌓습니다. 그리고 이런 남편의 무관심에 대해 아내는 어떠한 반응이라도 이끌어내기 위해 더욱 남편을 다그치는 식으로 상호작용을 합니다.
이런 식의 관계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원하는 바를 어느 정도 들어주어야 합니다. 남편을 비난하는 아내는 지금 위로를 받고 싶고, 거리를 두려는 남편은 지금 안전지대로 피신하고 싶은 것입니다. 양극의 이런 태도는 적당한 합의를 통해 나아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내가 기분이 상해 있더라도 남편은 낮에 안부전화를 거르지 말아야 하고, 밤엔 한 침대에 가까이 누워야 합니다. 아내 또한 자신의 상한 기분을 남편에게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메모나 메시지로 절제해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살다 보면 감정 상하고 이해받지 못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그럴수록 부부는 영화라도 보며 정기적으로 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