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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위기에 취약한 사람들은 따로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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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557회 작성일 22-11-1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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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에 이르게 만드는 조건들, 자살의 위험을 높이는 것들을 자살위험요인이라고 한다. 자살의 위험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개인의 취약성의 관점에서, 다른 하나는 다양한 사회환경적 요인의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유명한 교육학자 맨(Mann)은 ‘자살의 스트레스-취약성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생물학적, 혹은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에게 생활사건이 있거나 스트레스가 가해졌을 때 자살이 유발된다는 가설이다. 애초에 자살에 이를 사람들이 따로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정말 자살에 취약한 사람은 따로 있는 것일까?

 

개인적, 유전적인 이유로 자살에 취약한 경우

 

먼저 개인적인 취약성부터 살펴보자.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자살위험요인의 많은 부분은 과거 핀란드에서 이루어진 대규모 조사연구에 기반한다. 자살률이 높기로 유명했던 핀란드에서는 사람들이 자살에 이르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자살자의 심리를 추적하는 ‘심리적 부검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자살자들의 80%는 진단 가능한 정신질환이 있었으며, 이 정신 질환의 90%는 우울증이었다.

 

정신의학적으로도 우울증, 조울병, 알코올 남용(의존) 등의 질환은 자살위험을 높인다고 한다. 현재 의학계에서는 자살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정신질환을 들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자살자의 80% 이상에서 진단할 수 있는 정신질환이 있었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우울증, 조울병 같은 정신질환은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게 만들거나, 앞에 놓인 어려움에 대해 전혀 희망이 없다고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삶을 낙천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죽음 외에는 고통을 탈출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정신질환은 현실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수 있는 능력인 ‘자아기능’의 이상을 일으킨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 괴리가 생기면 절충과 타협으로 접점을 찾아야 하는데, 되려 극단적인 행동으로 모든 걸 파괴하려 드는 것이다. 또한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적절히 대응하기 힘들어하며 비관적, 극단적 생각을 자주 하기도 한다.

 

생물학적인 이유로 자살에 취약한 사람도 있다. 가족 중에서 자살한 사람이 있는 경우엔 자살 위험이 다른 이들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유전적으로 충동성이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심리적 원인으로도 분석할 수 있는데, 가까운 사람의 극단적인 행동이 모델링 되어 자살 위험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음주를 즐기는 성향 또한 자살위험을 증가시킨다. 음주는 충동성을 높이는데, 이 충동이 자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코올 중독 환자의 약 40%가 자살을 시도하며, 7~15%는 실제로 자살에 이른다. 평소에는 조용하고 수줍어서 거의 말이 없던 사람이 술을 마시면 말이 많아진다던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과도한 음주는 평소에 우리가 억제하고 있는 기전을 마비시켜 감정대로, 충동적으로 행동하거나 말하도록 만든다. 또한 술은 충동성을 높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와 같은 상태에서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평소에 막연하게 죽고 싶다고 생각만 하던 사람이 술을 마신 후에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할 수 있다.

 

사회환경적, 심리적인 원인으로 자살에 취약한 경우

 

다른 증상이나 질병 등이 없이도 자살의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제까지 정신질환적 증상도 없고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갑작스러운 시련에 부딪혀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다시 말해, 사회와 환경이 주는 스트레스가 자살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사회환경적 자살위험 요인이라고 한다. 실직,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의 사망, 이혼, 경제적 빈곤, 사회적 고립, 어린 시절의 학대 경험, 신체적 질병 등이 대표적인 사회환경적 자살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스트레스를 안고 있는 이들은 그만큼 자살 위험에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자살의 원인이 되는 심리로는 우울감, 불안감, 죄책감 등 다양한 심리를 꼽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심리적 원인은 절망감, 무망감(hopelessness)이다. 즉,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 사람들은 자살의 충동에 시달린다. 자신의 삶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고 느끼며, 죽음을 통해서만이 이 고통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살위험요소가 존재한다

 

이렇게 보면 자살에 취약한 사람은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울증, 조울병, 알코올 남용∙의존 등 정신질환은 매우 흔하다. 전 인구의 30%가 평생 한 번은 진단할 수 있는 정신질환을 경험한다고 한다. 위에 말한 것과 같이 사회 환경적 스트레스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즉, 누구든 혹은 언제든 자살에 취약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살의 원인은 복잡해 보이지만, 정리해 보면 비교적 간단하다. 마음의 건강을 위협하는 어떠한 질환 혹은 삶의 균형을 위협하는 어떠한 사건, 이들이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어떤 것이든 자살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자살에 취약한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앞에서 언급한대로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없이 자아가 건강하다면, 환경적인 어려움과 맞서 싸우기 더 쉽고,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거나 스트레스가 지나치게 강하면 이겨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자살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요소들

 

자살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 자살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자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전문가의 도움과 건강한 자아, 사회적인 지지 등 도움을 줄 수 있는 보호요인이 있으면 자살에 이르지 않게 된다.

 

자살이라는 위기로부터 나를 지탱해 줄 방패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평소 자신의 마음 건강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 건강을 위해서 가장 좋은 단어는 ‘적당히’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쉬고, 적당히 어울리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자. 다르게 말하자면 잘 자고, 잘 먹고, 열심히 일하고, 포기할 줄도 아는 삶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만한 자신만의 취미를 갖는 것도 훌륭한 방법 중 하나다.

 

또한 주변 사람들과의 교감을 통해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하자. 누구에게나 힘든 일은 있을 수 있는 법이다. 이럴 땐 가까운 가족, 친구, 동료들과 힘든 일이 있을 때 고통을 나누고 도움을 청하도록 하자.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마지막으로, 전문가에게 도움 받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정신질환 증상은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데, 이를 혼자서 해결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인생이 우울하다고 느껴진다면, 재미있는 것도 없고 맛있는 것도 사라진 삶이라고 느껴진다면, 자신의 일상생활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한다고 느껴진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해야 하는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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