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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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521회 작성일 22-11-17 14:24본문
요즘 말하는 ‘중2병’ 딸을 둔 주부 김은선씨는 하루 종일 핸드폰을 놓지 않고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는 딸 정연이 때문에 걱정이다. 공부하는 시간은 물론이고, 식사시간과 잠자는 시간까지 정연이는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 받느라 여념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비싼 통신료도 통신료지만 성적도 떨어지고 잠도 부족해 보이길래 잠시 동안 핸드폰을 뺏고 컴퓨터도 못하게 했다. 그런데 평소 얌전하고 소심하던 정연이는 처음으로 엄마에게 무섭게 대들었다. 친구들과 중요하게 이야기 할 일이 있는데 엄마 때문에 소외된다는 것이었다. 무슨 일로 그러는지 엄마와 의논하자고 해도 엄마는 모르는 일이라고 막무가내였다. 결구 은선씨는 한발 물러서서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그러고 보면 정연이랑 30분 이상 진득하게 이야기 한 일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지금 정연이의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인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자신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과는 잠시도 수다를 쉬지 않으면서 엄마와는 통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는 딸이 은선씨는 서운했다.
친구들과의 관계에만 집중하고 가족 관계는 소홀히 하며, 자신들에게 비밀이 많아진 듯한 이 시기의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들은 서운하기도 하고 우려가 되기도 할 것이다. 자녀와 멀어진 듯한 느낌에 섭섭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부모와의 관계가 단절된 것이 아니라, 관계의 우선순위가 일시적으로 변한 것으로 봐야 옳을 것이다. 친구들과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족에게 느끼는 친밀감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확장된 관계 속에서 사회성을 익히고 자아 개념을 확립한다
청소년 시기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변화와 이 시기의 특징을 통해 이러한 또래관계에 대한 이해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청소년기에 사람은 점차 정서적으로 성숙하게 되고 인지적, 언어적 능력이 발달한다. 이러한 능력의 향상은 청소년들이 또래와 어울리면서 그들 사이에서 나누는 정서적인 교감이나 공통된 생각, 가치관 등 보다 복합적인 소통을 나눌 수 있게 도와준다. 이런 소통을 통해 또래와 관계가 형성되고, 또 이것이 본인들의 행동이나 작은 변화에 의해 깨지기도 하고 변화하게 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또래 관계, 나아가 인간 관계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된다.
또한 청소년들은 가족과 함께 있기보다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된다. 부모와의 관계는 수직적이라 잔소리나 비판 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또래 관계는 비교적 수평적이고 비판이나 잔소리가 없다. 때문에 또래 관계를 더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 또래집단은 공통적인 관심사를 공유하거나 함께하면서 자발적으로 무리가 형성된다. 이렇게 교제하게 되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다양한 성향의 친구들을 만나 여러 가지를 경험하게 되면서 청소년들은 인간 관계에 보다 익숙해지게 되는 것이다. 타인이 바라는 것, 기대하는 것을 관찰하게 되고, 무리에서의 규칙을 익히면서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을 점차 갖추게 된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확장된 관계 속에서 청소년들은 친밀감에 대한 욕구를 더욱 크게 느끼게 된다. 넓어진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의 편을 찾고,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 확인을 하기 위해 친구 관계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함께 활동을 하고, 자신의 생각과 견해를 교환하기를 원하며, 이것이 같은 또래 집단 내에서의 유사성을 증가시키게 되는 것이다.
이는 비단 복합적이고 확장된 인간 관계에 익숙해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아 개념에도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들은 타인과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자신을 노출시키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며 자아 개념을 형성해 나간다.
왕따, 관계 의존증 등 또래 커뮤니케이션의 부작용
하지만 이러한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또래 커뮤니케이션은 그 균형이 깨어졌을 때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우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 문제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청소년들은 공통된 관심사나 주제, 성향에 따라 자신과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로 무리를 짓게 된다. 하지만 이때, 어떤 이유로 이 무리 속에 끼지 못하게 되는 청소년들이 생긴다. 성향이 다른 이들과 다르거나, 성격이 내성적이거나, 관심사가 다른 곳에 있는 등 이유는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또래 집단 속에서 친구와 공감을 나누지 못하는 청소년의 경우, 이 시기에 필요한 관계를 유지하는 룰을 익히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때문에 더욱 관계를 기피하고 타인과 교감을 나누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더욱이 또래 커뮤니케이션에서 소외된 청소년들은 이 시기에 친구들과 친밀감을 통해 만들어지는 자아 개념, 자기 확신 등이 약해진다.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이후 우울증이나 조울증 등의 정서적인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 학창 시절 외톨이로 지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더 높으며 자살과도 강한 연관성을 가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청소년들이 외톨이를 괴롭힘으로써 자신의 소속감이나 서열 등을 확인하려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이 발전되면 학교폭력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외톨이 청소년을 따돌리거나 놀림, 욕설로 괴롭히고 심하게는 신체적 폭행과 금품 갈취 등 불법적인 일까지 서슴없이 저지른다.
하지만 또래 집단의 폐쇄성으로 인하여 이 같이 집단 속에서 문제가 일어나도, 이에 대해 어른들이 쉽게 알기도, 개입하기도 힘들다. 때문에 청소년 사이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에 대해 어른들은 늘 뒤늦게 알거나, 알아도 쉽게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청소년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나, 언어 등이 기성 세대와 차이를 보이는 점 역시 어른들이 그들 사이의 문제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 한 예로, 현재 10대의 인터넷 이용률은 거의 100%에 달하고, SNS 역시 청소년들 사이에서 보편화되어 있다. 인터넷이나 SNS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청소년들은 긴 말을 줄여 사용하거나 내용을 생략하거나, 자음이나 모음만으로 의미를 표현하는 등 여러 가지로 변형하여 소통을 한다. 이런 자신들만의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집단 내의 공고함은 강해지고, 다른 세대와의 괴리감은 더욱 커지게 된다.
예전 카카오톡의 집단 채팅 속에서 지속적으로 욕설과 비방을 당해온 학생이 자살한 사건을 비추어보면, 이들 사이의 소통이 얼마나 폐쇄적이면서 집단적이고, 다른 세대와 떨어져 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일부 청소년들 중에서 폐쇄성이 강하고 친구를 매우 중요시하는 경우, 때에 따라서는 친구 관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 이는 남학생보다는 공감을 중요시하는 여학생들에게 자주 보이지만, 남학생이라 할지라도 아주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청소년들은 선생님이나 보호자의 말보다 친구의 말을 더 가치 있고, 중요하게 여기며, 친구와의 대화나 소통이 잠시라도 단절되면 크게 안절부절 못한다. 모든 고민을 친구와 나누고 의견을 구하는 것은 물론이며, 심하게는 스스로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자신과 단짝 친구를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때문에 친구의 주동으로 나쁜 짓인 것을 알면서 장난에 참여한다던가, 함께 가출을 하는 등 탈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청소년들은 자신이 애착을 갖고 있는 친구 관계가 자칫 잘못되거나 끊어지게 되면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는다.
청소년 또래 커뮤니케이션,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자신과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과 함께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좋아하는 것을 함께하는 것이 즐겁지 않은 이들은 없을 것이다. 주변에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공감할 것이다. 특히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에 있는 청소년 시기에 있어 이런 공감을 나누는 친구들의 존재는 그 어느 때보다 필수적이다. 청소년들이 자신들만의 또래 모임에 집착하고 거기에 훨씬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사회적 인간으로서 성장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자, 관례이다. 즉, 또래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몰론 이 과정에서 미성숙하고, 그릇된 모습이 표현될 수도 있다. 청소년들은 호르몬의 영향으로 충동적이며, 윤리관과 가치관이 분명하게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문제가 되는 왕따와 학교폭력 등과 같은 식으로 극단적인 문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다만, 기성세대와 보호자들은 청소년 또래 문화,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그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가치관과 윤리관의 교육을 강화하고, 그들이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이해하며 거리감을 좁혀가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또래 커뮤니케이션 (정신이 건강해야 삶이 행복합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