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자해를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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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880회 작성일 22-10-17 16:00본문
자해는 자살과 좀 다릅니다. 자살은 자기를 살해하는 위험한 행동을 지칭하는 개념이고, 자해는 자살과 매우 가깝지만 죽을 만큼 괴롭다는 감정신호의 의미가 강합니다. 손목긋기(Wrist Cutting) 같은 것은 죽을 수도 있지만 죽지는 않는다는 것을 아는 상태에서 행해지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자해는 자살과 달리 그런 행동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런 행동을 할 정도로 감정상태가 악화되는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웬만한 사람들은 아무리 화가 나도 겁이 나서, 또 통증이 두려워서 손목을 긋는 행동 같은 것을 하기가 힘들죠. 그러나 상습적으로 손목을 긋는 사람들은 통증을 잘 못 느끼며, 오히려 손목을 그으면서 쾌감을 느끼거나 긴장이 해소되는 기분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반복적인 고통은 대뇌에서 내인성 마약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에 마치 중독된 듯 자해를 되풀이하는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통증을 느낄 때만 자신을 재확인할 정도로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거나, 자신에 대한 분노를 자해로 해소할 정도로 감정이 아픈 상태라고 보아야 합니다.
이런 문제는 경계성 성격장애인 경우 많이 드러납니다. 경계성 성격장애는 불안정한 자아상과 대인관계, 감정적으로 변동이 심하고 충동적인 특징을 갖는 성격장애입니다. 먼저 자신과 대인관계의 대상에 대한 평가가 일관성이 없습니다. 이 사람들은 대인관계에서 버림받지 않으려고 처절하게 애를 쓰고, 상대방을 이상화했다가 평가절하하기를 반복하는데, 이런 평가는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여서 때로는 스스로를 최고, 때로는 쓰레기로 묘사합니다.
이들은 감정 변동과 충동성으로 인해 자해나 자살행위도 자주 반복적으로 하는 편입니다. 또한 만성적인 공허감을 느끼며, 부적절할 정도로 심하게 화를 내거나 화를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입니다.(애인에게 너무 집착하게 돼요 참조)
이들은 대인관계에서 상대가 마음에 들면 그를 이상화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이해해줄 것처럼 느끼고, 자신의 불안정한 감정을 계속하여 호소합니다. 그러다 상대가 관계를 끊으려고 하면 갑작스럽게 그를 평가절하하는 것도 모자라 그가 가해자라고 여깁니다. 그에게 버림받는 것에 대해 극심한 공포를 느끼고 이를 줄이기 위해 분노와 비난과 자해행동을 하는데, 이 행동으로 상대방은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요. 기질적으로는 분노조절능력과 충동성이 취약한 상태로 알려져 있어, 극도로 빠른 시간을 주기로 하는 조울증의 한 형태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경계성 성격장애는 의존성 성격장애와 함께 임상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성격장애입니다. 치료로는 약물치료와 더불어 꾸준한 정신치료를 하게 되는데, 치료자와의 관계에서도 특징적인 대인관계 패턴이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가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여러 곳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 성격장애의 치료에서 관건은 위기 상황을 포함해 모든 상황에서 항상 꾸준하고 일정한 치료자-환자 관계를 인내심을 가지고 유지하는 것입니다. 환자와 치료자 모두가 그 점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