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의지만으로 중독을 멈출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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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415회 작성일 22-11-18 10:47본문
“내일부터는 진짜 술을 끊을 거야.”
“새해부터는 기필코 담배를 끊겠어.”
우리는 주변에서 이와 같은 결심을 자주 접하지만, 실제로 성공했다는 소식은 상대적으로 적게 듣는다. 왜 그럴까? 왜 우리는 이와 같은 것에 중독되고, 또 왜 끊기가 어려울까? 정말로 사람들이 얘기하듯이 단순히 의지의 문제일까?
보상과 강화의 반복
앞선 글에서 설명했던 보상회로는 단독으로 작동하기보다는 해부학적으로 뇌에서 가장 상위 기관인 앞머리(전두엽), 운동 기능을 담당하는 기저핵과 연결되는 ‘경로’를 형성하고 있다. 즉, 전두엽의 실행 및 통제 기능, 보상회로에서 오는 쾌락을 느끼고 그 쾌락을 갈망하여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습관의 형성, 기저핵의 실행 등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특정 행동에 대한 정상적인 조절과 통제가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정상적인 아이는 컴퓨터 게임을 하여 쾌락을 느끼고 오랫동안 하고 싶은 갈망을 느끼지만,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스스로 통제력을 발휘해 숙제를 약속한 시간 내에 마친다. 그리고 부모님으로부터 칭찬을 듣는다. 그러나 통제력이 상실되고 쾌락 추구라는 강박적 행동을 반복한 아이는 결국 부모님으로부터 칭찬 대신 핀잔이나 걱정을 듣고, 결국에는 가족 간에 갈등이 초래될 것이다. 이처럼 보상회로의 작동이라는 면에서 알코올과 같은 물질이든 인터넷, 도박과 같은 행위든, 결국 중독되는 기전은 유사하다.
위에서 기술한 뇌 부위들이 담당하고 있는 기능을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의사결정에 있어서 최고 상위 기관인 전두엽은 ▲첫 번째 배외측 부분, ▲두 번째 안와 부분, ▲ 세 번째 내측 부분,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분은 인간의 행동을 지시하는 사령탑 같은 역할을 하는 전두엽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며, 목적 지향적 활동을 기획하고, 작업기억을 작동시킨다. 게임이나 도박에서는 이전에 게임에서 이겼거나, 돈을 땄던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때문에 게임이나 도박과 관련된 장면이나 사진만 보여주어도 활성화를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도박판에서 ‘할까, 말까?’ 잠시 고민되는 순간 다시 게임이나 도박하기를 결정하게 만든다. 또한 게임에 대한 집착과도 관련이 있다.
두 번째 부분은 정상적으로는 결과를 예측하면서 적절한 동기에 부합되는 목적 지향적 행동을 관장하며, 목적에 부합되는 행동을 결정한다. 또한 보상(reward)에 대한 기대를 만들어내고 유지함으로써 ‘행동의 강화(reinforcement)’를 형성한다. 도박에서는 돈을 따는 것 자체가 보상이 되며 그래서 그 쾌감을 맛보기 위해 반복해서 도박을 하게 한다.
세 번째 부분은 게임에 대한 욕구 또는 갈망과 관련이 있음과 동시에 행동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이 부분의 감시 역할이 약화되면 통제 불능의 문제 행동이 생겨나게 된다. 그리고 전두엽이 아닌 속뇌의 일부인 선조체는 습관을 형성하고 특정 행위를 하는 데 동기를 부여하며, 이전 경험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즉 습관 형성과 관련이 있다.
용어가 어려워서 이 글을 읽는데 머리가 아팠을지 모른다. 정리하자면, 인간은 몸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전두엽과 실무자인 중뇌의 보상회로, 그리고 기타 구조물간에 서로 적절하게 가속페달과 브레이크가 적절한 조절 및 통제의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 특정 행동에 대한 좋은 습관을 형성하고, 적절한 보상이 주어질 것을 기대하면서 그 행동을 지속하여 원하는 목적을 이루게 된다. 여기에서 목적을 이루거나 그만두어야 할 변수가 발생하면, 스스로 통제력을 발휘하여 적절한 시기에 ‘하던 그 행동’을 중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균형이 파괴되면 행동의 적절성 또한 깨어져서 과도한 집착과 몰입으로 특정 행동에 편중하게 된다. 말하자면, 과속으로 달리던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파열되어 자신의 의지대로 제어가 잘 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프로 게이머와 게임 중독자의 뇌, 어떻게 다른가
정상인과 중독자간의 차이를 입증할 흥미로운 비교 연구(Han et al, 2012)가 있다. 프로 게이머와 게임 중독자의 뇌를 비교한 연구 결과, 게임 중독자에 비하여 프로 게이머들의 왼쪽 대상피질(통제력의 중추)이 커져 있었다.
이 실험이 뜻하는 바는 이렇다. 프로게이머는 오랜 기간의 노력과 수련의 결과로 대상피질이 커져서 원활하게 게임 수행을 하면서도, 뇌의 통제력을 강력하게 발휘하여 직업으로 게임을 하면서 중독에 빠지지 않고 건전한 삶을 살아간다. 반면, 쾌락만을 추구해 온 게임 중독자는 통제력이 뒷받침하지 못하여 결국 알코올 중독자가 술에 노예가 되듯이, 게임의 노예가 되어 점점 황폐한 삶을 살게 되는 엄청난 차이를 초래하는 것이다.
결국 중독이란, 관여하는 여러 뇌 구조물간의 기능적이고 구조적인 불균형을 초래하여 술도 마시고 게임도 하는 것이 아니라, 술만 마시고 게임만 하는 황폐한 삶으로 만드는 뇌의 병이기 때문에 단순히 의지로만 온전히 회복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중독자가 의지만으로 그 행위를 끊을 수 있다는 것은 두 다리가 부러진 사람이 의지만으로 걷겠다고 우기는 형상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깁스를 하거나 부목을 대고 두 다리를 견고하게 붙인 후에, 그동안 고정하느라 약해진 근육과 인대를 견고히 하기 위해 물리치료나 운동을 하여, 평소와 같이 걷고 뛰는데 지장이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 골절의 기본적인 치료다.
중독도 마찬가지다. 건전한 뇌 기능이 돌아올 때까지 뇌 기능 회복에 도움이 되는 생물학적 치료와 정신사회적 치료를 병행하고, 그리고 더 이상의 집착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치료 방법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