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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과 창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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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490회 작성일 22-11-1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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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른스트 헤밍웨이, 버지니아 울프, 빈센트 반 고흐, 에드바르트 뭉크, 미켈란젤로, 로베르트 슈만 같은 작가나 예술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크고 작은 정신장애를 앓았다는 것이다. 그들의 정신질환은 그냥 우연일까, 아니면 정신질환으로 인해 그들의 예술성이 더 커진 걸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답은 후자이다. 일반적으로 정신장애가 있으면 사회적 기능, 직업적 기능, 대인관계 기능 등이 저하될 수 있다. 하지만 예술의 영역에서는 정신장애가 있음으로 해서 오히려 더 기능이 나아지거나,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능이 생길 수도 있다. 장애로 인해 예술의 창조적 힘의 근원인 무의식이 더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혼의 자양분이 되기도 하는 정신장애

정신질환과 창작성 삽화 이미지

정신장애가 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정신장애는 현실적인 판단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서 ‘신경증’과 ‘정신증’으로 나눈다. 신경증은 불안, 불면, 우울감, 각종 신체 증상이 주요 증상으로, 현실검증력이 유지되면서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어느 정도 알고 괴로워하는 질환군을 말한다. 반면 정신증은 환각이나 망상 등의 영향을 받아 현실검증력이 없어지는 등 보다 중증의 질환군을 말한다.

신경증의 경우 불안장애, 불면증, 우울증, 신체형 장애 등이 대표적인 질환으로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스스로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인생이 슬프고, 고달프고, 고뇌에 가득 차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공상이 많아지게 된다. 쉽게 말해, 춥고 배고픈 사람이 따뜻하고 배부른 공상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춥고 배고픈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을 키면 따뜻한 난로나 맛있는 음식이 나타나는 것이나, 경제적으로 힘든 시절에 자신이 산 로또가 당첨되는 상상을 하는 것이 바로 같은 이치이다.

이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공상들을 ‘백일몽(daydream)’이라고 한다. 프로이트는 이와 같은 백일몽이 바로 창작의 중요한 근원이라고 했다. 일례로 도박을 좋아했던 도스토옙스키는 돈을 잃고 배고파지면 백일몽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소설을 썼고, 가난한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는 돈이 없을 때 많은 오페라를 작곡했다. 술꾼이었던 프랑스의 화가 위트릴로가 알코올 중독 시절에 걸작을 많이 그렸던 것도, 바로 인생의 고뇌와 슬픔이 예술창작이라는 선물을 준 결과이다.

이들은 훗날 부자가 되거나 안정되었을 때 예술성이 떨어지면서 예술활동이 감소하거나 심지어는 전혀 예술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으니, 어찌 보면 인생의 고뇌와 비애가 예술가에겐 오히려 자양분이라는 세간의 속설이 맞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현병, 조울증인 경우 예술성 특히 고양돼

정신증의 경우에도 예술성이 향상될 수 있는 것인지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 정신증의 경우에도 예술성이 올라갈 수 있다. 물론 만성화된 정신증에서는 예술성이 축소될 수도 있다. 서양에서는 일찍이 정신증 환자에게서도 예술성이 나타나는 경우에 주목했는데, 특히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인 프린츠혼(Prinzhorn)은 조현병 환자의 그림의 특징을 분석하기도 했다.

프린츠혼에 의하면 조현병 환자는 대상과 관계없이 충동에 의해 낙서하듯 그리기도 하고, 환경을 풍성하게 하려는 욕구에 의해 장식적인 요소나 무늬를 그리기도 하며, 다른 사람의 그림을 그대로 따라 그리는 경향이 있기도 하며, 그림에 대한 설명, 소제목, 단어 등을 적어 넣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 그들의 그림에는 상징적인 요소들이 자주 출현하거나, 그림 전체가 하나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고 하였다.

미술치료사인 나브라틸(Navratil)은 조현병 환자의 그림이 경계와 윤곽을 무시하기도 하고, 두상을 정면과 측면이 혼합되게 그리거나, 코, 입, 턱, 귀 등을 생략하거나 두 배로 많이 그리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다. 또한 이들이 그린 인물상들은 과장된 움직임이나 굳어있는 부동자세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그림에 숫자를 사용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어떤 면에서 이것들은 조현병만의 특징이라기보다는 정신증 환자 모두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이런 특징들로 인해 새로운 예술성이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고흐가 아를르에 있던 시절의 작품을 보면, 정신증이 발생하기 이전과 이후의 작품이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정신증 발병 이후 형태의 왜곡이 심해지고 기하하적 문양이 많이 나타나며 더욱 과감하고 두꺼운 색채와 물감 사용을 보이는데, 이런 변화 등은 그의 작품을 이전보다 더욱 예술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정신장애 중 예술성과 가장 관련이 높은 질환은 양극성장애(일명 조울증)이다. 알다시피 조울증은 감정의 기복이 커서 울증과 조증(또는 경조증)이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경과를 보인다. 조증이나 경조증 상태는 에너지가 상승하는 기간으로 그 에너지를 주체하기 어려워 여러 가지 목표지향적인 행동이 늘어나는데, 그 가운데 예술적 활동이 월등하게 늘어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슈만의 경우 그의 작품의 대부분은 그가 겪은 두 번의 경조증 삽화시기(hypomanic episode)와 일치하는데, 바로 기분의 상승이 예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증거다.

조증과 달리 우울증일 땐 기분이 저하되고 에너지가 하강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과 예술성은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역시 잘못된 생각이다. 우울증에 빠지게 되면 초기에 그 우울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버둥버둥 헤어나려는 노력을 하게 되면서 예술성이 상승하게 된다. 그렇지만 심한 우울증에 빠져 버리면 예술에 쓸 정도의 에너지마저 고갈되기에 예술 활동이 중단되게 된다. 다시 회복기가 되면서 에너지가 상승하게 되면, 그동안 못했던 예술 활동에 매진하게 되어 예술성이 상승한다.

미켈란젤로는 메디치 가문과 교황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며 우울증을 겪은 적이 있는데 우울증 초기에 예술 활동이 늘고 심한 우울증 시기엔 4개월 정도 작품 활동을 그만 두었다가, 회복기에 이르러 다시 예술 활동이 왕성했다. 그가 우울증에서 회복한 후 표현한 작품은 노예상이었다. 노예상은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었던 우울증을 떠올리며 표현한 작품이었다는 일화가 있다. 이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울증도 예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술성 고양시키는 정신장애, 사회적 편견 없애는 데도 일조

지금까지 정신장애는 예술과 관련이 많고, 또 장애가 생김으로 해서 기존에 없던 예술성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했다. 즉, 장애가 있음으로 해서 오히려 더욱 뛰어난 예술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시각의 변화를 언급하였는데, 사실 이런 시각의 변화는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일찍부터 발전하였다.

일본에서는 1970년대 이후 정신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의 예술성을 깨닫고 이를 높이 평가하고 전문적인 예술가로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에이블 아트(able art)운동'을 벌이고 있다. 원래 장애란 단어가 영어로 ‘disabled' 즉, ‘불가능함’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이 단어를 역설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에이블 아트'란 장애가 있어서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장애가 있음으로 해서 생기는 개성과 차이를 인식하고, 그 예술성을 높이 평가하여 그들이 불가능한 대상이 아닌 '가능성이 높은'(able) 대상임을 강조한다. 또한 그들의 예술이 오히려 ‘병든’사회에 영감과 치유의 가능성을 제공해 준다는 적극적인 인식의 변화를 추구하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나라에서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경기도 정신보건사업지원단에서는 수년 전부터 정신장애인에게 뛰어난 예술성이 있음을 알고 또 그들의 예술을 널리 알려 일반인들의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 이바지하고자, 매년 정신장애인의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정신건강미술제를 기획하여 서울과 경기도의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 전시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정신장애인에게 뛰어난 예술성이 있음을 알고 감탄하고 있으며, 응원해 주고 있다. 그로 인해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이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 또한 전시회에 작품이 걸린 정신장애 회원들은 예술제의 주인공이 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그중 일부 회원은 전문적인 작가로 발굴되어, 예술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일본, 호주, 이탈리아와도 교류전을 가짐으로써 한국 정신장애인의 예술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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