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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대한 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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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559회 작성일 22-10-2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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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초, 마포대교에서 투신자살하려던 시민을 모 개그맨이 구했다는 기사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처럼 극적인 상황은 언제 어디서든 내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지만, 이보다 더 흔한 일은 바로 주변에 있는 사람이 자살 위험에 처해 있는데, 이를 모르고 지나치거나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경우이다.

듣고 또 듣고, 마음을 다해 들어라

자살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귀를 여는 것이다.
즉, 자살하려고 마음 먹은 이유, 그가 처한 상황에 대해 가만히 들어주는 것이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미 누구도 나를 이해해줄 수 없다고 느끼거나, 얘기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위험을 직감했다면 최대한 빠른 시간에 편안한 공간에서 상대방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도록 한 뒤, 주의 깊게 경청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경청해 주는 사람에게 고통스런 감정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자살예방에 큰 도움이 되는 치료적인 효과가 분명히 있다.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은 살아가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또한 듣는 과정은 자살위기를 극복하게 하기 위한 계획에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현재 어느 정도 자살생각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자살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상황을 파악함으로써, 다음 약속을 하면서 기다려 볼 수 있는 상황인지, 아니면 즉시 입원이 필요한 정도로 위험한 상황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일단 상대방이 얼마나 위기에 처해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면, 다음 만날 약속은 우선순위를 두고 가능한 한 신속하게 잡아야 한다. “아무개야, 다음에 한번 보자” 하며 미루다가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자살생각에 대한 구체적으로 물어라

경청을 위해 가장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것이다. 본인이 보거나 느끼기에 상대방이 자살위험에 처해있다고 느끼면 ‘설마’라고 생각하지 말고, “혹시 자살을 생각하고 있냐?”고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 시작이 된다.
흔히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괜히 자살에 대해 물어보았다가 역정을 내게 하거나 자살을 유도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수많은 임상 경험에 따르면, 대개 자살고위험군은 자살에 대해 질문해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너 혹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니?” 이런 식으로 직접적으로 묻는 게 좋지만, 너무 직설적이라고 생각된다면 “너 같은 상황에서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던데… 너는 어떠니?” 이런 식으로 우회적으로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상대방이 자살생각이 있다고 인정한다면 천천히 조심스럽게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얼마나 자주 하는지, 구체적으로 방법을 생각하거나 계획까지 가지고 있는지,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는지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필요하다.

논쟁이나 충고를 피하자

자살이 옳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따지며 훈계하는 것은 고통스런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방해할 뿐이다. 오히려 상대방은 무시당했다고 느끼고 역시 자신을 이해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만 가중될 수 있다.
“살 날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생각을 하니?”, “너희 부모님 생각은 안 하니?”, “자살 같은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마” 등등의 표현은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자살은 죄책감과 관련이 있다. 상대방은 결코 가족이 중요한 것을 몰라서 자살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족에게 부담만 주고 짐만 되는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충고는 죄책감만 강화시킬 수 있다.

말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

무턱대고 좋은 말을 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청하는 태도가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핵심적인 열쇠이다. 적절히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여주고, 편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좋다. 이러한 비언어적인 표현이 말하는 이로 하여금 고통스런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게 한다.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말로는 뭐든 표현해도 되는 따뜻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태도가 차갑게 닫혀 있었던 상대방의 마음을 자신도 모르게 열리게 하는 것이다. 이를 정신의학용어로는 ‘반영’이라고 한다. 상대방이 한 말을 “아, 그래서 네가 그렇게 힘들었던 거구나”하는 식으로, 내가 이해하고 있음을 정리해서 다시 되돌려 준다면 힘든 감정을 더욱 잘 이끌어낼 수 있다.

살아야 할 이유를 질문하기

자살 결심을 하게 된 이유와 그가 처해 있는 상황, 힘든 점 등 자살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고 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할 이유’로 떠오르는 것이 있는지 질문한다. 살아가야 할 이유에 대한 질문은 대화의 내용을 고통에서 희망으로 가져가는데 핵심적인 질문이자, 자살위험을 파악하는 데도 중요하다. 가족, 종교, 일, 꿈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자살을 방지하는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될 수 있는데 이러한 생각을 떠올릴 수 있다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이다. 반면, 살아가야 할 이유를 하나도 떠올리지 못하는 상태라면 응급상황으로 간주할 수 있다.

격려와 칭찬과 함께 구체적 약속으로 마무리하기

상대방이 자살에 대한 생각을 충분히 표현했다고 생각되면, 이렇게 하기 힘든 얘기를 잘 표현해준 것을 격려하고 감사의 말을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이야기하기 어려웠을텐데… 너를 도울 수 있게 나에게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좋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그 이야기를 하게 되면 한편으론 후련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상대방에게 어려운 얘기를 괜히 꺼내서 불편하게 했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해야 할 것은 다음에 만나는 약속이다. 다음에 만날 때까지 안전하게 지내는 것에 대한 약속을 하며, 혹시 힘든 상황이 생기게 되면 중간에라도 연락을 취하는 것에 대해 약속을 해야 한다. 구체적인 자살 고위험군의 유형별로 주변인들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에 관한 내용은 <자살 안전 확보하기>를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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