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오진 사건 > 자료실

피해자는 2001년 3세 때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 이후 국내외 병원을 돌아다니며 치료했으나 상태가 악화돼, 목조차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경직성 사지마비부터 2011년에는 뇌병변장애 1급 판정까지 받는 등 상황은 악화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2012년 7월 재활치료를 받던 중 담당 물리치료사가 뇌성마비 양상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오진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 이미 제목에서 드러나듯 예상했을 것이다. 창작물 같았으면 상당한 스포일러겠지만. 그래서 다시 병원에 가서 MRI검사를 하였는데 피해자가 뇌성마비가 아닌 세가와 병 환자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 병은 이미 치료제가 있어, 반영구적 장애인 뇌성마비와는 다르게 아주 간단한 약물치료만 받으면 손쉽게 완치할 수 있는 병이다. 게다가 그 약도 항암제처럼 부작용이 있는 것도 아닌 몸에 별 부담을 주지 않는 약. 세가와 병 치료제를 복용하기 시작한 피해자는 불과 이틀 만에 일어나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급격하게 호전되었다.

이후 법원은 최초 오진했던 병원에 1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지나간 시간은 누가 보상해주냐며 안타깝다는 의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단순히 시간만 날린 것도 모자라 여태까지 치료에 쓴 돈까지 다 배상해야 용서받는 꼴이 되어버렸다.[1] 1억 배상을 받았지만 그간 피해자 가족이 어떻게든 아이를 치료해 보려고 외국까지 나가며 쓴 돈은 5억 원[2]에 달하는지라 그걸 배상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돈이며, 피해자 본인도 가장 예민한 시기를 불편하게 살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동정도 모자랄 마당에 괴롭힘을 당하는 엉망진창 학교생활을 해야했던 등 수많은 상처를 받아왔기 때문. 게다가 '세가와 병이라는 것은 사실 꿈이었고 실은 뇌성마비가 맞는 게 현실이라서 다시 장애인이 되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3] 만약 물리치료사가 오진하고 피해자가 죽을 때까지 그냥 계속 넘어갔다면 묻힐 뻔한 사건이기도 하다.

다만 오진을 한 의사를 마냥 비난하기가 뭐한 게 '세가와 병' 자체가 무려 2천만 명당 1명꼴로 발생[4]하는 극히 희귀한 질병인데다 뇌성마비·파킨슨병[5]과 워낙 증상이 유사해 신경과 전문의들조차 오진하는 사례가 빈번한 질환이다. 이건 솔직히 의사를 까자니 불쌍해지고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도 너무 크다. 둘 다 운이 안좋은 게 운명이지.

한편으로는 뇌성마비 양상을 확실히 알고 오진 가능성을 얘기한 물리치료사는 국내 물리치료 레전드 사건이라고 인터넷에 퍼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