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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유가족, 고통과 슬픔에서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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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679회 작성일 22-10-1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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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잃은 상실의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지수 중에서도 최고 단계이다. 많은 이들이 이 상실의 감정만으로 심각한 우울증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상실이 급작스럽고 예측하지 못한 경우일수록 그런 경향을 더욱 강해진다.
그중에서도 ‘자살’이라는 방식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경우, 그들이 겪는 슬픔과 혼란,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남은 유가족들은 바로 옆에 있으면서 고인의 아픔을 미리 알지 못했고 자신이 막지 못했기 때문에 자살이 일어났다는 일종의 책임감과 죄책감까지 더해져 정서적으로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가 되기 쉽다.

이런 심리 상태는 극심한 우울증을 유발하고, 심지어 또 다른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자살유가족이 자살시도를 하는 경우는 일반인의 자살시도 비율보다 4배 더 높다. 그만큼 자살유가족이 겪는 고통은 매우 깊고도 지독하다.

애도를 통한 회복, 나아질 것을 믿어야 한다

고통으로부터 회복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살로 인한 상실 역시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회복을 하게 된다. 다만 여러 복합적인 요소로 인해 그 회복 과정은 다소 더디거나 힘이 들 수 있다.

유가족은 격렬한 고통 속에서도 자신이 회복될 것임을 믿고, 회복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자신의 고통을 인정하고, 우울증 등 정서적 이상 증상이 느껴질 경우 전문의와 적극적으로 상담해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기를 이겨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상실을 겪은 사람들은 애도 과정을 거친 후 회복에 이른다. 애도의 6개 과정은 ①충격과 부정 ②불안과 공환 ③분노와 비난 ④저항과 회피 ⑤부동과 철수 ⑥전환 등이다.
애도 반응에 시간적 순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6가지 반응이 혼재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살유가족의 경우에는 다른 죽음보다 아픔의 회복 과정이 다소 더디고 힘들 수 있다. 가족을 갑작스럽게 잃는 아픔은 누구에게나 뼈에 사무칠 만큼 모질고 혹독하지만, 자살유가족은 여기에 몇 가지의 요소가 더해져서 더욱 복합적이고 깊은 슬픔을 겪는다.

자살 유가족을 아프게 하는 요소들

죄책감과 책임감
자살유가족들은 가족의 자살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고 죄책감을 떠안으며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다. 자살에 이르도록 가족이 고통스러워 했음에도,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자책, 자신이 미리 알고 말리지 못했기 때문에 자살이 일어났다는 죄의식은 자살유가족을 오랫동안 괴롭히는 감정이다. 특히, 유가족이 부모라면 다른 가족보다 더 큰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자녀의 자살을 막지 못한 것에 스스로 비난할 뿐 아니라 양육과정에서 있었던 실수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이별
질환으로 인해 가족을 잃을 경우 유가족은 이별을 준비할 시간을 얻게 된다. 하지만 자살은 급작스러운 결별이므로 이별에 대해 어떤 준비도 하지 못한 채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 들여야 한다.

폭력적인 죽음의 방식
자살은 그 방법이 아무리 평화로운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자체가 매우 잔인한 폭력성을 가진다. 자신이 자신의 목숨을 버린 것이며, 스스로 이루어낸 살인이다. 이런 폭력적인 방식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은 더욱 격심한 고통을 겪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평화롭게 보내지 못했다는 생각은 유가족에게 두고두고 상처로 남게 된다.

거부당함 느낌
유가족들은 자살자에게 자신이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에 무기력함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존재가 자살자에게 충분한 가치가 없었다는 생각, 자살자가 도움을 청할 만큼 믿음직스럽지 못했다는 생각, 심지어 자신의 존재가 자살자를 힘들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괴로워한다.

자살자에 대한 편견과 주변의 시선
자살자에 대한 편견과 자살유가족을 보는 불편한 시선 등도 자살유가족을 괴롭게 하는 요소다. 많은 자살유가족들이 주변에서 자신들을 비난하고 쑥덕거리는 듯한 느낌에 사람들을 피하고 스스로 고립되려는 경향을 보인다. 자살유가족은 다른 유족에 비해 자신들의 고통과 슬픔을 표현할 기회는 거의 가지지 못한다고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가족의 자살을 목격하거나 사체를 발견하거나, 자살한 공간에서 생활해야 하는 유가족은 극단적인 외상을 겪은 뒤에 오는 불안증, 공황발작, 무호흡증, 가슴 통증, 악몽 등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앓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정상적인 애도과정을 통한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때문에 당장 정신건강 전문의를 통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자살유가족의 치유를 위한 몇 가지 제안

원하는 것을 요청하라
상실의 고통에서 회복되는 데는 시간만큼이나 주변의 지지와 도움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고통을 호소하고 싶고, 집중되지 않는 업무 때문에 도움을 받고 싶고, 함께 어울리고 싶다면 도움을 요청하라.

규칙적인 운동을 하라
몸을 움직이는 것은 세로토닌을 비롯한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하는 뇌 화학물질을 분비시킨다. 5분 걷기 같은 간단한 운동이라도 규칙적으로 하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웃어도 괜찮다
가족이 자살을 했는데,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유가족도 있다. 남은 가족들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도 괜찮은 건지 순간순간 힘들게 느껴지기도 한다. 남은 가족들이 원래의 일상에서 느끼던 행복을 느끼는 것은 당연히 괜찮은 일일 뿐더러 망자도 바라는 일이 아니겠는가?

죽은 사람을 기념하라
기억에서 지우는 것보다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는 것이 감정 회복에 더 도움이 된다. 좋아하는 사진 혹은 같이 찍은 사진을 잘 보이게 걸어두고, 생일 등의 기념일도 잊지 말고 챙기자. 사망한 가족을 기억하는 사람들과 모여 그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망자의 죽음과 부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규칙적인 일상을 보내라
스트레스는 일상이 규칙적이지 않을 때 더 강하게 느껴진다. 평소의 일상으로도 돌아와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자. 정신적, 정서적으로 혼란을 느낄수록 자신만의 생활의 규칙은 균형을 잡는데 더욱 도움이 된다. 식욕이 없다 라도 식사를 꼬박꼬박 챙기고, 잠이 오지 않더라도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보자. 규칙적인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회복이 한결 쉬워진다.

자살유가족 모임에 참여하라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자상유가족자들의 모임에 나가 보는 것도 회복에 도움이 된다. 서로의 아픔을 가장 잘 이해하고 공감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 혼자만의 아픔이 아님을, 가족을 자살로 잃은 큰 고통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모임에서 실시하는 봉사활동이나 자살방지 캠페인 등에 참여하면 보람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자살유가족을 위한 자조 모임은 한국생명의전화가 운영하는 자살자유가족지원센터를 비롯하여 각 지역 자살방지센터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시민단체나 종교단체 등에서도 운영한다.

받아들이고 용서하라
일련의 행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어야 하는 것은 자살로 가족을 잃은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그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생긴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 즉 불합리한 상황에 대한 분노, 죄책감, 원망 등을 해소하고 용서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서 마음은 한결 평화로울 수 있다.
가족을 자살로 잃은 것은 너무나 끔찍하고 아픈 고통이지만, 그것은 남은 가족의 책임이 아니다. 죽음을 죽음 자체로 받아들이고, 살아남은 사람은 또 자신의 삶을 열심히, 가치 있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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