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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짐을 넘어 축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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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414회 작성일 22-11-1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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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공()이 공자에게 "전소사(공자의 제자)와 복상(공자의 제자) 중 어느 쪽이 어집니까?"하고 묻자, 공자는 "사는 지나치고 상은 미치지 못한다"고 대답하였다. "그럼 사가 낫단 말씀입니까?" 하고 반문하자, 공자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과유불급, )"고 말하였다.
- 논어, [선진편] -

새로운 문자이자 새로운 세상이 된 인터넷

미국의 문화 비평가인 닐 포스트먼은 “모든 기술은 짐인 동시에 축복”이라고 말했다. 그의 저서 '테크로폴리(Technopoly)'는 플라톤의 '파이드로스(Phadedrus'에 있는 이집트의 타무스왕 이야기로 시작한다. 수, 기하학, 천문학, 문자를 발명한 테우스라는 신이 타무스왕 앞에서 자신의 발명품을 선보였다. 테우스가 지혜와 기억의 보증수표가 될 것이라고 장담한 발명품은 바로 ‘문자’였다. 그것을 본 타무스왕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모든 발명가의 모범이 되시는 테우스여, 기술의 발명자는 그 기술이 장차 이익이 될지, 해가 될지를 판정할 수 있는 최선의 재판관이 될 수 없습니다. 문자의 아버지인 당신은 자손들을 사랑하여 발명해낸 그 문자의 본래적 기능에 정반대되는 성질을 부여한 셈입니다. 문자를 습득한 사람들은 기억력을 사용하지 않게 되어 오히려 더 많이 잊게 될 것입니다. (중략) 그리고 그들은 진정한 지혜 대신 지혜에 대한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장차 사회에 짐만 될 것입니다.”

타무스왕을 걱정시켰던 ‘테우스의 문자’가 지금 우리 앞에도 등장했다. 바로 인터넷이다. 오늘날, 되돌아보자면 문자에 대한 타무스왕의 예언 중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신기술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다 줄 지 모른다. 아직 충분히 연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불과 수십 년 만에 빠르게 우리를 점령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인터넷을 충분히 성찰하지 못한 채, 그것이 가져다 주는 온갖 편리함에 만취되거나 반대로 여러 부작용에 섣부른 흥분만 하고 있는 상태이다.

닐 포스트먼은 기술에 철학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불행에 대하여 많은 우려를 표명한 대표적 교육철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테크노폴리' 마지막 장에서 역사철학과 과학철학의 이해 없이 사용기술만을 가르치는 교육이 가져다 줄 새로운 문맹에 대해 역설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우리 역시, 어쩌면 문맹인 채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터넷은 널리 알려졌다시피 1960년대 미국 국방성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 1990년대 상업화를 거쳐 2010년대에 이르러서는 산업화된 국가에서는 매우 일상적인 생활의 수단이 되었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수단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이라는 촘촘한 그물망은 이미 전 세계인들의 생활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놓았다. 우리는 이 가상의 세상을 ‘사이버 스페이스(Cyberspace)’라고 부른다.

이처럼 인터넷은 하나의 새로운 시∙공간적 개념으로 확장되었고, 영화 '매트릭스'에서 보여졌다시피 육체 이탈 가상현실의 상상으로 이어져, 마치 새로운 세상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피상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인터넷은 그저 전화기가 없어도 친구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굳이 시장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도구이며 마켓일 지 모른다. 그러나 인터넷이 만들어놓은 세계에 더 깊숙이 들어간 사람들에게 인터넷은 육체를 넘어선 정신만으로도 생존과 존재가 가능한 새로운 우주이자, 공간이다. 인터넷 세상에는 육체가 없어도 타인과 교류하고, 일을 하고, 즐거움을 찾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등 모든 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인터넷의 이러한 기능은 인간에게 육체가 얼마만큼 의미가 있는가, 혹은 육체를 넘어선 존재가 가능한가에 대한 철학적인 의문마저 들게 한다.

그래서 워쇼스키 남매가 만든 영화 '매트릭스'는 단지 영화를 넘어서 하나의 철학적 텍스트가 되었고, MIT의 심리학자 셰리 터클(Sherry Tuckle)은 ‘인간이 왜 하나의 자아만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인터넷 중독의 임상시험 국가, 한국

우리는 매일 인터넷 세상에서 만들어지는 신조어를 접하고,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 하나가 새로운 문화로 발전하는 것을 경험한다. 인터넷은 우리가 생각한 ‘그 이상’의 세계이고, 인간의 의식과 행태를 변화시키고 있는 가장 강력한 주도체가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인터넷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창의적 사용에 대한 논의나 거친 논쟁을 거치기도 전에 우리사회에서 먼저 전면전이 펼쳐진 것은 인터넷 중독에 관한 논쟁이었다.

인터넷이 보급된 후 현대인들은 인터넷에 병적으로 의존하고 집착하게 되었다. 미국 정신과 의사인 골드버그(Goldberg)는 이를 꼬집어 ‘인터넷 중독 장애’라고 표현했고, 심리학자 킴벌리 영(Kimberly Young) 역시 ‘병적 인터넷 사용’을 언급한 바 있다.

이런 인터넷 중독 현상은 우리나라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사회 구조와 정책의 방만함이 한 몫 했다. 정부는 큰 혜택인양 개인에게 양질의 인터넷 연결망을 제공하는데 열을 올렸고, PC방이라는 유례없는 게임장∙사교장∙도박장이 곳곳에 마련되었다. 아무도 이를 점검하고 논의하지 않는 상태에서 게임과 음란물 위주의 사용패턴이 광범위하게 퍼져갔다.

여기에 인터넷을 이용한 게임들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과거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들도 일어났다. 게임과 관련된 여러 사건 사고들이 생겨난 것이다. 게임에 빠진 청소년들이 게임을 하기 위해 집 안에만 틀어박히거나, 심지어 가출을 하기도 하고, 게임 속의 분쟁이 이유가 되어 폭력을 휘두르는 일도 생겼다. 게임 상에서 사용되는 아이템을 실제 돈을 주고 거래하기도 하는 등 마치 게임과 현실이 이어진 듯한 착각이 들 지경이었다.

이런 현상이 처음 선보인 1990년대 후반과 2000년 초반에는 이에 대한 개념도 법률도 정비되어 있지 않아, 게임 관련 사건사고를 어떻게 처벌하고 다루어야 하는 지에 대한 논의가 한창 뜨거웠었다. 학자들과 정책가, 관계자들은 이런 새로운 현상에 대해 인터넷 중독 대 과몰입, 폐인 대 프론티어(개척가)로 나뉘어 논쟁했다. 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한국은 인터넷 중독의 대표적 임상시험 국가가 되었다. 많은 외국의 학자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우리나라의 인터넷 중독 현황과 정부 정책의 대응, 유래없는 PC방 문화와 게임문화를 관찰, 견학하고 돌아갔다. 국내 의사들 역시 인터넷 중독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직도 인터넷 중독 문제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각 부처의 이익에 따라 인터넷 중독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독질환으로서의 인터넷 중독이냐, 지나친 몰입현상으로서의 과몰입이냐, 게임산업협회와 중독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좁히기 어려운 생각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는 사이 해외에서는 인터넷 중독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정립했다. 미국 정신의학계의 새로운 진단통계편람 (DSM-V)을 만드는 저자들은 인터넷 중독을 중독질환의 하나로 간주하는 것을 아직은 유보하기로 했지만, 차기 새로운 중독질환의 후보명단에는 등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인터넷 사용에 대한 성찰과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

어떤 기술이 혜택만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체로는 부작용이 동반된다. 마치 모든 약이 부작용이 있듯이 말이다. 지금 우리는 복잡한 이해를 요하는 이 인터넷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를 해야 할 때다.

'디지털 치매'를 쓴 독일 의사 만프레드 슈피처(Manfred Spitzer)는 인터넷을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진화가 아니라 퇴화를 위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는 비판으로 널리 받아들여지진 못했지만, 일본 의사 모리오 아키오는 저서 '게임 뇌의 공포'에서 게임을 많이 한 사람들의 뇌가 ‘치매 뇌’의 뇌파와 유사하다는 주장을 한 적도 있다.

인터넷 사용의 과도함에 대한 경고, 중독에 대한 경고는 이미 충분히 내려졌다. 이제 우리는 인터넷과 인터넷 중독이라는 화두 앞에서 인터넷 사용 문화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깊이 있는 성찰을 해야 할 때인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국민의 관심을 연예계의 결혼으로 도배하고 있는 인터넷 상의 뉴스들이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익명의 제보자들에 대한 신상털기를 하여 인터넷 단두대에 올리는 현실이 주는 영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선플과 악플 사이를 고민하는 그 이상의 논의를 할 수 있는 인터넷의 철학적인 사용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먼저 이루어져야 인터넷 중독에 대한 논의도 보다 가치를 지닐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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