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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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403회 작성일 23-01-31 13:16본문
“축하 드립니다! 엄마가 되셨어요.”
엄마가 된다는 것은 정말 경이로운 기적이다. 나와 닮은 아기가 태어난다는 것도, 내가 돌봐야 하는 아기가 생겼다는 것도 엄마가 된 여성에겐 그저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나 그런 기적 같은 행복감과 놀라움도 잠시. 힘든 출산 후에 육아와 마주하게 되는 엄마의 마음은 답답하고 불안하다. 이럴 때는 주변의 많은 축하와 부러움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아이를 낳은 후 몸의 변화는 낯설다. 엄마가 되었다는 변화에 적응하기도 전에, 산후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아무것도 혼자 할 수 없는 조그마한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리저리 정보를 구하고 공부를 해봐도 막상 부딪히는 크고 작은 육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초보 엄마의 고됨은 단순히 힘든 몸으로 아이를 돌보느라 심신이 지친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젖먹이 아기 때문에 외출도 쉽지 않고, 집안 일도 많아진다. 라이프 스타일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아기 엄마는 갑자기 달라진 생활 방식에 적응하는 것만도 쉽지 않은데다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아이만을 위해 지낼 것을 생각하니 답답하기도 하고 또 무섭기도 하다. 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무엇보다 내가 엄마로서 잘 해낼 수 있을지, 소중한 아이를 내가 평생 책임지고 훌륭하게 키워낼 수 있을지 생각하면 막막한 두려움과 불안함이 앞을 가린다. 아이를 낳을 때까지는 너무나 행복하고 아이에게 감사했는데, 어느새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마음 자체가 엄마로서 옳지 않은 것 같아서 죄책감마저도 생긴다.
산후 우울감은 병이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초보 엄마들이 산후 우울감을 느낀다. 우리나라 초보 엄마 중 절반 이상은 출산 후 1~2주부터 수 일 동안 평소와 다른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이유 없이 우울해지기도 하고, 잠이 잘 오지 않기도 하며, 내가 엄마로서 잘 해낼 수 없을 것 같아 불안하고 겁이 나며, 작고 사소한 일에도 가족들에게 서운함을 느끼며 눈물이 나기도 한다.
사실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이를 품고 있는 열 달 동안 산모의 몸은 평소와 다른 호르몬이 분비되고, 지방이 늘어나는 등 임신을 유지하기 위한 상태로 최적화되어 있다. 그런데 출산이라는 단시간의 사건으로 아이는 엄마의 몸에서 떨어져 나오게 된다. 이후 산모의 몸은 더 이상 임산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대신 아이를 키우는 데 적합한 쪽으로 변화되기 시작하는데,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호르몬의 변화이다.
문제는 이 호르몬이 엄마의 몸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분도 같이 바꾼다는 데 있다. 갑작스러운 호르몬의 변화는 정서적인 불안감이나 우울감, 분노, 변덕 등을 불러오게 된다. 이런 변화에 적응하는 데에 나타나는 반응이 바로 산후 우울감이다. 그러므로 산후 우울감은 병이라기보다는 우리 몸의 변화에 따른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호르몬 변화는 별개로 친다 하더라도, 엄마로서 느끼는 부담감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우울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스트레스가 된다.
엄마가 되고, 앞으로도 평생 돌봐야 할 아기가 생긴다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출산 육아 경험이 없는 초보 엄마의 경우에는 첫 아이를 대하면서 이런 부담감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된다. 경험해보지 못한 난생 처음 대면하는 ‘육아’라는 현실 앞에서, 긴장감과 두려움을 느끼고 이것이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 밖에도 꼼짝도 하지 않고 집안에 박혀 있어야 하는 우리나라의 산후 조리 풍습, 아이로 인해 완전히 달라진 라이프 스타일 등도 산모에겐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산모가 받는 스트레스가 이렇게나 많으니,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행히, 일시적인 우울감이나 불안감 등을 겪는다고 해도 대부분의 경우엔 출산 수일 후 정상 상태로 돌아와 다시금 아이 돌보기 등 일상생활을 해내곤 한다. 때문에 출산 후 산모의 기분이 불안정한 산후 우울감은 병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산후 우울증은?
산후 우울감과 산후 우울증은 분명히 구별을 할 필요가 있다. 일시적인 산후 우울감은 자연스러운 증상이지만, 거기서 회복되지 못하는 산후 우울증은 정신질환의 하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의 산모들은 출산하고서 며칠이 지나면 산후 우울감의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회복이 된다. 하지만 일부 산모의 경우 우울감이 점점 심해지며, 심한 불안감이나 초조감 등을 느끼는 산후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심하게는 몸을 움직이기 어려워지거나, 환각이나 육아와 연관된 망상이 생기는 일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자칫 산모와 아기의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산후 우울증에 걸리면 우선 자신감이 없어지고, 적극적인 활동도 어려워진다. 자연히 아이를 돌보거나 아이와의 첫 관계를 만드는데도 어려움이 생긴다. 아기에게 있어 생후 수 개월 동안 만들어지는 엄마와의 관계는 이후 아이가 자라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기는 이 시기에 자신이 표현하는 감정이나 의사표현에 주변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학습하면서 정서와 사회성을 길러나간다.
즉, 이 시기 엄마와의 관계가 어떻게 맺어지느냐에 따라 타인과의 관계가 원만해지느냐 혹은 그렇지 않으냐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엄마가 산후 우울증으로 아이의 행동에 적절하게 반응을 해주지 못한다면, 아이의 정서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또한 산후 우울증은 일반 우울증보다 혼란스러움, 불안, 환각, 망상 등의 증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산모의 자살이나 영아 살해와 같은 극단적이고 무서운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럴 땐, 입원 치료를 통해 산모와 아기를 잠시 떨어져서 치료를 받을 필요도 있다.
다행히 산후 우울증은 증상의 심각성에 비해 치료가 잘 되는 편이다. 첫 아이 때의 산후 우울증을 잘 치료하면, 다음 출산에서의 산후 우울증 위험도 낮출 수 있다.
산후 우울감에서 빨리 벗어나려면?
1. 엄마이기 전에 한 사람의 여성임을 기억하자
처음으로 아기를 낳고, 돌보는데 집중을 하다 보면 일상의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산후 조리와 아기 돌보기에만 사용하게 된다. 자기 자신을 위한 간단한 취미 생활이나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출산 후 급격한 스트레스를 예방하고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2. 어떤 일이든 처음에는 다 어렵다는 것을 생각하자
처음부터 능숙한 엄마는 없다. 능숙해 보이는 선배 엄마들도 서툰 손길로 당황해 하며 첫 아기를 대했음을 기억하자. 모성 본능과 아기 돌보기는 별개의 문제다. 당신은 처음 하는 일이 서툴고 어려움을 느낀 것일 뿐, 모성 본능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3. 모유 수유에 지나치게 스트레스 받지 말자
모유가 우유나 분유보다 영양학적으로 나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모유 수유가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분유로도 아기에게 충분한 영양을 공급해 줄 수 있다. 모유 수유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친 강박감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4. 주변에 당당하게 도움을 요청하자
처음 엄마가 되는 것은 행복한 일이기도 하지만 두렵고 부담스러운 일이 것도 분명하다. 난생 처음 하는 아기 돌보기가 어렵고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남편이나 친정 시댁의 가족들에게 당당하게 도움을 요청해보자. 엄마가 되었다고 해서 아이 돌보는 모든 일을 혼자 해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자신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고 감정을 나누도록 하자. 혼자 힘든 감정을 안고 있는 것은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처럼 위험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