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인터넷에 중독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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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801회 작성일 23-01-17 16:54본문
‘왜 사람들은 인터넷(스마트폰)에 빠지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이미 학자들은 여러 답변을 해 놓은 상태이다. 인터넷에 빠지기 쉬운 이유를 잘 알고 있는 것과 안 빠지도록 하는 것 혹은 빠진 사람을 금방 꺼내는 것은 매우 다른 문제이다. 만일 이유를 잘 알아서 금방 답과 해결책을 내놓아 문제가 해결된다면 중독은 애당초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그것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어찌 보면 단순하지만, 그것을 해결하기란 어렵고 복잡하다. 그러나 이해 없이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왜 우리는 인터넷에 중독될까?
인터넷 중독을 병적 도박의 기준을 이용하여 연구한 킴벌리 영(Kimberly Young)은 다음의 다섯 가지 특성이 인터넷에 중독되게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 다섯 가지의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사회적 지지 (social support)
2) 성적 만족 (sexual fullfillment)
3) 새로운 인격창출 (creating new persona)
4) 억압된 성격의 표출 (unlocked personalities)
5) 인식과 힘 (recognition/power)
인터넷이 가상적 세계라는 배경 속에서 제공하는 사회적 욕구의 해소가 인터넷 중독의 큰 특징이라는 것을 심리학자 영은 설명하고 있다.
영은 특별히 인터넷중독 중 자주 보이는 ‘넷(net) 강박증’과 ‘사이버 섹스중독’에 대해 ‘ACE 모델’을 제시하면서 설명하고 있다. 먼저, 사이버 섹스 중독에 관한 ACE모델부터 보자. 첫 번째, 익명성(Anonymity)이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내가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제지 없이 마음껏 성적 활동을 할 수 있다. 두 번째, 편리성(Convenience)이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포르노그라피를 보는 것을 비롯하여 다양한 성적 콘텐츠와 자료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채팅을 통해 성적 활동 또한 쉽게 할 수 있다. 세 번째, 도피 혹은 탈출(Escape)이 자유롭다. 인터넷에서는 익명성에 기초해 편리하게 성 활동을 함으로 정신적 긴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또 성적으로 다양한 환상을 가지게 함으로써 정신적으로 새로운 상태에 도달할 수 있게 해 준다.
넷(net) 강박증도 이처럼 영어 대문자 ACE로 설명이 가능하다. 먼저 인터넷은 접근성(Accessibility)이 좋다. 인터넷이 있기 전만 해도 도박, 게임, 경매 등의 오락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공간을 찾아서 이동해야 했지만, 인터넷의 등장으로 컴퓨터와 인터넷 연결망만 갖추면 어디서든 쉽게 원하는 오락을 즐길 수 있다. 두 번째 특징으로 통제성(Control)을 들 수 있다. 인터넷에서는 과거의 현실 공간에서보다 훨씬 편리하게 게임, 주식, 경매 등을 개인들이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개인들의 책임 또한 훨씬 커진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흥분, 쾌감(Excitement)이 있다. 게임, 주식, 경매 등 오락 활동을 통하여 형성되는 흥분과 쾌감을 말한다. 이것이 중요한 보상이 되어 중독으로 이끈다.
인터넷, 스마트폰에 빠지는 이유, 진짜보다 더 좋은 가짜
미국 라이더 대학의 존 슐러(John Suler)박사는 몇 가지의 욕구가 과도한 인터넷 집착의 동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이 인터넷에 빠지는 과정을 메슬로우 심리학에 기초해서 연구했는데, 메슬로우 심리학이란 어떤 필요와 욕구가 동기로 작용되어 사람의 행동을 유발하며, 일정 욕구가 채워지면 상위 단계의 욕구로 발전한다는 이론이다.
슐러는 인터넷이 다음 여섯 가지 욕구에 만족감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인터넷에 매달리고, 급기야 중독까지 된다고 주장했다.
1) 성적인 욕구 만족 (Sexual Needs, and More)
2) 변화된 의식에 대한 욕구 ( The Need for an Altered State of Consciousness )
3) 성취와 정복의 욕구 (The Need for Achievement and Mastery )
4) 소속에 대한 욕구 (The Need to Belong)
5) 관계에 대한 욕구 (The Need for Relationships )
6) 자아의 실현과 초월 (The Need for Self-Actualization and the Transcendence of Self)
현대인들이 숱한 좌절을 겪을 때마다, 인터넷은 게임, 놀이, 가상 세계, 역할극 등으로 이를 보상할 수 있는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가상 공간에서 느끼는 대리만족은, 비록 그것이 가짜일지라도 강력한 만족을 느끼게 해준다. 누군들 꿈이 이루어지는 곳에 머물고 싶지 않겠는가? 살아가는 동안 이루지 못할 줄 알았던 꿈들이 이뤄지는데, 그것을 할 수 없다면 얼마나 큰 고통인가? 이런 유혹을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제공한다. 이런 짜릿한 만족을 경험한 이들은 인터넷(스마트폰)이 만들어준 가상 공간에서 점점 더 빠져나오기 어렵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은 ‘가짜’라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허상과 현실의 간극이 클수록 이용자의 고뇌는 커지고, 현실에 대한 불만도 자란다. 현실에 대한 불만 때문에라도 점점 인터넷 속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더 길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중독이라고 누가 지적하면 화를 내곤 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채워주는 것 네 가지, ‘돈∙쾌락∙친구∙지위’
오랫동안 게임 중독자를 상담해오면서 많은 사례자들의 경험 속에서 추출할 수 있는 공통점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현대인들에게 결핍되어 있는 ‘그 뭔가’를 보상해 준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경제적 보상으로서의 돈
2) 기분의 변화와 심심함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쾌락
3) 외로움과 고독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친구
4) 정체성 위기와 소속감에 대한 위기로서의 지위
이 중독을 매개하는 것은 즉각성과 우연성이다. 즉각성은 충동적으로 원할 때 언제든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며, 우연성은 특별한 노력 없이 얻거나 가지거나 이룰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인터넷 게임이나 채팅 등은 즉각성과 우연성이 잘 배합되어 있는 중독적인 공간이다.
만약 인터넷에 이 즉각성과 우연성을 배제하면 중독은 지연되며, 보상의 발견도 어렵게 될 것이다. 결국 점차 동기도 떨어지게 될 것이다. 건강한 기능성 게임들에 중독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이런 도박적, 쾌락적 요소를 적게 사용하고 건전한 기능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게임회사, 채팅 및 도박업체들이 이런 중독적 요소들을 배제하고 상품을 만들기가 어려운 이유다.
중독, 당신의 보상체계가 허기에 차 있을 때 일어난다
대부분의 중독 전문가들은 ‘보상 없는 중독은 없다’는 데 동의한다. 우리가 무엇에 중독될 땐, 뇌의 보상중추가 일으키는 생리적인 명령이 작용한다. 즉, 보고 싶고, 하고 싶고, 빠지고 싶은 ‘갈망(craving)’과 행동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충동(urge)’이 만나 빚어진 것이 바로 중독이다.
인터넷 혹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고, 갈수록 늪에 빠진 것처럼 빠져 들어가고 있는가? 그러면 반드시 그로부터 보상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무슨 보상을 받고 있는지 잘 생각해 보자. 자신이 받고 있는 보상이 무엇인지 인식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보상을 대체할 수 있다면, 어쩌면 깊은 중독에서 조금은 더 쉽게 헤어나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처럼 어둠 속의 유혹에 손길을 주어버릴 때, 그때 우리는 너무 허기져서 이성의 힘이 미치지 못할 때가 허다하다. 당신이 외로워서, 더 갖고 싶어서, 슬퍼서, 불만스러워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켰을 때, 당신은 ‘확’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가 무섭지 않게 생겨서 그렇지, 사실은 당신이 허기진 순간에 그것들은 악마의 동굴 입구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쉽게 얻어지는 인터넷 공간 속에서의 보상은 가짜라는 것을.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이 채워주는 보상은 마실수록 더욱 갈증이 나는 바닷물과 같다. 발 디딘 현실에서 진짜 보상을 얻지 못하는 한, 가상의 세계에서 보상을 아무리 받아도 우리는 계속 목 마르고 허기질 수밖에 없다. 현실에서 힘들게 얻은 조그마한 보상만이 진짜 당신의 갈증을 풀어주고 배를 채우게 해 준다는 것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