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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당한 남성의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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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801회 작성일 23-01-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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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서구의 여러 나라가 200년에 걸쳐서 진행된 산업화, 도시화, 민주화가 불과 수십 년 만에 압축되어 진행됐다. 이렇게 단기간에 걸쳐서 사회, 문화가 바뀌다 보니 세대간에 확연한 차이가 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지사다. 또한 학력, 경제력, 직업과 같은 부분에서 서열화가 심하다 보니 늘 경쟁이 만연해 있다.

이러한 특징으로 말미암아 종적인 세대간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과 낮은 공감대가, 횡적인 같은 세대간에는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적자생존과 같은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개인은 소외되기 쉬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소외’라는 현상은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라 할 수 있는 가족 내에서도 피해갈 수 없다. 주로 아버지이자 남편인 가장이 겪는 가정 내에서의 소외는 가장 사적인 영역이자 심리적으로 편안해야 할 공간 안에서, 가장 밀접한 관계인 가족들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이 있다.

아버지들의 어깨를 더 처지게 하는 ‘가정 내 소외’

결혼을 통해 가족이 구성될 때는 가족은 부부만으로 구성된다. 확대가족을 제외하고 일대일의 인간관계이기에 소외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 가족 구성원이 늘어나면서부터 이러한 일대일의 가족관계는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가족의 중심이 부부에서 아이로 옮겨가기도 하고, 남편이 아내와 아이 사이의 강력한 관계에서 밀려나기도 한다. 아이의 양육의 상당 부분을 아내가 담당하면서 남편은 가족 내 소외를 경험하기 시작한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남편은 가족을 부양하겠다는 책임감과 아이와의 교감으로 소외감이 덜 할 수 있다

아버지가 본격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시기는 아이가 성장하고 학교를 가면서부터다. 아이와의 관계가 계속 유지되는 아내와는 달리 아버지가 아이의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아이는 학교를 다니면서 또래 관계를 최우선으로 하고, 학교 공부에 관심을 쏟으며 아버지와 서서히 멀어진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자녀가 대학에 가기 위한 필수 조건 중의 하나가 바로 ‘아버지의 무관심’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가족에서 아버지의 소외가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기러기 아빠이다. 자식의 교육을 위해 아내와 아이들을 이역만리로 보내고, 가장은 홀로 남아 돈을 벌어 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한다. 가족 내에서의 아버지의 역할과 위치는 오로지 돈을 벌어다 주는 대상일 뿐이다. 정서적 소외는 물론 물리적인 소외까지 더해지고, 여기에 더 나아가 가족 내에서 부모자식간 세대간의 갈등이나, 부부 간의 갈등이 발생하게 되면 아버지의 위치는 점점 가족의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러한 소외 속에서 아버지들을 지탱하게 해주는 것은 가족들을 먹여 살린다는 자부심과 보람, 혹은 가족 밖인 직장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버지들은 직장에서 일에 매진하지만 그럴수록 가족들로부터 점점 더 멀어진다. 생존경쟁의 현장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은 점점 커져만 간다. 대한민국의 아버지들의 어깨에 얹혀진 짐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회진출이 늦어지는 청년세대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이전 세대보다 더 많은 경제적인 부담을 지어야 하며, 더 오랜 기간 그 책임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부담은 전보다 커졌지만, 아버지에 대한 가족 내 위치는 전보다 더 약해졌다. 전통적인 가부장제도의 퇴색으로 요즘 아버지는 가족 내에서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아버지 세대가 자라면서 본 것은, 아버지가 가진 가족 내의 절대적인 권위와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순응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아버지를 대한 자신과 달리, 자신이 아버지가 되었을 때는 그렇지 못하니 그 상대적인 상실감 또한 큰 것이다. 우리 시대 아버지들이 부지불식간에 마음 속에 담아왔던 ‘롤 모델’이 이제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소외에서 벗어나려면 “변해야 한다”

우선 가족이 변해야 한다. 자식이 잘 되게 하고 싶은 마음은 모든 부모에게 해당하지만, 이것이 가족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족 내의 중심이 특정 구성원이 아닌 가족 모두의 행복을 위해 맞추어져야 한다. 구성원간에 즐거운 시간을 공유하고 공통의 관심사를 갖도록 노력해보자.

설사 세대 차이와 취향의 차이로 공통점을 찾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다른 가족 구성원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이해하려 하고 공감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테면 중학생인 자녀가 요즘 만나는 친구가 누구인지,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이 무엇인지, 더 나아가 요즘 가지고 있는 고민은 무엇인지 들어보자. 만나는 친구가 마뜩찮고, 아이돌 그룹의 히트곡 한 곡을 같이 따라 부르지 못하고, 자녀의 고민을 해결해 주지는 못할지라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이해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직장 문화도 변해야 한다. 직원들이 회사에서 무조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일을 해서 실적을 높이기보다는,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 생활을 통해 더 즐겁고 재미있어야 결국 장기적인 능률이 오를 것이라는 식으로 고용주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퇴근 후에도 회식이나 음주를 즐기는 문화보다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도록 장려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아버지도 노력해야 한다. 50대 남성에게 꼭 필요한 것은 ‘집사람, 아내, 부인, 마누라’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이자 남편에게 그만큼 아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아버지는 직장 내에서는 직책이 올라가면서 주변에 어울릴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든다. 은퇴나 실직이라도 하게 되면 더더욱 사회 활동의 폭이 좁아진다. 이 때, 가족 내에서 아내와의 인간관계가 굉장한 비중과 중요성을 갖게 된다. 따라서 행복 적금 하나 들어둔다는 생각으로 아내에게 미리미리 잘 해두는 것이 좋다.

특히 자녀가 대학을 간 이후에는 아내를 위한 남편의 역할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즈음 아내는 가족 내에서 어머니의 역할이 점점 축소되고, 동시에 폐경기를 겪으면서 무력감∙불안∙초조∙불면증∙두통 등의 심리적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가족 내에서의 역할 상실은 심리적 무력감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아내가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남편이 도와주고 챙겨주는 것이 부부 모두의 정신건강을 위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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