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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에 대한 9가지 오해와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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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조회 381회 작성일 23-01-1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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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매일 평균 42.6명이 자살하고, 70명 이상이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자살할 때마다 주변에 평균 5~6명은 치명적인 심리적 타격을 받는다고 하니 자살로 매일 200여 명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연 통계로 따지면 매년 7만여명이 자살로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자살은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문제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우리는 갖가지 오해와 편견에 사로잡혀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흔히들 갖고 있는 자살에 대한 잘못된 편견은 삶의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사람을 낭떠러지로 떠밀곤 한다. 자살을 시도하거나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자살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기란 어렵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잘못된 생각만 바로잡아도 얼마든지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통념 1. 정말 자살할 사람은 남에게 자살 의도를 밝히지 않는다.

아니다. 실제로 많은 연구 결과를 보면 자살자들은 대개 자신들의 의도를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무도 자살 의도를 눈치채지 못하게 몰래 죽는 것이 아니라 은근한 암시가 됐든, 직접적인 표현이 됐든지 간에 주변 사람이 눈치챌 수 있는 단서를 흘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이와 같은 자살 암시를 간과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말수도 적고 우울해 보이는 한 친구가 분식집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이제 다 그만둬야겠어”라고 얘기했다고 치자. 이 말을 들은 상대방이 건성으로 듣고 넘긴다면 생사를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신호를 놓치는 셈이다. 이와 같은 직접적인 말을 들었을 땐 최대한 이해해주고, 공감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통념 2. 자살하는 사람은 꼭 죽고야 말겠다는 확고한 결단을 내린 사람들이다.

아니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실행에 옮기기 직전까지도 죽을까 말까 하는 고민을 계속한다. 한편으로는 죽고 싶어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살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자살을 결심했지만 반드시 죽겠다고 할 만큼 결심이 확고하지는 않다. 이 때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주고, 자신의 손을 잡아준다면 그들은 자살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자살자들은 대부분 이와 같은 양가적인 마음을 지니고 있다. 자살 시도자들이 삶보다 죽음을 더 원하는 것은 아니다.

통념 3. 한번 자살을 결심한 사람은 결국 자살하고 말 것이다.

삶에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자신이 짊어진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자살이라고 생각될 때 그 사람에게는 ‘터널 시야(tunnel vision)’가 생긴다. 터널 속에 들어가면 주변의 다른 것들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처럼, 자살 충동이 들게 되면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의미 등은 시야 밖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충동은 매우 강력하다. 하지만 일단 그 고비를 넘기기만 하면 썰물처럼 이러한 충동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작은 친절이나 진심 어린 상담, 다른 자살 시도자의 수기 등을 읽고 한 순간의 어리석은 자기 파괴적인 충동을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도 많다.

통념 4. 자살 시도를 했다가 실패하면 그것으로 자살에 대한 생각이 사라진다.

아니다. 자살을 한번 시도했다고 해서 자살을 하게 만든 원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살 시도 이후에도 여전히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 단절감 등의 심리적 고통에 계속 시달리기 때문에 다음번에도 자살을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자살자 중 이전에 시도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30% 이상으로 높다. 게다가 자살에 실패한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자살이 일어난 후에 가서 예전에서 자살 시도 경험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한다. 자살 시도 병력은 자살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세심한 관심과 치료가 필요하다.

통념 5. 자살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은 누군가를 자살하도록 만들지도 모른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자살의 징후를 보일 경우, 주변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럴 땐 자살 의도를 직접 질문하는 것이다. 그 사람을 자극할까 봐 빙 둘러서 우회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살할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무언의 허가로 작용하기도 하며, 도움을 요청 받을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자살할 낌새가 보인다고 해서 그 얘기는 입 밖에도 꺼내지 않은 채 다른 얘기만 하는 것은 이들의 마지막 구조 요청을 묵살하는 셈이 될 수도 있다.

통념 6. 괴로워하던 사람이 갑자기 평화로워지면 자살 위험은 끝난 것이다.

아니다. 죽겠다고 진짜 결심이 선 사람은 놀랍도록 평온해진다. 때론 오히려 기분이 들떠 있을 때도 있다. 결심이 굳게 선 경우, 마음 속에 그들을 짓눌렀던 돌덩어리에서 해방되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이런 상황을 매우 좋은 의미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 때는 마치 폭풍 전의 고요함과도 같은 것으로, 매우 주의 깊게 행동을 살펴봐야 한다.

통념 7.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실패자들이다.

자살은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요인 등 여러 가지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난다. 따라서 자살을 한 가지 이유로 단정지을 수 없다. 이는 자살이 실패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돈, 지위, 연령,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실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도피성 자살’이나 경제적 파탄 등이 원인이 된 ‘청산형 자살’도 있지만 때로는 국가의 명예나 목표를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이타적 자살’도 있다.

통념 8. 자살은 정신병이다.

자살은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과 어느 정도 관련돼 있다. 그렇지만 자살을 자주 시도하거나 실제로 자살에 이른다고 해서 그 사람이 정신병 환자인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은 삶의 어려움이나 고단함을 극단적인 방식으로 해결해보려고 했을 뿐이다. 또한 자살 자체는 유전병도 아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그럴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상대적으로 높을 뿐이다. 이러한 편견은 자살 시도자들이 정신과에서 치료 받고 싶어도 정신병자로 오인당할까 봐 두려워 병원 방문을 꺼리게 되는 이유가 된다.

통념 9. 자살은 예방과 치료가 불가능하다.

자살은 매우 드문 일일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살 위험에 기여하는 요인을 파악하고 각각의 요인에서 자살 위험을 줄여 준다면 결국 자살 예방과 치료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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